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딸기 농장

이번주는 교회 소그룹 중 하나가 딸기 농장 방문 한다는 소식을 듣고, 꼽사리 껴서 가보기로 함. 장소는 우리 집에서 약 한시간 반 정도 떨어진 Swanton Berry Farm.

10시 반쯤 농장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오전에 계획이 있으면 늘 그렇듯, 늦게까지 푹 주므시는 개비 정1

오전 9시; 잠 자는 굴 속의 개비 정

오전 9시; 잠 자는 굴 속의 개비 정

개비 정이 깨기를 기다리면서, 나름 팬시하게 점심을 싸 보겠다고 야심차게 팔 걷고 나섰는데, 결과는 그냥 냉장고에 있던 풀무원 유부초밥 조립 + 집에 있는 주먹밥 틀로 유부 다 쓰고 남은 밥, 모양 내기(그래도 개비 정은, “나비”라며 좋아라 해줌).

오늘의 점심, "나비"초밥

오늘의 점심, "나비"초밥

그 사이 (내가 커튼 다 걷어서 억지로) 일어난 개비 정은, 옷 입고 씻고 내려오니 약 10시. 잠 다 안 깬걸 억지로 끌고 나왔더니, 가는 길 내내 차에서 졸면서 감. 졸리기도 하고, 딸기밭이 다소 위압적으로 무성해서인지, 처음 도착해서는 겁을 먹은듯 안 떨어지던 개비 정. 조금 지나서는 갑자기 왠 신바람이 나서 딸기밭을 향해 열심히 질주.

무성한 딸기밭에 도착한 개비 정

무성한 딸기밭에 도착한 개비 정

먼저 도착해 있던 프랜시스 킴친절한 윤언니는 이미 딸기를 한 보따리씩 재배해서 전문가가 되어 있는데, 실력도 의욕도 그닥 없고, 있는 거라고는 겁만 잔뜩 있는 개비 정은 그저 딸기밭 주변에서 어슬렁 어슬렁 …

포토제닉 프랜시스 킴

포토제닉 프랜시스 킴

보다못한 선구자, 친절한 윤언니가 딸기재배의 입문부터 실천까지 차근차근 가르쳐 주고, 심지어 실습용으로 본인의 바구니까지 무상 임대해줌.

친절한 윤언니의 딸기재배입문

친절한 윤언니의 딸기재배입문

부드럽지는 않은 손길

부드럽지는 않은 손길

한 네개쯤 땄을까, (바구니에 쌓인건 거의 다 내가 딴거;;;) 이젠 배고프다며 그만 따잔다. 다른 가족들은 한 가득씩 담은거, 나랑 개비 정은 겨우 2 파운드 담고 시마이.

노동 후 점심 시간

노동 후 점심 시간

다른건 몰라도, 먹음에 대한 준비, 마음가짐, 그리고 태도만은 철저한 개비 정. 밥상에서 초밥, 블루베리, 애플소스, 요거트 다 사이 좋게 나눠 먹었다. 개비 정의 식단과 식성이 요즘 하루가 다르게 이처럼 거대해지고 있는데, 그에 따라 몸도 곧 거대해지지 않을까 걱정도 안되진 않는다 … 뚱뚱돼지 되면 싫은데.

간만에 푸른 하늘

간만에 푸른 하늘

점심 다 먹고, 우리의 보잘것 없고 부끄러운 딸기 두 파운드는 꼭꼭 숨겨둔채, 남의집 딸기로 대잔치를 벌였다.

친절한 윤언니와의 딸기 대첩

친절한 윤언니와의 딸기 대첩

먼 길 왔는데, 그냥 가긴 다들 아쉬워서, 근처 산타 크루즈 시내에 있는 벌브 커피로 이동. 길가에 주차 공간을 찾아서 차 대고 있는데,

개비 정: 장난감 구경 할래

아빠: ????

개비 정: 저어어기. 라이온킹도 있고, 엘사도 있게, 신데렐라도 있어. 장난감 구경 할래

정신 차려 보니, 아뿔싸 … 하필 차 세운 곳이 왠 만화 가게2 앞 … 결국 차 한 번 잘못 세웠다가, 벌브에서 커피 마시고, 개비 정 갑자기 (또!) 배고프다고 해서 파스타 샐러드/쿠키 사 먹고, 돌아오는 길에 다 같이 만화 가게 들러서, 개비 정의 백만번째 엘사 장난감 하나 추가로 구입 …

산타 크루즈 벌브 커피 인증샷

산타 크루즈 벌브 커피 인증샷

이번주는 최근 주말에 비해 활동량이 적어서 개비 정 안 잘 줄 알았는데, 이제 습관이 된건지 (설마?!) 아니면 아침에 덜 깼던게 타격이 있었는지 (아마도), 오늘도 개비 정은 차에서 귀가취침을 취하심.

귀가취침

귀가취침

이렇게, 딸기 따러 갔다 신나게 놀아제낀 날도 무사히, 끝.3

요약

이동거리: 약 110.3 마일 (177.5 km)

  • 집 – 딸기농장: 54.9 마일
  • 딸기농장 – 산타크루즈 시내: 12.9 마일
  • 산타크루즈 시내 – 집: 42.5 마일

경비: $38.38

  • 딸기 2 파운드: $9
  • 커피: $9.81
  • 간식: $10.86
  • 엘사장난감: $8.71

  1. 난 개비 정을 실제로 “개비 정”이라고 부르는 적이 없는데 (개비 정 한글 이름 있음), 최근 갑자기 지 입으로 “내 이름은 개비 정이야”라고 함. 블로그 말고는 개비 정이라는 이름을 쓰질 않아서, 아마도 블로그를 보는 누군가가 내 딸에게 개비 정이라 칭한게 아닐까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오묘한 상황 …
  2. 정말 개비 정이 떼 쓰는 바람에 어쩔수 없이 끌려 들어가긴 했는데, 블로그질 하느라 방금 검색해보니, 40년 된 역사가 있는, 나름 유명한 곳이었나보다;;;
  3. 이번주 포스팅이 다소 성의 없게 느껴졌다면, 그건 실제로 성의가 덜해서다. 핑계를 대자면, 주중에 일이 밀리고 밀릴 정도로 요즘 무척 바빠져서, 주말 저녁에 한가하게 블로그질을 하고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한 시간 넘게 쓰고 앉아있었지만;;;). 그치만 나름 올 한 해 결단한 일인만큼, 프로젝트 욕 먹고, 졸업이 늦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안 쓰고 넘어갈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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