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 첫 발레 공연

우리집에서 약 30분 남쪽에 있는, 나름 큰 도시인, 산 호세의 뉴 발레 스쿨에서 하는 정기 공연의 일환으로, 어린이들을 위해 준비하는 짧고 저렴한 발레 공연이 있다길래, 세 가족이 다 같이 다녀 왔다.

발레 놀이도 벌써 5개월 차에 접어드는 개비 정도, 보다 심도 있게 발레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해서, 그리고 가격도 정말정말 저렴해서, 훌절™엄과 나는,

중고등학교 학예회 수준만 되도 볼만 하겠지

…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개비 정 발레 수업 마치고 공연장을 향해 갔다.

공연장소, 캘리포니아 씨어터에 대한 사전 지식 전혀 없이, 네비 찍고 가라는 데로 갔는데, 도착해서 보니, 생각과는 달리 아담하면서 분위기 있게 올드한 외관.

분위기 있게 올드한 캘리포니아 씨어터

분위기 있게 올드한 캘리포니아 씨어터

그런데, 옛날 영화에 등장하는 영화관일듯한 간판에 다다라서, 입구쪽으로 몸을 돌리는 순간, 전반적으로 앤틱한 느낌의 입구와 실내가 보이며, 의외로 웅장한 인상을 받음.

의외로 웅장한 입구

의외로 웅장한 입구

뭔가 웅장하고 공주로운 분위를 감지한 개비 정도, 급 흥분해서, 평소에 갈고 닦은 발레 실력을 뽐내며 몹시 흥분. 이런 아이들의 심리를 짐작했는지, 공연장으로 들어가는 길목에서는 갑작스러운 가판에서 티아라 머리띠가 절찬리 판매중;;;

티아라까지 사서 쓰고서 웅장한 공연장 내부를 이리저리 탐색하며 우린 공연 시작을 기다리는데, 공연장 구경만으로도 표 값은 뽑은 듯한 기분 …

애타며 기다리는 중

애타며 기다리는 중

공연은 총 45분. 우리 세 가족의 첫 발레 공연인만큼, 누가 잘하고 못하는지도 잘 몰라서, 그저 화려한 장면들에 마냥 좋아라하며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개비 정도, 처음에는 남들 박수 칠 때 막 따라 치고, 눈이 휘동그레지면서,

개비 정: [개비]는, 발레리나 애브리바디(역: 모두 다) 잘하는 거 같다.

개비 정: 텐(10) 예뻐~ (역: 엄청 이쁘다)

개비 정: 엄마~ 아빠~ 저기 발레리나가 그랑 주떼(역: 점프 동작)하는 거 봤어? [개비]도 잘 하는데1~

공연 시작 전

공연 시작 전

… 등 집중해서 잘 보더니, 40분쯤 지나서는, 흥미를 잃은건지, 아니면 최근 몇 일 아팠던게 아직 회복이 덜 됐는지,

개비 정: 다 끝났어? 집에 언제가? 힘들다 …

공연을 다 마치고,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고 오려던 원래 계획은 접고, 피로한 개비 정 데리고 집으로 바로 오는데, 오는 내내

개비 정: 발레리나 언니들은 진짜 텐 이쁜거 같아.

아빠: [개비]는 누가 제일 잘하는거 같아?

개비 정: 에브리 바디 잘 해. 다 너무 이뻐.

아빠: [개비]도 커서 발레리나 할래?

개비 정: 아니.

이렇게, 우리 가족 첫 발레 공연 나들이를 다녀온 날도 무사히, 끝.


  1. 잘 못함. 열심히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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