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풀 파티

이번 주말에는 훌륭한 절세미녀™ 엄마가 절친 결혼식 참석을 위해 시애틀을 다녀오는 바람에, 오랜만에 개비 정과 단둘이 시간을 보냈다. 지난 주말, 요세미티 다녀오자마자 바로 다음날 친절한 윤언니와 함께 가서 신나게 놀았던 교내 분수대를, 개비 정이 한주 내내 또 다시 가자고 졸라서, 오늘은 (블로그 단골) 동네친구 주한이와 함께 다녀왔다.

요즘 독서(…라기보다는 그림 보며 큰 소리로 이야기 만들어 내기)1페파 피그에 흥미가 급증한 개비 정. 아마존 프라임 데이 때 받은 $10 쿠폰으로, $9.85 짜리 페파 피크 이야기 책 하나 사줬더니, 몇일 째 그것만 들여다 봄 …

까막눈 개비 정, 암기력 발휘 중 …

까막눈 개비 정, 암기력 발휘 중 …

“독서”의 행위를 즐기는걸 봐서는 … 날 닮진 않은걸로;;;;

지난주에 친절한 윤언니와 왔을 때는, 한 세 시간 놀았는데, 저녁에 집에 가보니 수영복에 가려지지 않은 부위는 모두 새빨갛게 익었어서, 이번에는 철저하게 썬크림.

스스로 어린이(… 일 것 같지만, 저러고 나면 다시 다 해줘야함.)

스스로 어린이(… 일 것 같지만, 저러고 나면 다시 다 해줘야함.)

지난주에도 느꼈지만, 우리 학교 분수대는 어린이를 데리고 죽치기에 정말 최적인듯. 수질 관리를 거의 수영장 수준으로 잘 하고2, 드러 누워도 코는 밖으로 나올 정도로 얕아서, 개비 정처럼 겁 많은 어린이도, 마치 본인이 수영을 하는듯 착각하며 놀 수 있다!

마음만은 인어공주

마음만은 인어공주

… 부모로서의 책임을 져버렸다는 죄책감을 회피하는 범위 내에서, 아이와 충분한 거리를 유지하며 나만의 시/공간을 확보하기가 쉽다는건 금상첨화 … ㅡㅡ

따로 또 같이

따로 또 같이

물론, 실제로 날이 덥기도 하고, 분수대에서 놀아봤자, 할 수 있는거라고는 좀 첨벙거리고 가볍게 뛰어 다니는 것 뿐이라, 같이 신나게 놀아도 노력 대비 수익(?)이 높다. (그렇게, 분수대에서 하고 놀 수 있는건 딱히 없는데, 왜 애들은 그리 좋아하는지;;;)

같이 물 속에서 첨벙대며 놀기도 하고

같이 물 속에서 첨벙대며 놀기도 하고

동네친구 주한이를 기다리며, 오전에 교회에서 예배드리고 남아서 (개비 정이 사모님께 직접;;;) 받아온 도넛으로 배를 좀 채우며 놀다가, 주한이는 점심을 먹고 온다길래, 우린 바로 옆 학교 식당 중 버거/피자 등을 파는 트리 하우스에서 점심 테이크 아웃 해서 바로 다시 분수대로 돌아옴.

도넛 먹으며 휴식

도넛 먹으며 휴식

다소 가파른 언덕에 돗자리 펴고 앉아, 굴러 떨어지지 않게 애써 점심을 먹으면서도 마냥 분수대가 즐거운 개비 정. 꽤나 많은 햄버거와 감자칩을 벼락같이 해치우고서는, 꽃 반지 하나 만들어 끼고 바로 다시 분수대로 직행.

버거 먹은 손으로 만든 꽃 반지

버거 먹은 손으로 만든 꽃 반지

그렇게, 우린 12시쯤 도착한 분수대에서, 간식도 먹고, 점심도 먹고, 오후에는 동네친구 주한이네도 합류해서 또 한참 놀다가, 집에 도착해보니 오후 다섯시;;;

점심 후 다시 입수

점심 후 다시 입수

중간중간 썬크림을, 총 세 겹이나 덧발랐는데도, 잘 때 보니 어깨는 결국 또 새빨갛게 타서 옴 … (물론, 썬크림 열심히 바른 팔/다리/얼굴은 새빨갛지 않을뿐, 까맣게 탐.)

하루를 마무리하며 집에 와서 둘이 소파에 앉아 아이스크림 먹으며 티비 보는데, 평소에는 딱히 엄마나 아빠가 어디 가고 없더라도 찾지 않는 개비 정,

개비 정: 엄마는 분수대 한 번도 못 갔네?

아빠: (어디 밑밥을 깔려는 수작이지?ㅡㅡ^)

개비 정: 엄마랑 셋이 가면 지~~~인짜 좋아할거 같아, 그치? 공놀이도 하고.

아빠: 엄마랑 같이 또 갈까?

개비 정: 한 번 물어볼까? 엄마도 가고 싶은지? … 엄마가 오면, 아빠가 물어보고 알려줘.

요즘은 또 가끔 이런 어른스러운(?) 말투와 표정/행동을 부쩍 흉내내는 개비 정. 웃기면서도, 조금은 나의 언행이 두려운 …

이렇게, 새까맣고 새빨갛게 마르고 타도록 학교 분수대에서 물놀이 한 날도 무사히, 끝.


  1. 실제로 글씨를 읽는건 전혀 아니고 (개비 정은 아직 완전 까막눈 …), 그림을 보면서, 본인이 유튜브 혹은 다른 사람이 읽어줬을 때 등 다른 매채를 통해 듣고 기억한 내용을 되짚어 가며 큰 소리로 이야기를 만들어 “읽는”다.
  2. 학기 중에는 실제로 학부생들이 수영복 입고 다니며 교내 곳곳의 분수대에서 맥주 까고 “풀” 파티를 자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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