#25 숲 속 수영장

요즘 날이 너무 후덥지근 해서; 몇 일 전에 생전 처음 개비 정 새 수영복을 사서, 이번주는 최근 알게 된 우리 동네 근처, 공원 숲 속에 위치한 린코나다 수영장을 다녀왔다.

이젠 제법 주말 나들이가 익숙해진,

개비 정: 오늘은 어디 갈꺼야?

아빠: 엘사 수영복 뉴원(역: 새거) 샀으니까, 수영하러 갈까?

개비 정: 오션?

아빠: 아니, 그냥 수영장.

개비 정: 오~~ 그거 좋은 생각이야!

개비 정: 셔블(역: 모래놀이 삽)도 가져 가야 지이잉~

훌륭한 절세미녀 엄마: 오션 아니고, 수영장 …

아침에 도시락 싸서 출발

아침에 도시락 싸서 출발

개비 정: 런치는 파스타 먹을까?

아빠: 샌드위치 쌌어.

개비 정: 아빠 무거우니까, 런치는 [개비 정]이 들고 갈게.

아빠: (내가 들고 가는게 편한데 … )

개비 정: 아빠! 나 나이스 하지?

아빠: …

개비 정: [개비 정]이 언니라서 무거운거 들어 주는거야. 베이비는 이렇게 못 해~

아빠: …

공원에 도착

공원에 도착

수영자은 몇 주 전에 갔던 어린이 도서관 바로 옆 공원 한 복판에 숨어 있었다. 11시 반에 개장이라, 10시 반쯤 집을 나선 우리는, 천천히 주유도 하고, 도서관에 책도 반납하고 11시 20분쯤 도착했는데, 그 때는 이미 먼저 도착한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개비 정은 배가 고팠는지, 줄은 아랑곳하지 않고, 한참 떨어진 벤치에 앉아서는

개비 정: 애플 소스 먹을래. 아빠 꺼는 없나봐. [개비 정] 언니라서 많이 먹어야 되. 애플 소스는 아빠랑 쉐어(역: 나눠 먹는거) 못해. 아빠 애플 소스 먹고 싶어? 엄마가 애플 소스 더 사와야겠다.

개비 정이 욕심이 심하진 않은거 같은데, 권력욕이 다소 있는 것 같아 요즘 살짝 고민이다. 왠지, 개비 정 학교 친구들은 착한 애들 밖에 없는 것 같다며, 훌륭한 절세미녀™ 엄마와 함께 늘 신기하고 감사하게 생각했었는데 … 요즘 보니, 착하지 않은 애들이 결국 개비 정을 견디지 못하고 떠난 결과 일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무조건 자기가 대장해야 되고, 같이 노는 친구들은 다 개비 정 말에 따라야 한다는, 안타깝지만 전형적일 것 같은 외동스러움이 없지 않은 것 같다.

줄 따위, 천하태평 개비 정

줄 따위, 천하태평 개비 정

앉아서 애플 소스를 먹다보니, 어느새 수영장 앞으로 서던 줄이 자연스레 꺾여서 우리를 기준으로 서게 됐다. 의도치 않게 줄에 합류한 우리는 애플 소스 다 먹고 바나나도 까서 먹다가, 개장한 수영장으로 밀려 드는 인파 따라 자연스레 흘러 들어갔다. 바나나 먹으며 …

바나나 들고 수영장 입장

바나나 들고 수영장 입장

다른 팀(가정?)들은 아이스 박스, 돗자리, 낚시 의자, 등등. 수 많은 준비물을 챙겨 온 반면, 우린 몸뚱아리 + 수영복 + 개비 정 런치 박스만 온지라, 수영장 낮은 물가 쪽 잔디에 그냥 자리 잡았는데,

개비 정: 아빠, 우린 왜 머드(역:진흙)에 앉았어?

아빠: [개비 정] 재밌으라고.

개비 정: (자지러지게 웃으며) 아빠 실리(silly)해~ (역: 아빠, 장난?)

아빠: 진짠데;;;

개비 정: (정색) [개비 정]은 머드 싫은데에~~

잔디 위에 자리 잡은 우리 … 가 싫은 개비 정

잔디 위에 자리 잡은 우리 … 가 싫은 개비 정

돗자리고 낚시의자고 다 무슨 소용이요~ 어차피 하루 종일 물 속에 들어가 놀려고 온건데! 둘이 짐만 바닥에 놓고 바로 물로 뛰어 들어갔다. 예전에 한 동안은 물을 무서워하던 개비 정, 이제는 물놀이의 맛을 좀 알았는지, 혼자 뛰어 다니다가 자빠져서 물을 잔뜩 먹으면서도 그저 신난댄다.

안타깝게도, 내 폰은 방수의 “방”자도 모르는 폰이라, 물놀이 사진은 딱히 찍지 못함. 한 시간쯤 놀다가, 배도 고프고, 좀 쉬어야 할 것도 같아서 점심 먹으러 우리 짐 올려 놓은 잔디/진흙을 향하는데

개비 정: 왜 머드에 가지? [개비 정] 머드 싫은데에~

개비 정: (수영장 입구 쪽 콘크리트 바닥을 가리키며) 저기서 먹을까?

그리하여, 우린 남들 드나드는 콘크리트 길 한 복판에 자리 잡고, 처량할 수도 있지만 신나고 맛있게 샌드위치와 바나나를 먹으며 남들 수영 하는거 구경했다.

처량하지만은 않은 점심 시간

처량하지만은 않은 점심 시간

점심 다 먹고서는, 다시 입수하기 전에, 소화도 좀 시킬 겸 길 한 복판에서 춤도 한참 추고

식후 몸풀기

식후 몸풀기

오후가 되니, 해가 더 강해지면서, 물 속에 있는게 더 매력적으로 느껴져, 두 시간 가량을 계속 물 속에서 헤엄치며 놀았다. 그러다, 물을 너무 많이 먹었던지,

개비 정: 이제 나갈까?

아빠: (어리둥절; 하지만 같은 생각. 초코렛 밀크 쉐이크가 먹고 싶어서,) 맛있는거 먹으러 갈까?

개비 정: 핫도그?

아빠: (아뿔싸) 밀쉐(역: 밀크쉐이크) 어때?

개비 정: 핫도그 먹고 딸기 밀쉐 먹을까?

아빠: 밀쉐 먹고, 핫도그는 다음 …

개비 정: 핫도그 먹고 초코 밀쉐 먹을까?

아빠: 핫도그는 다음 …

개비 정: 핫도그 먹고 바나나 밀쉐 먹을까? 아님, 수박 주스 먹고 싶어?

아빠: 집에 소세지 있다, 참.

주섬주섬 퇴근길

주섬주섬 퇴근길

이렇게, 우리는 밀크쉐이크와 핫도그 빵을 사갖고 집에 들어가기로 하고, 수영장에서 퇴근. 워낙 물을 많이 먹은지라, 귀에 물이 가득 들어갔는지, 개비 정은 나오는 길 내내 귀에서 물 빼고 …

귀에 들어간 물 빼기

귀에 들어간 물 빼기

차를 타러 공원 가로질러 가는 동안, 재밌게 놀았다며, 정말 오랜만에 자진해서 뽀뽀를 해준 개비 정.

깜짝 뽀뽀

깜짝 뽀뽀

신나게 논 것도 뿌듯하고, 밀크 쉐이크 먹고 핫도그 만들어 먹을 생각에도 뿌듯해서 5분 떨어진 트조를 향해 열심히 달려 가는데, 도착해보니 뒤에서 그새 잠든 개비 정 … 어떡할지 한참 고민하다, 큰맘 먹고 깨워봤더니

아빠: [개비 정]아~ 밀쉐 먹 …

개비 정: (눈도 안뜨고 팔을 휘저으며) 아니야~~~~

그렇게, 밀크쉐이크와 핫도그 빵을 눈 앞에 두고, 차에서 한 번 내려보지 못한 채 집으로 직행1.

깔끔한 마무리

깔끔한 마무리

다른 부모들은 심심찮게 발휘한다는 차에서 잠든 아이 침대로 옮기기 신공을 개비 정 생전 처음으로 시전해 보였다! (성공한 줄 알았는데, 침대에 내려놓고 차 문 잠그러 다녀온 사이 벌덕 일어났더라는 … )

이렇게, 감동의 뽀뽀를 날리고 5분 안에 잠들 정도로 신나게 수영한 날도 무사히, 끝.

요약

이동거리: 약 4.6 마일 (7.4 km)

  • 집 – 수영장: 2.3 마일
  • 수영장 – 집: 2.3 마일

경비: $11

  • 입장료: $11

  1. 이미 개비 정에게 핫도그 인셉션 당했는지라, 결국 오후에 혼자 나와서 핫도그빵 다시 사갖고 들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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