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골든 게이트 공원

이번 주말은 교회 특강 참석하면서 지나가고, 대신 월요일이 마틴루터킹 데이로 휴일이여서, 훌륭한 절세미녀™ 엄마와 함께 세 식구가 샌프란시스코 나들이로 골든 게이트 공원과 그 안에 있는 캘리포니아 과학박물관, 그리고 일본 차 정원을 다녀왔다.

개비 정이 말이 점점 많아지고, 궁금한 것도 많아지고, 참견도 많아지면서, 이제 장거리 운전할 때는 사고의 위험이 있어서, 30분 이상 거리를 갈 때는 개비 정 전용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틀어주고 가기로 했다.

그 덕인지, 우린 몸도 (특히) 마음도 사고무탈하게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골든 게이트 공원에 무사히 도착. 워낙 큰 공원인지라, 하루만에 전체를 맘껏 구경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을 것 같아, 우린 주요 박물관 중 하나인 캘리포니아 과학 박물관(CAS)부터 방문했다.

CAS의 하이라이트는, 3층 높이의 인공 열대우림. 특히, 열대우림이 나비로 가득해서, 3층에 도달할 때즘이면 사방이 온갖 색깔과 크기의 나비로 가득!

… 하지만, 열대우림인 만큼, 열대우림이라는게 함정. 엄청난 습도 속에서 3층에 도달 할 때쯤, 우린 셋다 짜증이 가득 충전되어 나비고 뭐고 구경할 기력 없이 당장 지하 수족관으로 직결된 엘리베이터에 올라 타기 바빴다.

늘 해양생물에 관심이 많던 개비 정은, 커다란 물고기들과 해파리들을 만나자 방금 전의 습도로 인한 짜증은 온데간데 없고, 신나서 방방 뛰어 다님.

지하2층부터 시작해서, 이리저리 관찰도 하고 체험도하며 한층씩 올라와서는, CAS의 또 하나의 자랑거리(?)인 하얀색 알비노 악어도 한참 보고, 이젠 셋 다 배가 고파서 점심 좀 먹으러 가려는데 …

… 걸핏하면 엉뚱한 데에 꽂히는 개비 정¹이 또 길가에 있는, 전시물(?)도 아닌 그냥 흐르는 물에 꽂혀서, 길바닥에 앉아 한 20분은 물만 보고 있었다.

박물관 구경을 마치고, 과학 박물관과 마주한 디영 미술관 사이에 있는 넓은 올리브 나무 공원으로 나와 신선한 바람 좀 쇠었다.

커피, 간식, 아이스크림을 챙겨 먹고 잠시 에너지를 충전한 뒤 향한 곳은 걸어서 3분쯤 떨어진 “일본 차 정원”.

여유를 즐기며 거늘긴 좋았으나, 다소 좁은 길목과 지나치게 많은 돌다리 등으로 인해, 개비 정을 데리고 같이 놀기에는 에너지 소비가 많은 것 같아, 일본 차 정원에서는 오래 있지 못하고, 금방 나왔다.

요즘 정말 각종 탈것에 중독된 개비 정,

개비 정: 이제 우리 뭐 타러 갈거야?

그래서, 훌륭한 절세미녀™ 엄마의 훌륭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우린 근처에 있는 호수에서 페달 보트를 대여 할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 지도를 보며 호수를 향해 가는데 … 훌륭한 절세미녀™ 엄마도 나도, 답 안나오는 길치인지라, 구글 지도에 의하면 7분만에 도착했어야 할 호숫가를, 우린 헤메고 헤메서 15분 가량 걷다가 드디어 발견!

굳이 변명을 하자는건 아니지만, 혹시라도 찾아가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조언을 한다면, 지도로 봤을 때

아, 저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길을 따라 대충 걷다보면 호수가 보이겠구나

생각이 드는 것과는 달리, 호수 전체가 약간 언덕(?)처럼 고지에 있어서,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길만 따라 걸었을 때는, 길 안쪽으로 호수가 있을거라고는 상상도 못할 구도라서 … 정말이지, 초행길에 호수를 찾기가 … 쉽지는 … 않다는 …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무사히 호수를 찾고 페달보트까지 대여해서, 기대했던 것보다 몹시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냄. 특히, 적당히 좁은 호수(지난 경험에 비춰봤을 때, 너무 넓은 호수에서는 페달질이 지나치게 힘들었다)의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며, 우리는 약 40분 가량의 신선놀음을 즐기다 슬슬 집을 향했다.

찾아 올 때는 15분 헤맸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돌아 갈 때는 … 애시당초 반대로 향하는 바람에 거의 30분이 걸리는 길로 우회해서 온 우리들 … 그래도 덕분에(?) 개비 정은 길가에 핀 들꽃을 구경하다 못해 채집(?)까지 하면서 신나는 시간을 보내며 차가 주차된 올리브 나무 공원 쪽으로 힘겹게 우린 돌아왔다.

엄청 피곤할텐데도, 아직 집에 가긴 아쉬웠는지, 올리브 나무 공원에 도착해서는 한참을 또 뛰어 놀기 시작하는 개비 정.

노천 극장도 기어 올라 갔다가, 분수대까지도 혼자 뛰어 갔다가 … 그래도, 이제는 하고 싶은게 있으면 혼자 달려가서 할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게 있는 힘 없는 힘 다 빼가며 놀다가, 우리는 셋 다 배가 너무 고파서 집으로 향하다가, 스쇼에 위치한 멜트에서 푸짐한 저녁으로 에너지 충전하고 집에와서 뻗었다.

이렇게, 샌프란시스코에서 보낸 긴 주말의 마지막 날도 무사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