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블로그를 시작한지 이제 1년하고도 약 두 달이 지났다. 거의 60주를, 한 주도 빠짐 없이 쓰는 사이, 개비 정은 별 일 없으면 저녁 9시부터 아침 8시 정도까지 푹 잠을 자는 어엿한 어린이가 되었고, 끝이 보이지 않던 내 박사 과정은 어느새 마무리 되어가고 있다.

이 시점에서, 이 블로그, 더 나아가 우리 가족의 지난날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날들을 계획 해보는 시간들이 필요할 것 같다 …

육아에서 동거로

육체적으로 한계에 부딪히고, 절대적인 수면량 부족으로 하루하루를 좀비처럼 끙끙대며 살아가던 시절들은 옛 추억이 된 반면, 이제는 철부지 고집불통 망나니와 연애라도 하듯 단 하루도 감정적으로 온전할 날이 없다.

너무 오냐오냐하며 잘해주기만 해서 성격 버릴까봐, 혹은 아무것도 못하게 자꾸 혼만 내고 말을 안들어줘서 성격 버릴까봐.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지 못하고, 잠재된 능력들을 펼쳐보일 기회를 충분히 주지 못할까봐. 못난 애비 탓에 펼쳐보일 능력 조차 잠재 되어있지 않을까봐 …

이렇게, 아빠와 나(DAM)의 핵심 취지로 “포기한다”던 육아는, 1년 사이에 (내가 기대하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자연스럽게 그 필요성이 사라져버렸고, 부모와 자녀 간의 다소 단면적인 육아가 있던 자리에, 이제는 훌륭한 절세미녀™ 엄마, 아빠, 그리고 개비 정, 세 사람이 한 지붕 아래에서 각자의 소명과 소망을 향해 달려가야하는 보다 복잡하고 입체적인 문제가 드러섰다.

개비 정의 모름이, 삶(?)과 교육을 통해 다름으로 변화하면서, 기존의 답답함을 능가하는 억울함을 경험하게 되고, “죽이지만 말자”던 단순한 목적이 “나쁜 사람이 되게 하진 말자”는 이기적이고 모호한 형태로 진화하면서, 나에게 아빠로서의 책임 이상으로 결정권이 생겨버렸다.

주말나들이의 끝

가족의 여러가지 변화와 더불어, 블로그의 주를 이루었던 주말나들이도 이제는 그 수명을 다 한 것 같다. 무엇보다도, 훌륭한 절세미녀™ 엄마에게는 혼자만의 시간을 준다던 주말나들이의 가장 근본적인 취지와는 달리 이제 훌륭한 절세미녀™ 엄마도 늘 함께 놀러 다닌다. 그 결과, 꼭 주말이 아니더라도, 기회와 시간이 되는대로 놀러 가기도 하고, 그만큼 주말에는 오히려 집에 틀어박혀서 티비 보며 쉴 때도 있다.

그래서, 규칙적으로 주말에 주말나들이를 올리기 보다는, 공유할 만한 일들이 있을 때마다 그에 맞게 글을 올려보고자 한다. (물론, 그 결과 블로그가 조용히 없어 질수도 … )

가족의 미래 지금

많은 변화를 지나왔고, 보다 많은 변화를 앞두고 있는, 어떻게 보면 아주 중요할 수도 있을 이 시점에서, 솔직히 1년 후 우리 가족의 모습이 어떨지는 상상을 못하겠다. 무얼 하고 있을지는 커녕, 어디에 있을지도 잘 모르겠는 이 현실이, 때로는 흥분이 되고 기대도 되지만, 그만큼 어쩔 때는 잠을 못이루게 하기도 한다.

이 시점에서, 연인으로서 아빠로서 학생으로서, 그리고 무엇 보다도 신앙인으로서, 내가 진심으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최선을 다해서 사는 일 뿐이다. 나의 여러 책임과 역할이 허락하는 제약된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해 일하고,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사람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 뿐. 그건, 우리의 미래가 보다 빛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지금 이 순간을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았다는 사실을 알고 지나가기 위해서.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잘되는 사람도 있는 반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둥빈둥 놀다가 잘 되는 사람들도 수두룩하다. 또, 그 누구 보다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았는데도 뜻대로 되지 않고 오히려 고생만 하는 이들은 더 많은 이 현실 속에서 내가 자신있게 내릴 수있는 결론은, 결과를 가지고 삶을 평가 할 수 없다는 거. 그래서, 지금의 내 삶을 근거로 내 과거를 평가 할 수 없을 뿐더러, 앞으로의 내 미래를 근거로 나의 지금을 평가 할 수도 없다. 어느 시점에서든지, 지금의 내 삶의 질, 의미, 목적을 결정 짓는 것은 오직 지금의 열심과 진심. 그래서 열심히 살고 열심히 사랑해야겠다.

공유 댓글
comments powered by Disq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