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간조기 해변 놀이

겨울 중에는 캘리포니아 해변 간물 때에 바닷물이 많이 빠져서 게, 문어, 갯 민숭 달팽이(nudibranch 구글번역;;;) 등을 볼 수 있는 곳들이 있다. 타호 악천후 운전 경력자 원하오를 따라 타호를 갔던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에는 야외 활동 전문가 마샬과 엘리제 부부의 조언을 받들어, 간조기 해변 놀이를 가보기로 했다! 장소는 우리 집에서 차로 약 50분 떨어진 Fitzgerald Marine Reserve.

보통, 해수면 높이가 1 피트 미만으로 떨어져야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당일 해수면 높이표를 참고해서 세운 계획은,

당일 해수면 높이표

당일 해수면 높이표

  • 10시에 출발
  • 도착해서 (해변이니까) 모래 놀이를 좀 하다가
  • 점심을 천천히 먹고
  • 유모차 태워 해변가 산책을 여유지게 하다가 (이 때 잠깐 낮잠 들면 금상첨화!)
  • 두시쯤 본격적인 탐험 시작!

… 이었는데, 개비 정님은 다일 10시가 다 되어서 기상하심.

당일 오전 9:45 실황

당일 오전 9:45 실황

정말, 귀신 같이 계획이 있는 날만 골라서 늦잠 자는 은사가 있으시다.

원래, 개비 정과 함께라면 계획대로 되는 일이 그닥 없는지라, 여유 있게 준비하다가, 아침도 든든히 챙겨먹고 천천히 출발 … 하려다가 날이 너무 추워서 좀 더 따듯하게.

중무장

중무장

다행히, 최근 계속 된 폭우/홍수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안 나왔는지, 차가 전혀 막히지 않아서, 계획에 큰 차질 없이 목적지에 도착!

오늘의 목적지, Fitzgerald marine reserve!

오늘의 목적지, Fitzgerald marine reserve!

역시나, 오전엔 아직 수위가 높아서, 배 고파하는 개비 정과 점심부터 먹고 오기로 함. 각종 서비스를 통해 검색을 해본 결과, 걸어서 갈 수 있는 근처에는 달러 싸인($) 세 개짜리(i.e., 존나 비쌈) 이태리 음식집 하나와, 달러 싸인 한 개짜리 피자집, 그리고 맥시칸 음식집.

아빠: 우리 피자 먹을까, 타코 먹을까?

개비 정: 타코.

아빠: 타코 뭔지 알아?

개비 정: 어? 뭐?

아빠: 피자 먹을까, 타코 먹을까?

개비 정: 타코.

그래서, 맥시칸 식당을 갔는데 … 가보니까, 기사 식당 느낌의, 여기저기 파리들도 날아 다니고, 테이블과 의자벤치는 죄다 쫀득 거리고, 뭔가 카드 결제도 안될 것 같은 느낌의 그런 곳!

평소의 개비 정이라면 기겁을 하며 달려 나갔을 텐데, 오늘은 터벅터벅 (적잖이 지저분한) 테이블에 가서 앉더니

개비 정: 아빠, 타코 가져와.

그래서, 타코 두 개와 퀘사디아 두 개 시켰는데 … 아뿔싸, 치즈/돼지고기 퀘사디아만 빼고 나머지는 다 매콤한거;;; 고개를 무한 조아리며 굶주린 개비 정에게 사과하고, 타코는 아빠가 다 먹고, 개비 정은 안 매운 퀘사디아만 먹기로 함. 그런데, 분위기와는 다르게 (혹은, 어쩌면 분위기에 걸맞게?) 음식이 정말 맛있었다. 개비 정도 제법 큰 퀘사디아 하나를 혼자 다 먹어 치움.

사진만 보면 다 그럴싸해 보임

사진만 보면 다 그럴싸해 보임

배도 부르고, 아직 간물 때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아서, 밥 먹은 후 운치 있는 시골 해변 동네 산책.

해변 시골 동네, 그리고 고양이

해변 시골 동네, 그리고 고양이

빠질 수 없는 셀카 시간

빠질 수 없는 셀카 시간

해변을 향하여

해변을 향하여

천천히 걸어서 해변을 향해 와보니, 오전과는 확연히 다르게 바닷물이 빠지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물 빠지고 있는 해변; 오전/오후

물 빠지고 있는 해변; 오전/오후

둘 다 처음 와보는거라, 딱히 뭘 어떻게 해야 될지 몰랐지만, 일단 모래가 있기에 자리 잡고 모래 놀이부터 조금씩 시작해보기로 했다.

촌스럽게 자리 잡고, 모래 놀이부터 …

촌스럽게 자리 잡고, 모래 놀이부터 …

매 상황/시기에 적절한 의상을 몹시 신경쓰는 개비 정, 앉자마자 가방에서 “물놀이 신발”로 갈아신기 바빴다.

진짜이모가 보내주신 물놀이 신발

진짜이모가 보내주신 물놀이 신발

물이 빠지면서, 처음 눈에 띈건, 바위 위로 일광욕 하러 나온 바다표범들!

바다표범 일광욕

바다표범 일광욕

바다표범을 신호로, 우린 본격적인 탐구 관찰에 나섰다. 개비 정, 처음에는 낯설고 다소 위협적인 환경(가끔 파도도 치고, 보기에는 좀 날카롭기도 한 바위들) 때문인지 머뭇머뭇 하다가, 첫 수확(?)을 거둔 후, 용기를 얻고 보다 적극적인 탐구정신을 발휘하기 시작.

첫 수확

첫 수확

물론, 자연 보존을 위해, 실제로 “수확”을 하거나 훼손하지 않도록 주의 해야하기 때문에, 개비 정에게 만지면 안되고 보기만 하는거라고 거듭 강조. 그 뒤로, 개비 정은 무척 아쉬워하면서 “관찰모드”로, 자신의 체력/유연성이 허락하는 한계까지 최대한 가까이 보기 위해 안간 힘을 씀.

관찰 모드 개비 정

관찰 모드 개비 정

온갖 것들을 다 구경하다 보니, 어느덧 시간은 네시가 가까워 졌다(개비 정과 함께 하는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갈 수 있음에 나도 사뭇 놀람). 허나, 두 시간이 넘도록 찾아 다님에도 불구하고, 정작 여행의 주된 목적이었던 갯 민숭 달팽이(nudibranch)는 단 한 마리도 포착하지 못했다. 아쉬움에, 여행을 추천해준 야외 활동 전문가 마샬/엘리제 부부에게 문의 문자를 보내보니, 지금 본인들도 오고 있는 중이니, 조금 기다리면 와서 찾아주겠다는 것!

결국, 마샬 삼촌이 찾아준 갯 민숭 달팽이 관찰 성공!

실물로 만나본 갯 민숭 달팽이

실물로 만나본 갯 민숭 달팽이

사진이 아쉬울만큼, 실물로 만나본 갯 민숭 달팽이는 화려했다. 마치 물 속에서 네온 간판이라도 켜 놓은듯, 형광색으로 빛나는데 … 정말 어이가 없는건, 내가 열심히 찾아 볼 때는 안 보이던게, 마샬 삼촌이 와서 찾아주면 보인다는 것;;; 이래서 경력은 무시 할 수 없는 건가 보다.

갯 민숭 달팽이에게는 사실 특별히 큰 관심이 없던 개비 정, 엘리제 이모가 동반한 탐험가 전문 용품 “찌르기 봉”을 득템하고서는 기존에 없던 에너지를 발휘해서 온갖 것을 휘젓고 다니기 시작함.

탐험가 전문용품, 찌르기 봉

탐험가 전문용품, 찌르기 봉

찌르다 보니, 역시나 금방 흘러버린 시간. 어느덧 다섯시 반이 되어서, 아빠도 개비 정도 추위에 부들부들 떠는건 둘 째 치고, 바닷물이 급속도로 밀려들어오기 시작. 우린 쫓겨 나듯, 해변 탐험을 마무리하고 급하게 집을 향해 출발.

긴장과 흥분, 그리고 계속된 관찰/탐험의 육체적 노동 때문인지, 차에서 쉽게 잠 들지 않는 개비 정은 출발하고 첫 신호등에 서기도 전에 잠 드심.

돌아오는 길에 잠든 개비 정

돌아오는 길에 잠든 개비 정

이렇게, 개비 정은 물론, 아빠가 더 신났던 간조기 해변 놀이/관찰/탐험도 무사히, 끝.

요약

이동거리: 약 60 마일 (97 km)

  • 우리집 – Fitzgerald Marine: 왕복 60 마일

경비: $15.7

  • 점심(타코2;퀘사디아2;음료1) $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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