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에는 아빠 친구의 40번째 생일을 축하해줄 겸, 오랜만에 둘이서 필러 포인트 해변을 다녀왔다.
필러 포인트는 집에서 약 한 시간 떨어진, 댐(?) 같은걸로 바다를 막아 놓아서 잔잔한 파도를 즐기며 놀기 좋은 항구.
사실, 예전에 훌륭한 절세미녀™ 엄마와도 함께 한 번 갔던 터라, 별 생각 없이 시간 맞춰 달려 갔는데 … 도착해서 아무리 찾아봐도 친구 일행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눈치 100 단 개비 정은,
개비 정: 아빠, 우리 길 잃은거야?
아빠: 아니, 그냥 잘 못 온 …
개비 정: 어우~~~ 어뜩해? 집에는 갈 수 있어?
아빠: 다시 잘 찾아 가면 …
개비 정: 구글은 길 알아?
아빠: 구글은 여기래. 근데 친구들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게 …
개비 정: 아빠 친구한테 전화 해봐. 그럼 되잖아.
아빠: 아 …
전화해보니, RV로 해변에서 캠핑 중인 친구 일행은, 약 10분 떨어진 RV 캠핑장에 있다고 …
아침에 집을 나서며 바다에 간다했더니, 패기 있게 본인은 수영을 해야 한다며 수영복을 반드시 챙겨 가야만 하겠다던 개비 정. 우리가 간 해변은 워낙 물이 차갑기로 유명한 곳이라, 걱정하고 있었는데, 막상 밀려 오는 … 이라기에는 정말 잔잔하게 흐르는 … 바닷물을 보더니
개비 정: 아빠아아~!!!! 파도가 오잖아!!!!!!! … 무서워. 안 할거야.
… 하며 급하게 줄행랑.
개비 정 파도 무섭다고 달아 나는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심했던지라, 난 일찌감치 물에 발 담그는 것 조차 포기하고, 바로 모래 놀이 직행.
그리고서 개비 정은, 내가 내 친구들과 게임도 하고 밥도 먹는 약 세 시간 동안, 혼자 모래 속에 처박혀서 열심히 놀아 줬더라는 … 이제는 정말 인간이 다 되었음을 절실하게 느끼는 하루였다.
이렇게, 40대에 들어서는 친구를 위로하며 해변에서 지낸 날도 무사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