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입점(?)해서 그렇게 인기가 많다는 샌프란시스코 타르틴. 여기 5년 가까이 살면서 한 번도 안 가봤는데, 바로 옆에 있는 돌로레스 공원도 놀러 갈 겸, 이번주는 타르틴에서의 점심으로 시작한 샌프란 나들이를 다녀 왔다.
원래, 제대로 된 점심(샌드위치 등)을 먹을 생각으로 갔었는데, 막상 가서 보니, 타르트랑 에끌레어가 너무 매력적으로 생겨서, 개비 정과 훌륭한 절세미녀™ 엄마와 나는 셋이 타르트 세 개, 에끌레어 한 개, 레몬 티 빵 한 조각으로 점심을 대신 하기로 …
타르틴은 … 예상대로 (한국만큼은 아니겠지만) 제법 많이 기다리고, 가격도 많이 비쌌다(저렇게 빵 몇 조각에 $40 이상 …). 그치만, 명성만큼이나 맛있었다는. 특히 바나나 크림 타르트는 처음 먹어보는 환상적인 맛!
정신 없이 먹고 당분에 취해 우린 한 블럭 떨어진 돌로레스 공원으로 향함.
원래 주말에 늘 사람 많기로 유명한 곳인데, 그 간 계속 춥고 날씨가 안 좋아서였는지, 생각보다 여유로웠다. 개 들이 자유롭게 전력 질주하며 뛰어 노는 모습을 처음 본 개비 정은 걱정이 됐는지,
개비 정: (최대한 아줌마롭게) 어우~ 저렇게 빨리 뛰다가, 엄마 잃어버리면 속상해서 어떡해?
요즘 부쩍 사진 찍히는 데에 맛을 들인 개비 정. 온갖 포즈를 알아서 취함은 물론, 이제는 나름 원하는 장면을 연출(?)하기 시작.
개비 정: 아빠, 다리를 이렇게 [개비 정] 처럼 벌려봐
개비 정: 무릎도 이렇게 나 처럼 밑으로(역: 굽히라는 말이었음)
개비 정: 이빨 보이게. 이렇게 웃어봐.
그렇다고, 애가 뭐 사진을 잘 찍거나 포토제닉하다거나 하진 않고;;; 어색하기 짝이 없어서 문제지만 … 관심과 의욕은 넘치는 …
기대 이상으로 좋았던 날씨가 너무 아까워서, 우리는 차를 타고 10분 정도 떨어진 샌프란시스코 수목원으로 2차 고고씽
세계에서 (중국 다음으로) 목련을 가장 다양하고 많이 갖추었다는 샌프란시스코 수목원 … 에서도 폼 잡느라 정신 없는 개비 정
온갖 꽃과 허브(?)들이 한창이어서인지, 수목원은 상쾌한 꽃 향기가 가득.
처음에는 돌로레스 공원 놀이터를 뒤로 한 채 나온게 못마땅해서인지 좀 시큰둥하던 개비 정도, 꽃 냄새 좀 맡고, 햇 볓 좀 쬐더니, 신나갖고서는
개비 정: 엄마! 아빠! 지도 줘봐. 지도. 음 … 뭐 보러 갈까? 응? 라벤더? [개비 정]이 라벤더 찾아줄까? 우리 라벤더 보러 가자. 그래. 그게 좋겠어.
개비 정: 잘못하면 길을 잃어버릴 수도 있고, 그러면 슬퍼지니까, [개비 정] 잘 보고 따라와. 알았지?
근데, 지난 밤에 아빠 친구들과 함께 늦게까지 밖에서 저녁 먹고, 아침에는 교회 간다고 일찍 일어나서, 예배 마치고 바로 샌프란 오느라 낮잠도 안 잔 개비 정은, 점심 때 온갖 단 빵만 먹어서 당분에 취하기까지 해서, 걷잡을 수 없는 각성 상태에 돌입 … 피곤하면, 입부터 오버클럭 들어가는 우리 사랑스러운 개비 정 … 수목원에 잠깐 앉아서 쉬어 가라고 비치 된 나무 의자(?) 위를 방방 뛰어 다니면서,
개비 정: 엄마!!! 아빠!!! [개비 정] 뛰는거 봤어?
개비 정: 아빠도 하고 싶어? 이건 어려워서 아빠는 못해.
개비 정: 엄마와 아빠는~ [개비 정]한테 쫌 연습하면 할 수 있어
아빠: (하루 종일 걷고 너무 피곤해서 잠깐만 앉아서 쉬 … )
개비 정: 아빠 일어나봐. 와서 [개비 정]처럼 뛰어야지. 이~렇게 하면 되.
도무지 안 될 것 같아서, 끊임 없이 떠드는 개비 정 괜히 엄하게 혼내1면서 근처 해물 레스토랑으로 저녁 먹으러 감. 배가 적잖이 고팠는지, 개비 정은 웨이터가 테이블에 롤을 내려놓기가 무섭게 맨 손으로 재빨리 하나 집어 가더니 우걱우걱 먹기 시작해서, 혼자 롤 한 판을 거의 다 해치움;;;
개비 정은 그렇게 저녁을 금방 먹어 치우고서, 갑자기 카메라를 집어 들더니 사진찍기에 돌입.
개비 정: 엄마, 아빠를 이렇게 안아줘봐. 뒤에서. 이~~렇게.
식당을 나와서도 카메라를 목에 두르고 이것저것 사진을 찍다가, 어느 마술용품 가게 앞에 있는 포토존(?)에서 훌륭한 절세미녀™ 엄마와 나를 찍어주다가, 갑자기 지도 찍고 싶어졌는지
개비 정: 음 … 이제 엄마가 찍고, [개비 정]이랑 아빠랑 한 번 찍어볼까?
개비 정: [개비 정]이 토끼 할게. 아빠가 좀 들어줘야겠다. [개비 정]은 아직 좀 작으니까.
그렇게 9번가를 따라 올라 가다가, 우린 샌프란시스코 수제 아이스크림 집에서 다섯 가지 맛을 한 번에 먹어 볼 수 있는 플라이트로 이미 부른 배를 괜히 더 채우고 집으로 향함.
이렇게, 샌프란에서 기 빠지게 논 날도 무사히, 끝.
보너스: 개비 정 샌프란 사진 전
요즘 사진 찍고 찍히는 데에 푹 빠진 개비 정. 아래는 오늘 카메라 들고 다니면서 때로는 포즈까지 직접 연출하며 찍은 사진 모음. (사진 누르면 여러 장을 넘겨 볼 수 있음.)
- 무슨 이유로든지 한 번 엄한 목소리를 내면, 개비 정은 금방 삐져갖고 한 2~3분간 생각에 잠기면서 조용해짐. 그래서, 이러면 안되지만 … 너무 끝 없이 떠들어서 귀와 머리가 아플 때면, 가끔 별거 아닌 일로도 괜히 트집 잡아서 혼을 내게 된다 … 삐져서라도 좀 조용히 있으라고 … ㅡ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