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에는, 요즘 개비 정과 잘 노는 개비 정 학교친구 애이다(Ada)네가 주말에 딱히 할 일 없이 캠퍼스 선인장 화원 구경하러 온다길래, 같이 만나서 놀기로 했다.
우리 집은 캠퍼스 동쪽 끝이고, 선인장 화원(과 기타 박물관 등)은 학교 서쪽 스쇼에서 길 건너쯤이라 3년이나 살면서 한 번 안 가봤었다. 요즘 날은 또 어찌나 더운지, 차에서 에어컨을 틀고 6분1 거리를 가는데도 쪄 죽는 줄 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조하고 바람 많은 우리 동네는, 그늘에만 들어가면 또 쌀쌀해서, 옷을 “적절하게” 입기가 쉽지 않다는 …
선인장 화원에 도착해보니, 학교친구 애이다는 이미 엄마와 함께 한참 구경 중. 그러다가 개비 정과 눈 마주치더니, 둘이 신나서 선인장은 본듯 만듯, 화원 뛰어 다니며 놀기 바빠짐.
개비 정이 한두 달 전까지만 해도, 다른 친구들이랑 깊이 있는(?) 교감을 나누며 놀기 보다는 그냥 옆에 친구를 두고 각자 놀았었는데, 최근 들어서는 제법 대화를 나눠가며 역할 놀이도 하고, 서로 잘난척도 하면서 진짜 사람처럼 논다. 신기하고 기특하기도 하면서, 같잖은 잘난척 하는거 듣고 있으면 내가 다 민망하다.
개비 정: 오렌지에 씨가 있네. (뱉으며…) 난 언니라 씨 잘 뱉어.
애이다: (더 멀리 뱉으며) 나도 잘 뱉는데?
개비 정: 난 당근도 잘 먹어2.
애이다: 나는 오렌지 엄청 많이 먹을 수 있어.
어차피 애들은 선인장에 큰 관심 없는 것 같아서, 애이다 부모님과 함께 바로 옆에 있는 학교 설립자 가정 무덤 구경 가기로 했다. 가다 보니 저 멀리에 웬 스핑크스 두 마리가;;; 설립자 가정 취향 참 독특했던 것 같다며 걸어가고 있는데, 어느새 개비 정과 애이다는 무덤 건물(?) 앞에까지 뛰어 가서, 안에 사람이 몇 명 있는지 맞추며 놀기 시작했다.
개비 정: 안에 사람 한 명 있어.
애이다: 아니야. 우리 엄마가 두 명 있다 그랬어3.
개비 정: 사실은 사람 다섯 명4있을지도 몰라.
애이다: 들어 가서 몇 명 있는지 세 보자.
같이: (무덤 문 두드리며) 똑똑~ 열어주세요.
개비 정: 아빠! 사람이가 문 열어 주지 않아!
아쉽게도, 칼낮잠 자는 효녀 애이다 양은 신나게 놀다가, 11:30이 되자 갑자기 기운이 빠지며 바닥에 주저 앉기 시작. 해서, 애이다는 그만 놀고 집으로 일찍 향했다. 물론, 낮잠이 뭔지 모르고 자란 우리 개비 정은 그제서야 선인장이 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는지, 신기해하며 돌아봄.
근데, 얼마 못 봐서 개비 정도 나도 배고파서, 길 건너 스쇼에 가서 점심 먹기로 했다.
아빠: 오랜만에 포키 보울5 먹으러 갈까?
개비 정: 네!!!
개비 정: …
개비 정: 아빠?
아빠: ?
개비 정: 근데, [개비 정]은 포키볼이가 뭔지 모르겠어.
아빠: 예전에 엄마 아빠랑 같이 스쇼랑 타컨 에서 맛있게 먹었던 …
개비 정: 아! 밀쉐?! (역: 밀크쉐이크)
아빠: 아니, 포키 보울은 …
개비 정: 그럼 포키볼 먹고 밀쉐도 먹을까?
아빠: 응?
개비 정: [개비 정]은 빨간 밀쉐 먹을꺼야. 스트로베리. 그건 한국말로 딸기야.
아빠: 응??????
개비 정: 포키볼 맛있겠다, 그치? 포키볼 먹고 밀쉐도 먹고 또 뭐할까?
아빠: ㅈ …
개비 정: NOOOOOOOOOO!!! 집!에!안!갈!꾸!야!
아빠: (말 문이 막혀 어이 찾는 중 …)
개비 정: (입 삐죽거리며) 아빠가 집에 가자고 해서 너무 속상해 …
… 하여, 우린 포키 보울을 먹고, 밀크쉐이크(비슷한 거라도) 파는 가장 가까운 고디바를 가서, 개비 정은 딸기, 나는 초코맛 초코릭서 하나씩 들고, 곧장 분수대를 향했다.
날이 더워서인지, 개비 정은 주저 없이 분수대로 뛰어들어가 물에 흠뻑 젖으며 뛰놀기 시작 … 그래도, 개비 정 한참 기저귀 뗄 적에 트렁크에 넣어 뒀다가 한 번도 쓴 적이 없는 여벌 옷을 생각하며, 아무 걱정 없이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초코릭서 빨고 거의 한 시간을 놀았다. 그러다, 내일 집에서 그릴에 햄버거 구워 먹기로 했는데, 제대로 된 버거 뒤집개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버거 뒤집개도 사고 주유도 할 겸 코스트코 옆에 붙어 있는 대형 철물점 오차드 써플라이를 갈 계획으로 개비 정 살살 꼬득여서 차에 돌아옴6.
그런데 아뿔싸. 트렁크를 열어보니, 든든하게 떠올렸던 여벌 옷 집락에는, 딸랑 긴팔 티셔츠 한 장과 양말 한 켤레 뿐!7 그래서, 이 다소 민망한 상황을 개비 정에게 잘 설명하며, 오늘의 남은 일정은 긴팔 티셔츠와 팬티 한 장으로 이겨내기로 다짐했다.
그래도 씩씩한 개비 정은 갑자기 웬 뒷마당 꾸미기 열풍이 불었는지, 철물점에 전시 되어 있는 뒷마당 용품들을 일일이 체험해보며 (팬티만 입고) 30분이 넘게 놀았다.
이렇게, 학교친구랑 놀러 갔다가 개비 정에게 말려서 밀쉐도 먹고 팬티만 입고 쇼핑 다닌 날도 무사히, 끝.
요약
이동거리: 약 12 마일 (19.31 km)
- 집 – 선인장 화원: 1.5 마일
- 선인장 화원 – 스쇼: 0.4 마일
- 스쇼 – 코스트코: 4.3 마일
- 코스트코 – 집: 5.8 마일
경비: $30.59
- 점심(포키 보울): $18.59
- 고디바 초코릭서: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