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아이스크림 박물관

지난번 색깔 공장에 이어, 이번주는 색깔 공장 보다 더 티켓을 구하기 어렵다는 샌프란시스코 아이스크림 박물관을 다녀왔다.

원래 매진 된지 오래 된 아이스크림 공장 티켓이, 연말 맞이 특별 연장전을 한다길래, 훌륭한 절세미녀™ 엄마와 함께, 학부생 수강신청 하는 마음으로, 약 일주일 치밀한 전략을 계획한 끝에 어렵게 어렵게 황금 시간 (토요일 오전 11시!) 티켓 세장을 성공적으로 장만!

일찍 도착해서 건물 밖에서 노는 중

일찍 도착해서 건물 밖에서 노는 중

우린 11시 입장인데, 너무 흥분한 나머지 한 시간이나 일찍 도착해서, 건물 주변에서 사진 좀 찍으면서 놀고 기다렸다. 지난 몇 주간, 핸드폰과 카메라로 사진 찍는 거에 맛들인 개비 정. 이제는 제법 자세도 나오고, 결과물도 기대 이상으로 쓸만한 것도 좀 나옴.

사진 찍기에 맛들인 개비 정

사진 찍기에 맛들인 개비 정

내 사진 찍는 개비 정을 찍는 나를 찍어준 개비 정

내 사진 찍는 개비 정을 찍는 나를 찍어준 개비 정

서로 사진 찍어주면서 한 참을 놀다가, 시간이 되어 드디어 입장! 그런데 아뿔싸, 개비 정은 “아이스크림 박물관”이라함을 듣고, 오직 가서 아이스크림을 먹을 생각만 하다가 온거. 막상 들어가서 아이스크림을 먹는게 아니라 아이스크림 테마의 전시관임을 깨닫고는 급 실망과 왕짜증.

아이스크림을 달라!

아이스크림을 달라!

후덜덜 거리며 당황해하고 있는데, 다행히 전시의 일환(?)으로 아이스크림을 받아 먹는 코너들이 있어서, 나도 개비 정도 급 기분 업!

득템1: 복숭아 아이스크림

득템1: 복숭아 아이스크림

핑크색 복숭아 아이스크림 한 스쿱 먹더니, 기분과 에너지가 충전된 개비 정은 열심히 빨빨거리며 뛰어 다님.

핑꾸핑꾸 글자 만들기

핑꾸핑꾸 글자 만들기

아이스크림 더 주세요

아이스크림 더 주세요

두번째 얻어먹기 코너에서 주는 모찌를 먹으면서는 슬슬 정신 과당1이 오기 시작하는데 …

득템2: 모찌 (그리고 정신 과당)

득템2: 모찌 (그리고 정신 과당)

평소 같으면 어떻게든 진정을 시키면서 당 섭취를 자제 시키려 노력해봤겠지만, 박물관 전시는 이제 시작이고, 앞으로 얼마나 단 간식을 얼마나 많이 줄지 알 수가 없어서 … 나도 그냥 포기하고 미친척 같이 방방 뛰어 다님.

아이스크림 로켓

아이스크림 로켓

아니나 다를까, 모찌 먹고 코너를 돌아보니, 거기서는 다른 언니가 신선한(?) 솜사탕을 만들어서 심지어 반짝거리는 가루까지 뿌려줌. … 그것도 다~ 먹고 (다 안 먹으면 다음 방으로 들여 보내주지 않음)

득템3: 반짝이 가루를 곁들인 체리 솜사탕

득템3: 반짝이 가루를 곁들인 체리 솜사탕

그 다음은 유니콘 무지개 방. 이곳에서는 커다란 유니콘 모형을 신나게 타 봄은 물론 …

아이스크림 유니콘 타고 못생기기

아이스크림 유니콘 타고 못생기기

… “유니콘 우유 아이스크림”이라 불리는, 맛은 딱 서주바를 좀 더 고급진 우유로 만들어서 소프트 아이스크림화 시킨 것 같은 맛의 아이스크림을 또 받아먹음.

득템4: 유니콘 우유 아이스크림

득템4: 유니콘 우유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 박물관의 하이라이트는 스프링클로 가득 채운 스프링클 풀장!

스프링클 풀장 공놀이

스프링클 풀장 공놀이

그런데, 기대와는 달르게, 막상 들어가 보니 사람도 생각 보다는 좀 많고, 이용 시간에 제한도 있고, 결정적으로 옷 구석구석 생각지도 못한 곳까지 스프링클들이 파고 들어 하루 종일 박혀 있게 되서 … 그닥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고 말 할 수는 없을거 같다;;;

바나나 자세로 타는 바나나 그네

바나나 자세로 타는 바나나 그네

아이스크림 박물관에서 나와 보니 시간은 벌써 오후 한시! 밥 먹으러 부둣가 쪽으로 가려는데, 몇 주 째 버스 타고 싶다고 했었어서, 차는 주차장에 박아 놓고 굳이 버스를 타고 25분을 감.

처음 타보는 버스가 마냥 신나는 그녀

처음 타보는 버스가 마냥 신나는 그녀

이 동네 대중교통이 한국이랑은 달라서, 엄청 더럽고, 온갖 냄새(술, 담배, 대마, 소변)도 나고,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사람들로 엄청 붐벼서 출퇴근 시간 서울 지하철 마냥 문도 겨우겨우 닫고 다닐 정도여서, 되도록이면 버스는 피하고 싶었는데 … 팔로 알토 촌년 개비 정이, 북적 거리고 좀 지저분한건 기겁하고 싫어하니까,

요것이 버스 한 번 타보면 다음부터는 안 탄 다 그러겠지

갈 때 이 악 물고 버스 타고 갔다가, 올 때는 택시 타고 와야지

… 하는 마음으로 불편하고 지저분하게 버스를 탄건데, 버스에서 내릴 때 쯤

개비 정: 아빠. 비밀 얘기 할게 있어 …

개비 정: (귓속말로) 버스가 너무 재밌어. 계속 버스 탈래. 집에 갈 때도 버스 타래. 알아찌?

내가 알던 개비 정은 어디로 갔는지; 오늘은 심지어 평소에는 기겁하며 싫어하던 회전 목마도, 자원해서 타겠다고 나섬.

회전목마도 타는 그녀

회전목마도 타는 그녀

점심을 먹고 산책 좀 한 것 같았는데,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어서, 우리는 서둘러 부둣가 물개들에게 인사를 하고 집으로 향했다.

빠질 수 없는 물개 인사

빠질 수 없는 물개 인사

사람이 많아서, 택시 타면 15분 정도 걸릴 거리가 버스를 타고 가면 또 25분이 걸려서, 버스 타러 가는 길 내내 택시 타지 않겠냐고 개비 정 꼬시는데, 꿈쩍도 안하는거. 그러다가 갑자기,

개비 정: 택시 타고 갈까?

아빠: 응! 그러자! 역시, 그게 좋겠지?

개비 정: 아라써.

개비 정: 근데 아빠. 비밀 얘기 할게 있어 …

개비 정: (귓속말로) 버스 타고 갈거야 …

광장 트리로 마무리

광장 트리로 마무리

이렇게, 다 같이 정신 과당하여 멀쩡한 차 두고 버스만 50분 타고 다닌 날도 무사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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