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는 우리 교회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여름 성경학교를, 과감하게 요세미티 국립 공원으로 다녀왔다.
요세미티는 우리 집에서 운전해서 4~5 시간 거리. 지난 몇 주 간 놀러 오셨던 마이 할머니/할아버지께서 마침 한국으로 귀국하시는 날이라, 공항으로 모셔다 드리고 바로 출발.
두 시간 쯤 지나서, 배가 좀 고파 구글 맵에서 대충 찾아보고 가까운 피카소 델리를 들러 점심을 먹는데, 기대 이상으로 환상적인 맛의 샌드위치! 아마도 내 평생 먹은 샌드위치 중 거의 최고로 맛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
숨겨진 맛집을 우연히 발견한 기쁨에 힘 입어, 다시 기운 내서 남은 두 시간은 훌절™엄이 운전해서 고고씽~ 개비 정은 샌드위치 집에서 갑자기 혼자 머리를 막 묶기 시작하는데, 이제는 정말 제법 그럴싸하게 머리도 묵는, 우리의 육아 철학/의도와는 무관하게 스스로 여자여자한 개비 정.
이하 이번주 사진은, 함께 요세미티를 다녀온 가족 간에 공유한 거대 앨범에서 선별한 관계로, 누가 어느 사진을 찍었는지 불분명한 면이 없지 않음.
사진 찍으신 분: 혹시 내렸으면 하는 사진이 있으면 조용히 알려주심 기분 좋게 바로 내릴게요^^
사진 보시는 분: 내가 올렸다고 해서 꼭 내가 찍었다고는 생각하지 마시고, 목사님과 사모님을 포함한 울 교회 여러 작가님들의 실력을 만끽하고 가시길 …
요세미티 성경학교 숙소는, 등산의 달인, 오름 안상현 목사님께서 몇 달 전부터 힘들게 예약해 주신, 자연 속의 오두막식 텐트! (… 텐트식 오두막? idk …)
저녁 먹기 조금 전에 도착한 우리는, 취사가 가능한 강변 목사님네 숙소로 모여 물놀이를 하면서 저녁 준비~
물 만난 개비 정(과 다른 교회 어린이 친구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물 속에서 노는 사이, 우린 사모님이 준비해주신 불고기, 제육볶음 등 진수성찬으로 알찬 저녁 식사. (어찌나 알차던지, 그 많은 교인이 저녁 식사 사진 한 장을 안 남겼네;;;)
아무리 배가 부르고 맛있게 저녁은 먹었을지라도, 캠프를 온 이상 캠프 화이아는 없을 수가 없는지라! 장작나무 쌓아 붙인 불에 소세지도 구워 먹고 스모스도 배터지게 먹음.
해가 조금씩 지면서, 새 하얗던 요세미티 화강암도 새빨갛게 물들고, 우린 일단 각자 숙소로 돌아가서 씻고 잘 준비를 하기로 하고 해산.
잠에 강한(?) 개비 정과 친절한 윤언니는, 목사님 인솔 하에 늦은 저녁(10시) 산 속 별을 보러 램프 들고 잠옷바람 재회!
깜깜한 저녁에 별도 보고 들어와서, 천막 같은 숙소에서 우리 공주공주한 개비 정이 과연 어떻게 적응을 할지 조금은 걱정도 했었는데 …
개비 정: 아빠~ [개비]는 곰돌이 이불이 아주 따듯하니까, 엄마랑 아빠가 이거 이불 남은거 가져 가, 알았지? 추울 수 있으니까.
개비 정: 엄마~ [개비]는 곰돌이 이불에 베게 있으니까, (숙소에 비치된) 이 베게는 필요 없어. 엄마 가져갈래? (엄마 침대와 천막 벽 사이에 베게 껴 넣으며) 여기 이렇게 놓자, 엄마 “쿵”해서 아야 안하게. 알았지? 이렇게 하고 자면 되.1
첫날 밤 사이, 근처 다른 산에 큰 산불이 나서 전기가 끊겨버린 요세미티. 사실, 전기 없이 생활 할 만반의 준비는 해 온 터라, 큰 걱정은 없었지만, 밖에 가로등이 죄다 꺼져버리고 나니, 저녁 내내 천막 안이 칠흑같이 어두운게 문제2. 혹시라도 개비 정 깼다가 다시 못 잘까 조마조마 했지만, 다행히 해가 뜰 때까지 별 탈 없이 잘 잠.
그렇게, 요세미티 성경학교의 첫날은 무사히, 끝.
전기가 끊기는 바람에, 화장실/샤워실 등 안에만 들어가면 아무것도 보이질 않아서 … 우리 가족은 일체 세면을 포기하고 바로 아침 (얻어) 먹으러 다시 목사님 숙소로 향함.
역시나, 전기부재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도착하기 전부터 이미 아침에 먹을 샌드위치와 커피, 라면 등등 다 마련해 놓으신 오름 안상현 목사님과 사모님! 우린 그저 한량 같이 낚시의자에 앉아 맛있게 받아 먹기만 …
배불리 먹고 마신 뒤, 또 다시 하루의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모두 재정비.
제아무리 오름 안상현 목사님이라지만, 어린이 8명을 데리고 숲 속 산을 비집고 들어와 보시긴 또 처음인지라, 우린 보다 조심스럽고 비교적 편안한 일정으로 가벼운 산책을 나섬.
날이 생각했던 것 보다 좀 더워서, 약간 힘들어하긴 했지만, 그래도 꽤나 혼자 걷기도하고 씩씩하게 잘 따라 다닌 개비 정.
개비 정: (똥꼬에 낀 바지를 힘겹게 뽑아내면서) 아이고~ [개비]는 에브리 데이 똥꼬 껴~
우리가 가볍게 오른 곳은, 요세미티의 높은 폭포/낮은 폭포 중 상대적으로 낮은 곳에 위치한 “낮은 폭포”. 오르는 길이 꽤나 힘들었는지, 개비 정은 폭포에 도착해서는 그늘에 가린 큰 바위 하나 찾아서 앉더니
개비 정: (자기 옆에 바위 빈 자리를 손으로 턱턱 치면서) 엄마~ 아빠~ 여기 와서 앉아. [개비]가 시원한 스팟 세이브 했어. (역: 그늘에 시원한 바위 자리 맡아놨으니까 와서 앉아라) 더우니까 여기서 좀 쉬자~ 아라찌?
요리조리 눈치 보다가, 사모님이 내려 갈듯한 모양새를 취하시니, 지 부모는 나몰라라하고 사모님 따라 하산 해버린 내림 개비정 선생. 거의 다 내려왔을 때쯤, 산 아래에서 보이는 폭포가 멋있어서 훌절™엄 사진을 찍어주는데, 그걸 보더니 우릴 배경으로 폼 잡고서는 사모님한테 사진 찍어달랬더라는 … ;;;
등산을 마치고 내려와서는, 목사님과 사모님이 아침부터 챙겨주신 핫도그/음료수/과자 도시락을 까먹으며, 오후의 여러가지 일정을 논 함.
래프팅, 다른 더 길고 멋진 트레일 등산, 시원한 호텔 로비 노숙, … 등 여러 의견이 오가던 가운데, 결론은 …
한결같이 물놀이를 외치는 어린이 친구들의 요구에 따라 강변에 아예 텐트/돗자리/낚시의자 다 펴 놓고 죽치기로.
물 속에서 한참을 놀던 개비 정, 지 상체 만한 작은 바위 하나를 발견 하더니 그 위에 엎어져서는,
개비 정: [개비] 머메이드야~ (발을 동동 구르며) 스플레쉬~ 스플레쉬~ 하면서 이렇게 푸~ 푸~ 하는거야~~
… 라며 힘겹게 어설픈 윗몸일으키기(?) 같은걸 하길래, ‘뭐하는거지? 수영을 제대로 가르쳐야 하나?’ 생각을 하던 찰나, 더 자세히 보니 …
우린 그렇게 물가에 텐트와 돗자리를 펴 놓고 간식도 먹고 물에도 들어가고 하며 한가로운 오후 시간을 보냄.
물가 물이 워낙 얕아서, 조금은 방치도 해놓고 우리끼리 수다도 떨고, 주변 경치도 즐기고 하다가 …
결국은 다른 활동을 할 용기와 기운을 내지 못하고, 우린 그대로 강변에서 피자까지 사와서 먹고 하루를 한가롭게 마무리.
본래 계획은 요세미티에서 하룻밤을 더 묵는 일정이었는데, 저녁에 되도록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서, 그리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안 그래도 잘 안 자는 개비 정을 재울 자신이 도무지 없어서, 자칫하다가는, 불키라며 성질 부리는 개비 정을 태우고 새벽에 집으로 향하는 불상사가 날까 두려워서 … 우린 이른 저녁 요세미티를 떠나 다시 집을 향함.
이렇게, 목사님과 사모님의 철저한 준비와 헌신으로 어린이 군단이 기적 같이 한가롭게 요세미티를 다녀온 날도 무사히, 끝.
- 개비 정이 말을 처음 배우던 시절에는, 한 두 마디씩 짧고 임펙트 있게 해서, 잘 기억해 뒀다가 블로그에 기록하기가 참 좋았는데 … 갈수록 말도 많아지고 복잡해지면서, 이제는 걍 대충 했던 말들을 되새겨보며 개비 정 평소 말투를 최대한 살려 기록함. 개비 정의 끝 없는 수다를 당해 본 사람이라면, 이 글을 읽으면서도 “아~ 저 억양, 알지 … “하며 즐겁게 읽을텐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개비 정 특유의 화법/억양을 전달할 길이 없어 그저 아쉬울 뿐 … ↩
- 다 큰거 같은 개비 정의 아직 애기 같은 면모 중 하나는 … 깜깜하면 잠을 못잔다는거;;; 지금도 집에서는 저녁 내내 작은 등을 켜놓고 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