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는 연휴를 맞이하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프레시디오 국립 공원도 갔다가,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함께 쇼핑을 다녀옴.
지난 몇 주 간 본의 아니게 너무 열심히 일하느라 나름대로들 지친 우리 세 식구는, 다음주 월요일 노동절로 인해 연휴가 되어버린 이번 주말을 싄나게 쉬어 보고자 야심찬 다짐을 하고, 샌프란을 향하기로 함. 하루를 시작하기 전, 우선, 지금까지 이 동네 와서 다녀 본 빵집 중 가장 인상 깊고 맛있었던 b. 파티셰에서 당 충전.
프레시디오 국립 공원은, 샌프란시스코 북쪽, 금문교 바로 아래에 붙어 있는 공원으로, 본래 골프장으로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훌.절.엄.™이 검색해 본 결과, 공원 내에 산책로도 제법 뛰어나다 하기에, 다 같이 여유지게 산책 좀 해보고자 발을 돌림.
입구에서부터 빽빽하게 자란 유칼립투스 나무향이 가득한 공원. 창문 내리고 달리면서 세 가족 모두 신나게 입성원(?)
기대 이상으로 푸르른 잔디가 뒤덮힌 공원, 그 공원과 바다 사이로 난 산책로, 그리고 내내 바라본 금문교 풍경은 몹시 뛰어났으나 … 이유 없이 갑자기 심술 나 갖고는, 유모차에만 짱 박혀 있겠다는 개비정.
그래도, 이제 개비정 동거 4년차 나와 훌.절.엄.™은 아랑곳하지 않고, 가만히만 있어준다면 그게 어디냐는 가벼운 마음으로 공원 산책을 열심히 즐김.
아무리 풍경도 좋고 바람도 좋다지만, 한 시간이 넘도록 걷다보니, 다리도 좀 아프고, 왠지 개비정이 좀 졸린 것 같기도 해서 집을 갈까 … 하다가, 여기까지 나온게 아쉬워서, 쇼핑을 갈까 훌.절.엄.™과 상의하는데, 난데 없이 유모차에서 울려오는 그녀 목소리
개비정: 볼.
아빠: (???!?!?!!????) 응?
개비정: 볼 구경하고 집에 가서 놀을래.
아빠: 집에 가고 싶다고? 쇼핑 안 가고?
개비정: 아!니! (!!!) 볼! 간다고. 엄마 아빠 이야기한거. 볼! 볼! 보 …
훌.절.엄.: 몰? 쇼핑몰?
개비정: 그래. 그거. 몰. 거기 갈래.
‘이래서, 어설프게 배운 것 들이 제일 무섭다고 … ’ 생각하며, 우린 근처 힐스데일 쇼핑몰로 고고씽.
공원에서 난데 없이 심술이 났던 만큼이나 쇼핑몰에 도착해서는 난데 없이 기분이 좋아진 된장녀 내 딸 개비정. 배고프다며 유모차에서 뛰쳐 나와 먹을 걸 찾으러 달려가기에, 가장 가까운 곳에서 프렛젤과 스무디를 사다가 일단 진정 시킴.
배를 두둑히 채운 개비정, 본격적으로 쇼핑을 시작하는데 … 첫 목적지는 온갖 어린이 화장품(?!)과 악세사리를 Buy three get three free1로 절찬리 판매 중인 클레어스.
매장을 구경하던 중, 훌.절.엄.™과 나는 Buy three get three free의 어이 없음을 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또 다가온 그녀 목소리 …
개비정: 암마2. 그럼 [개비정] 식스 고르면 되나?
그렇게 개비 정은
- 립밤
- 하트 빤짝이 머리 핀 세트
- 하트 빤짝이 “클램”3 목걸이
- 무지개 요정 날개
- 빤짝이 공작새 지갑
- 목욕 할 때 물에 넣는 무지개 배스 봄 (!)
… 이렇게 여섯 가지를 골라서 나옴.
1차 쇼핑을 마치고 훌.절.엄™이 계산하는 동안 개비정과 함께 잠깐 화장실을 다녀옴. 갔다 와 보니 벤치에 무지개 요정 날개를 안고 앉아서 기다리던 훌.절.엄.™이 일어나는데, 날개에 있는 빤짝이가 훌.절.엄.™ 옷 여기 저기 다 묻은거. 일어나면서,
훌.절.엄.: 어우~ 이거 빤짝이 다 떨어지는거 봐 …
아빠: 야~ 이거 금방 싹 다 떨어지겠다.
… 하는데, 갑자기 몹시 기분이 상한듯한 개비정.
그 당시에는 얘가 왜 갑자기 이리 삐졌나 싶었는데, 등에 날개를 달고 한 10분쯤 지나고 부터는 10분마다 한 번씩
개비정: 날개에 아직 빤짝이 있어?
… 묻는걸 보고는, 얘가 또 우리 대화를 엿듯고, 지 날개에 빤짝이 다 떨어지는 줄 알고 걱정되서 기분 상했구나 싶었다는 … 날이 갈수록 이젠 개비정 눈치를 더 봐가며 살게 될 것 같다는 아찔한 생각을 하며, 개비정 2차 쇼핑은 블링블링 공주언니 의상의 메카, 져스티스.
근데, 클레어스에서 이미 여섯개 씩이나 산 개비정, 양심이 찔렸는지, 져스티스에서는 구경만 함참 하다가 얌전하게 그냥 나옴. 근데, 이제 갓 네 살 넘은게, 어쩜 그리 구경도 잘 하는지 … 시키지도 않았는데, 머리띠 서너개를 한꺼번에 집어 들더니, 거울 앞에 서서 하나씩 써보고, 맘에 드는 악세사리도 다 한번씩 해보면서 다니는게 … 누가 보면 중학생은 족히 됐겠다 싶을 정도;;;
그렇게 몰에서 쇼핑을 한참 하다가, 저녁은 먹고 집에 가고싶은데 시간이 애매해서, 저녁 시간 때까지 잠깐 떼우러 길 건너 반스 앤 노블 서점을 감. 책이랑은 다소 거리가 먼 나와는 달리, (아직 글도 전혀 못 읽으면서) 책을 사랑하는 개비정. 어린이 책이 비치된 곳으로 들어서자마자 제일 마음에 드는 책 두 권을 고르고서는
개비정: 이거랑 이거 사고 … 그리고, 음 …
하며 계속 책을 고르는데,
훌.절.엄.: 두 개나 골랐는데 또 살거야?
개비정: 근데 … 근데 … 여섯 개 아니잖아 …
결국, 오랜 협상 끝에, 책은 세 권만 사고, 우린 몰 안에 위치한 치즈 케익 팩토리에서 저녁을 먹고, 개비정꺼만 잔득 사든 채로 집에 옴.
이렇게, 이제 개비정은 언제나 듣고있다는걸 배우며, 더 말 조심해야겠다 다짐한 하루도 무사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