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친구랑 공원 나들이

몇 주 전부터, 학교친구 애이다가 주말에 함께 놀자 했었는데, 할머니 할아버지 와 계시고 해서 못 놀다가, 이번주에 마침, 예전에 할머니랑 나들이 갔던 공원을 함께 가기로 했다. DAM의 취지에는 다소 벗어나지만, 중요한 시험도 마쳤고 해서, 이번 주에는 훌륭한 절세미녀™ 엄마도 함께 하기로 했다.

간 김에 같이 점심도 피크닉으로 먹자하여, 아침부터 부지런히 핫도그를 싸고 있는데,

개비 정: (자두 들고 오면서) 아빠, [개비 정] 자두 먹을껀데, 애이다랑 쉐어 해야되니까 두 개 가져 가야되. 런치 박스에 넣을까?

아빠: 어, 그래

개비 정: 아빠, 블루베리 넣을거야? 채리도 넣어야되, 아라찌?

아빠: …

개비 정: 아, 참! 많이 넣어야되. 애이다랑 쉐어 해야 되니까. 아라찌?

아빠: ……

개비 정: 아빠! [개비 정] 쉐어 잘하지? 쉐어 잘해서 나이스 해? [개비 정]은 언니라서 나이스해. 아빠도 언니 하고 싶어?

아빠: ………

개비 정: [개비 정] 핫도그는 머스터드 넣지 마. 아라찌? [개비 정]은 소세지랑 케찹만 좋아해. 머스터드는 매워서 못 먹어. [개비 정] 스몰하니까(역: 어리니까).

이제 세 살 좀 지난 애가 왜 이렇게 아줌마 같은 건지 … 훌륭한 절세미녀™ 엄마도, 아빠도, 저렇게 말 많진 않은데;;; 어쨋든, 아침부터 저항할 힘은 없어서, 일단 시키시는대로 다 함.

주문형 도시락

주문형 도시락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과 만나면 당연히 그렇듯, 약속 시간은 상징일뿐 … 우린 10분 정도 일찍 오고, 애이다 네는 10분 정도 늦게 와서, 주차장 쪽에서 잠깐 놀면서 기다렸다.

미리 도착해서 기다리는 중

미리 도착해서 기다리는 중

지난번에 왔을 때도 느꼈지만, 어찌나 큰 거위들이 그리도 많은지 … 개비 정도 처음에는 무섭다고 자전거 타고 줄행랑을 치더니, 언제부턴가 신경도 안 씀. 다만, 몸집이 큰만큼 애들 똥도 커서, 모두들 깜짝 놀랐다.

거위들과 친해지는 중

거위들과 친해지는 중

애이다가 도착해서는 둘이 자전거 타고 놀이터로 직행. 어렸을 때부터 유모차 대용처럼 끌고 다니던 유아용 자전거를 타고 온 본인에 비해, 새로운 “언니” 자전거를 선 보인 애이다를 보고서 개비 정 반응,

개비 정: 난 집에 인어 공주 자전거 있는데!1

자전거 타고 놀이터로 고고씽

자전거 타고 놀이터로 고고씽

놀이터에서 놀고 …

놀이터에서 놀고 …

이젠 개비 정이 친구와 함께 있으면, 세상 모르고 신나게 놀아서, 난 애이다 아빠랑, 훌륭한 절세미녀™ 엄마는 애이다 엄마랑 둘둘씩 수다를 떠는 여유도 부렸다. 그렇게, 육아를 잊은채 놀고 있는데, 어느새 보니 애들은 자기들끼리 자전거 타고 놀이터에서 저만치 떨어진 호숫가에 가서 분위기 잡고 있네?

호숫가에서 분위기 잡고 있는 …

호숫가에서 분위기 잡고 있는 …

개비 정은 호수에서 무슨 매력을 그리 느꼈는지, 계속 물을 만지고 물 속에 들어가야겠다고 주장하는거. 그 고집에 설득 당한 애이다도 합세해서, 결국엔 애이다 엄마가 다 같이 자전거 보트(?)2라도 타보는게 어떻겠냐고 제안. 일단은 점심을 먹고 알아보기로 함.

점심 시간

점심 시간

점심 먹고 알아보니, 성인 4인용 보트에, 애들까지 충분히 탈 수 있을거라 해서, 결국 6명이 다 같이 타기로 함. 분명 5개월 전쯤 왔을 때만해도, 호숫가에 있는 보트들을 보며,

개비 정과 함께 즐기려면 몇 년은 더 있어야 할 것 같다는;;;

… 하고 썼었는데, 개비 정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컸다!

이런거 타러 감

이런거 타러 감

개비 정과 애이다 구명 조끼를 입혀 주는데, 둘이 같이 신나서 껴안고 구명 조끼 가지고 장난치고 난리가 남. 그러다가 나도 구명 조끼 입고 허그 좀 하자니까 정색하며 몸을 비비꼬고 도망감 … 애 열심히 키워봤자 다 소용없다던가?

벌써부터 아빠보단 친구가 좋은 개비 정

벌써부터 아빠보단 친구가 좋은 개비 정

신나게 보트를 타다가(페달질은 생각보다 참 힘들었다;;;) 개비 정도, 애이다도 졸음이 몰려 오면서 슬슬 짜증을 부리기 시작한지라, 그만 마무리 하고 귀가 하기로 함.

자리가 영 비좁은 개비 정

자리가 영 비좁은 개비 정

그런데, 애이다와 헤어지자마자, 점심 먹은 뒤로는 한 것도 없는 개비 정,

개비 정: 배고파.

… 요즘 배고프단 소리를 어찌나 많이 하는지. 그것도 밥 먹고 나서 바로. 아마도, 정말로 배가 고프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뭔가 먹고 싶다는 이야기리라 생각해서,

훌.절.엄™: [개비 정] 뭐 먹고 싶어?

개비 정: 칩

훌.절.엄™: 요거트 아이스크림 먹을까?

개비 정: [개비 정] 칩 먹고 싶은데 …

(알 수 없는 대화가 오감)

훌.절.엄™: 그럼 요거트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자~!

개비 정: 예에에~~~~ 요거트 아이스크림 좋아!!!

… 하루를 정리하며 블로그질을 하는 지금도 난, 우리가 어쩌다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가게 됐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분명 개비 정은 확고하게 칩을 먹겠노라 주장했었는데, 결국 도착한 곳은 아이스크림집이었다.

뒷태 뽐내며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는 개비 정

뒷태 뽐내며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는 개비 정

분명 엄청 졸릴텐데, 신이 나갖고 거리를 활보하며 열심히 뛰어다니던 개비 정. 결국 커피 먹으러 들어간 카페에서 아무말도 없이 조용히 내 곁으로 오더니, 다리 사이에서 주저 앉아버림.

"피곤해서" 카페에 주저앉은 …

"피곤해서" 카페에 주저앉은 …

개비 정: 아빠, [개비 정] 언니라서 걸을 수는 있는데, 이제 정말 너무 많이 피곤하다.

아빠: 차가 바로 앞 …

개비 정: 아빠 안아.

아빠: 아빠 아까 페달질 해서 다리 아파. 차 바로 앞에 있으니까, 조금만 힘 내서 걸어 갈까?

NO.

NO.

이렇게, 학교친구 애이다와 함께 공원에서 놀고 보트까지 탄 날도 무사히, 끝.

요약

이동거리: 약 23.1 마일 (37 km)

  • 집 – 공원: 13.1 마일
  • 공원 – 요거랜드: 7.8 마일
  • 요거랜드 – 집: 2.1 마일

경비: $22.54

  • 요거랜드3인: $13.79
  • 커피2개: $8.75

  1. 당연히 없음.
  2. 공식명칭인지는 모르겠는데, 그, 왜, 자전거 처럼 페달질 하면서 타는 보트 … 한국에서는 “오리 보트”라고 했었던 거 같은데, 우리가 탄건 오리 모양은 아니고 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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