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연말 쇼핑

이번주는 낮에 예전에 타호 같이 갔던 원하오 삼촌/글로리아 이모와 함께 오펜하에서 브런치 먹고, 오후에는 스쇼에서 연말 선물 쇼핑을 했다.

최근 개비 정이 머리 땋는 거에 바람이 나서, 나도 덩달아 열심히 유튜브 보면서 머리 땋기 연습 중. 아직 내공이 부족해서; 개비 정 짧은 잔머릿결이 빗자루 같아서; 아침에 20분씩은 씨름하면서 “엘사머리(가운데로 하나 크게 땋기)” 와 “안나머리(양갈래 땋은 머리)” 를 해주고 있는데, 오늘은 그 중 그나마 좀 잘 된 안나머리.

오늘은 안나머리

오늘은 안나머리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부터 머리 땋고 가겠다는 개비 정. 거실 소파에 앉아서 머리 땋아주고 있는데, 혼자 노래를 흥얼 거린다는게,

개비 정1:

엄마 아~빠가~

웨이컵 안~해서~ (역: 일어나시질 않으셔서)

푸푸 계~단을~ (역: 화장실 변기 올라 갈 때 쓰는 작은 플라스틱 계단을)

가지고~ 와서 (역: 내 방까지 끌고 와서)

이쁜 드레~스를 (역: 손이 닿지 않는 위치에 전략적으로 걸려 있는 드레스를)

내가 꺼~내서

양말도~ 신고

팬티도~ 입고

개비 정: 아빠. 오늘 [개비 정]이 아침에 혼자 다~ 해서, 엄마 아빠 잘 잤어?

혼자서 다 한건 사실이라, 뭐라 하진 못했지만 … 중간 중간 자꾸 말 걸고 지 잘했다고 자랑하고 놀아달라고 깨워대싸서, 사실은 딱히 잘 잔 것도 아닌 … 그래도,

아빠: 웅~ 아빠는 [개비 정]이 혼자서도 잘 해서 참 자랑스러워~

… 하고 모범적인 어조/억양으로 준비된 반응을 던진 나도 이제 초보 아빠는 아니지싶었다는;;;

오펜하에서는 기대 이상으로 개비 정이 밥도 잘 먹고 말도 잘 들어줘서, 거의 두 시간을 수다 떨고 놀다가 나오는데, 오펜하 입구에 놓인 뽑기 기계에 꽂힌 개비 정. 워낙 잘 있어준게 고맙기도 하고 이쁘기도 하여, 훌륭한 절세미녀™ 엄마와 함께 뽑기 한 번 시켜 주자고해서 여러 가지 색깔 원숭이 중 하나가 나오는 기계에 25전 동전을 넣고 돌리는데 … 아뿔싸, 갈색2 원숭이가 나온거.

개비 정: (정색하고 뒷걸음질 치며) 아니야. 그거 아니야.

정말, 나도, 훌륭한 절세미녀™ 엄마도, 이 아이 얼굴이 그렇게 혐오(?)/분노/억울함으로 가득한건 처음 본지라 … 둘다 당황하고 쫄은 나머지 바로 원숭이 한 마리 더 뽑는데 … 니미 또 갈색인거.

손을 부들부들 떨며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급하게 원숭이 한 마리 더 뽑아서, 간신히 핑크색 원숭이가 나오는데, 그걸 본 개비 정은 언제 그랬냐는 듯, 갑자기 얼굴에 화색이 돋으며 미친듯이 좋아함;;; (오늘 표지 사진이 문제의 핑크 원숭이를 들고 나오면서 좋아라 하는 장면 … )

그러고서 차를 타고 스쇼를 향하면서 이야기 하다 보니, 우리가 너무 애한테 쫄고 다급하게(?) 반응한게, 애 성격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수 있겠다 … 싶으면서도, 정말이지 그런 얼굴은 둘 다 처음 본거. 요즘 개비 정이 마치 사춘기 소녀 처럼 감정이 급변하기도 하고 유별나게 깊(?)고 민감해지는 것 같아 걱정이다. 오늘 본 그 얼굴은, 앞으로 다시는 볼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스쇼는 역시 꽃!

스쇼는 역시 꽃!

스쇼에 가서는, 선물 고르기 가장 간편할 것 같은 백화점을 들어갔는데, 연말이라고 이런저런 이쁜 트리 장식이나 온갖 이쁜 크리스마스 테마 접시/유리잔이 잔뜩 진열 되어있고, 사람도 바글바글 하여 … 개비 정 사고칠까바 선물은 훌륭한 절세미녀™ 엄마가 고르기로 하고, 난 개비 정과 함께 야외 분수대에서 놀았다.

동네 약수터 마실 나온 아줌마 코스프레

동네 약수터 마실 나온 아줌마 코스프레

그렇게 쇼핑도 하고 구경도 하다보니, 어느새 오후 네시.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혼자 겁나 일찍부터 일어나서 유난 떨던 개비 정은, 쇼핑하느라 낮잠 시간도 놓쳐 버리게 됐다.

미스터 수염

미스터 수염

집에 돌아와서 부터는 졸음과 졸음으로 인한 짜증으로 충만한 개비 정, 하루 종일 땋고 다닌 머리를 풀어 헤치고 밑도 끝도 없이 짜증 부리며 불만을 토로하는 그 모습은 마치 … 혼자 자취하는 복학생 형 술 퍼 마신 다음날을 보는듯 하였다;;;;

"어우, 야, 어제 형 술 너무 마셨다."

"어우, 야, 어제 형 술 너무 마셨다."

이렇게, 개비 정 아침부터 유난 떨더니 신나게 놀다가 결국은 임계치를 넘은 날도 무사히, 끝.


  1. 찬양중 “감사함으로”의 후렴구 첫소절 무한 반복한 음에 맞춘 노래
  2. 이유는 전혀 알 수 없지만, 언제부턴가 개비 정은 갈색이라면 질색/기겁을 하면서 싫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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