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발레 교실 체험

계속 발레를 하고 싶다면서 티비 앞에서 어설프게 혼자 빙글빙글 도는 연습하는 개비 정 안쓰러운 마음에, 이번 주말에는 발레 교실을 알아보고 무료 체험 수강을 다녀와 봤다.

투투는 한국에서 마이 할머니 협찬. 신발은 하나님 협찬 (맨발)

투투는 한국에서 마이 할머니 협찬. 신발은 하나님 협찬 (맨발)

개비 정과 주말에 발레 교실 체험을 갈 생각에, 주중에는 열심히 집 근처에 어떤 발레 학교(학원?)들이 존재하나 조사해 본 결과,

  • 생각 보다 발레를 가르치는 곳이 주변에 아주 많다
  • “발레를 가르치는” 곳의 종류가 크게 세 분류로 나뉘는데:
    1. 전문 발레 학교: 발레를 정말 발레롭게(?) 배우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곳으로 추정 됨. 이름부터가 “(화려한 프랑스어 혹은 누구누구 선생님의) 발레 학교”이며, 대체로 어린 아이부터 성인까지 폭 넓은 학생들을 수용. 진짜 학교처럼 등록을 할 수 있는 기간이 1년에 한~두 번씩 있다. 수강을 위한 최소요구장비(?), 예를 들어 “타이즈에 투투, 그리고 바레 신발 필수”, 사양도 비교적 구체적으로 있다.
    2. 무용 교실 발레 학과: “어디어디 댄스 교실” 식의 이름으로 설립 된 다소 큰 단체에서, 여러 종목 중 하나로 발레를 가르치는 곳. 웹사이트를 통해 받는 인상은, 이런 곳은 굳이 발레를 발레롭게 하기 위해서 보다는, 운동의 일종으로 발레도 한다는 느낌의 곳 … 이랄까? 수강 모집 인원은 보통 어린 아이부터 중/고등학생까지 인듯. 전문 발레 학교에 비해 가장 크게 다른점은 (1) 등록의 기회가 더 많고 (2) 장비 요구 사항이 좀 더 널럴 하다는거? 예를 들어, 등록은 “자리가 있으면 언제나 등록 가능. 하지만 진도를 따라 잡기 위해 개인 교습이 필요할 수 있음” 식이고, 장비 요구 사항은 “움직이기 편한 타이즈와 발레 신발등과 같은 미끄러지지 않는 신발”1.
    3. 발레를 빙자한 공주놀이 교실: 일단 모집 인원이 2~6살 사이. 교실 사진 등을 보면, 전문적인 발레 봉(?)이나 거울 같은거 보다는, 분홍/보라색 위주의 귀엽고 공주스러운 장식 위주. 등록도 자유로운 편(“진도”의 개념 따윈 없는듯)이고, 장비 요구 사항은 “투투, 타이즈, 발레 신발을 권장하지만, 움직이기 편한 옷이면 다 됨. 신발이 없으면 미끄러지지 않게 맨발을 권장함.” 정도.

개비 정을 평생 관찰해 온 결과 짐작컨대, 개비 정이 원하는건 아마도 발레를 빙자한 공주놀이 교실일거라2, 우린 그중 가장 스샷이 샤방샤방하고 공주공주해 보이는, 이름에 조차 “투투”가 들어간, 투투 발레를 선택해서 1회 무료 수강을 신청했다.

예측을 못했던 건 아니지만, 일주일 내내 주말에는 발레를 갈거라며 흥분해 있던 것에 반해, 처음 도착한 개비 정 반응은 수줍음과 공포. 마루(?)에 다른 학생들이 다 같이 둘러 앉아 준비 운동을 시작하는데, 개비 정은 내 바지를 붙잡고 같이 가자는거. 그래서, 일단 손잡고 함께 다른 친구들 모인 곳까지 같이 가서 자리 잡는 걸 도와주고 난 다시 다른 부모들도 다 기다리고 있는 대기장소3 같은 곳으로 나옴.

소품의 등장과 함께 마음이 열리기 시작

소품의 등장과 함께 마음이 열리기 시작

처음에는 잔뜩 겁먹어서 아무것도 못하더니, 조금씩 따라하려고 노력하던 개비 정. 준비 운동과 기본기(라기 보다는 스트레칭) 연습이 끝나고 개비 정 취향 저격 소품들이 등장하자 갑자기 용기를 얻으며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

가끔은 이런 발레로운 장면도 연출 됨 …

가끔은 이런 발레로운 장면도 연출 됨 …

… 하지만 다소 자유로운 공주놀이 분위기가 지배적임

… 하지만 다소 자유로운 공주놀이 분위기가 지배적임

수업이 끝나고 발레 계속 하고 싶냐는 질문에 격하게 끄덕이며 맨날맨날 발레 하고 싶다는 개비 정 반응을 보고, 그 자리에서 일단 한 달을 등록하고, 우린 점심 먹으러 오팬하로 향함. 생에 첫 공식적인 공주놀이에 심취한 개비 정은, 밥 먹으러 가는 길 차 안에서,

개비 정: 엄마. 우리~ 집에 가서~ 발톱 칠할까? 핑크색? 어때? 좋은 생각이지?

원래 오늘의 계획은 오전에 발레 교실을 갔다가, 개비 정이랑 둘이 등산을 가는거였는데, 이번주에 비가 많이 와서 산은 미끌거린다길래, 그리고 마침 연간 회원권 끊었던 길로이 가든이 이번 시즌 마지막날이라길래, 우리는 길로이 가든을 가기로 했다.

요즘 개비 정은 눈 크게 뜨고 웃는거 연습 중 …

요즘 개비 정은 눈 크게 뜨고 웃는거 연습 중 …

집에서 약 한 시간 떨어진 길로이 가든에 도착해서 주차 자리 찾고 있는데, 갑자기

개비 정: 어! 주한이 차다.

… 하는데, 자세히 보니, 정말 낯익은 동네친구 주한이네 차가 주차 되어있는거. 혹시나 해서, 동네친구 주한이네 아빠한테 연락해봤더니, 주한이네 가족도 마침 길로이 가든에 와 있다길래, 놀다가 만나기로 함.

우연히 마주친 동네친구 주한이

우연히 마주친 동네친구 주한이

지난번 겨울축제 이후로 부쩍 놀이기구 타기에 재미 붙인 개비 정(그러고 보니, 그 때도 동네친구 주한이랑—지 혼자—경쟁 붙어서 열심히 타기 시작했는데…), 오늘도 꼭 놀이기구를 많이 타야겠다는거.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는거니까’ … 하는 생각에, 일단은 이미 좀 익숙한 회전목마부터 탐.

개비 정: 아빠, 아빠는 저어어~~기 멀리 가서 다른거 말 타. [개비 정]은 언니라서, 여기서 혼자 탈거야. 나 잡지 마.

오늘 발레 교실에서 배운 꽃 자세 시전 중

오늘 발레 교실에서 배운 꽃 자세 시전 중

일단은 회전목마로 놀이기구 욕심을 어느 정도 잠재우고, 평소 때 처럼 우린 길로이 가든을 유유자적하게 산책.

길로이 가든의 매력은, 신나는 놀이 기구 보다는, 넓은 정원 처럼 꾸며진 여유로움인만큼, 우린 맑은 공기를 즐기다가, 그 전엔 들어가 본 적이 없었던 활동 센터(?) 같은 데를 들어가봤는데, 전자 현미경으로 돌도 자세히 살펴 볼 수 있는 등의 다른 여러가지 관찰 활동을 다 뒤로 한채, 개비 정은 오로지 색칠 공부에만 열중 …

여기까지 와서,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색칠공부를 굳이;;;

여기까지 와서,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색칠공부를 굳이;;;

색칠 공부 하는 곳으로 동네친구 주한이네 가정이 와주어서, 우린 개비 정 잘 꼬셔갖고 활동 센터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이젠 길로이 전통이 된 공룡 등 타기

이젠 길로이 전통이 된 공룡 등 타기

동네친구 주한이 만나서는 또 다시 놀이기구 열정이 불 타 올라서, 놀이기구를 하나 타고 …

… 더 많이 타러 가던 중, 놀이터를 만나게 되서, 놀이기구에 대한 열정은 온데 간데 없이, 개비 정과 동네친구 주한이는 물론, 주한이 동생 우진이까지 합세해서, 정신없이 놀이터에서만 놀았다;;;

경쟁심 붙으면 놀이터에서도 더 활발해지는 개비 정

경쟁심 붙으면 놀이터에서도 더 활발해지는 개비 정

놀다가, 동네친구 주한이네 가정은 다음 일정이 있어서 먼저 가고, 우린 다시 놀이기구 열정을 불살으러 감. 동네친구 주한이게 집에 가고 없음에도 불구하고, 개비 정은 신나서 놀이기구를 척척 탐.

나름 재밌게 탄다고 핸접했는데, 벌 서는 것 같은 …

나름 재밌게 탄다고 핸접했는데, 벌 서는 것 같은 …

심지어는, 지난 9월에 왔을 때 억지로 태웠다가 엄청 원망의 눈초리를 샀던 금붕어도, 혼자 타더니 만세 해가면서 신나게 타고 내려왔다.

지난 9월에는 원망의 눈빛으로 탔던 금붕어

지난 9월에는 원망의 눈빛으로 탔던 금붕어

다행히, 이유는 모르겠지만, 사람이 많지 않아서, 큰 기다림 없이 놀이기구를 탈 수 있었다. 개비 정이 탈 수 있는건 한 번씩 다 탄 뒤에도, 아쉬움이 남았는지, 회전 목마 한 번 더 타고 우리는 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

다시 타도 재미있는 회전목마

다시 타도 재미있는 회전목마

이렇게, 공주놀이 발레로 시작한 올해의 첫 주말나들이도 무사히, 끝.


  1. 사소해 보이지만 아주 큰 차이점은, 무용 교실 발레 학과는 대체로 “투투”에 대한 언급이 없는듯 했다는거 …
  2. 물론 등록을 받아 주는 곳도, 우리가 등록을 할 능력이 되는 곳도 그 뿐이더라는 …
  3. 떨궈 놓고 나오면 될 줄 알았던 나의 기대와는 달리, 수업이 진행 되는 45분 동안 연습실 바로 앞 대기실 같은 공간에서 부모는 대기 해야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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