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은 교회 친구들과 함께, 우리집에서 약 10분 떨어진 농장, 웹 랜치에, 각종 산딸기를 따러 다녀왔다.
몇 일 전부터, 이번 주말에는 산딸기를 따러 간다는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었던 개비 정. 혹시나 드레스 입고 나타날까봐, 아침에 눈 뜨자마자,
훌절™엄: 오늘 긴 팔 긴 바지 입어야되~
개비 정: 왜?
훌절™엄: 산딸기 따러 가야지.
개비 정: 아 … 그럼 모자도 써야겠네?
훌절™엄: ??? 모자는 왜?
개비 정: 파머(farmer; 농부)처럼. 파머는 모자 쓰는거던데?
도대체 그런 고정관념은 어디서 배워오는건지;;;
아무튼, 열심히 (지 나름대로는) 농부처럼 꾸며 입고, 신나게 집을 나섬. 그런데, 분명 집에서 나올 때만해도 신난다고 춤을 추던 개비 정, 10분 지나 농장에 도착해서 내려 보니, 무슨 일인지 입고리가 쳐저가지고는 삐쭉삐쭉;;;
개비 정: [개비 정] 안 해피 해!
뭐 … 내가 차에서 음악을 잘못 틀었던가? 아니면 내리면서 안아 달라는걸 못 듣고 그냥 나 혼자 내렸을까? … 요즘은 정말 원인도 알 수 없는 온 갖 일로 삐졌다가 기뻤다가 하는 갈대 같은 여자 개비 정.
어쨋든, 농장에 도착해보니, 생각했던 것 보다 꽤나 복잡한 산딸기의 세계. 한 농장에서 딸 수 있는 품종만 7~9 가지!
다행히(?)도, 우리가 간 날은 라즈베리와 올라리베리 두 종만 익어있었음.
먼저, 농장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라즈베리 밭에서 라즈베리를 따는데, 예전에 갔던 딸기 농장과는 또 다르게, 꼭꼭 숨어있는 라즈베리들. 라즈베리 나무(?)를 이리저리 뒤지면서 사냥하듯 익은 놈을 찾아서, 손으로 쏙~ 뽑아 담는 손 맛이, 딸기와는 또 달랐다.
같이 간 닮은친구 예인이는 집중해서 금방 바구니 하나 다 체운 반면, 개비 정은
개비 정: 꺄악~ 라즈 베리야~~~
개비 정: 아빠~~~ 이거 라즈 베리는 안 맛있는거야. 알아?
개비 정: 예인아~ 내가 어떻게 하는지 봐, 알았지? 내가 보여줄게~
… 하며 입만 살아 갖고는, 막상 바구니는 텅텅 비어서 다님;;;
그렇게 잔소리만 잔뜩 늘어놓으며 바구니 한 개도 채 못 채운 우리는, 비교적 따기 쉬운 올라리 베리 밭으로 이동.
굳이 사냥할 필요 없이, 눈에 딱 보이는 데에 반해, 빨갛고 맛있어 보이는 애는 안 익은거고, 새까맣게 익은 것만 따야 잘 따지는 올라리 베리. 게다가, 줄기에는 작은 가시가 있어서 잘못 따다가는 손도 따끔하는 …
개비 정: 가시 있어. 안 할래.
아빠: 여기, 이거 봐바~ 이건 가시 없어~
개비 정: 근데 찔리면 어떡해. [개비 정] 아프잖아 …
아빠: 아니 … 가시가 없다고, 여긴. 그냥 열매를 손으로 잡아서 …
개비 정: 근데 찔리잖아. 손가락 아야해~
아빠: 가시를 만지면 찔리지. 근데 여긴 가시가 없 …
개비 정: 아빠가 해. 저기. 저거 익었다. 따봐.
그렇게 한참을, 또 입만 살아갖고는 다니던 개비 정은, 집에 갈 때가 다 되어서야 용기 내서 친구들 따라 몇 개 따 봄.
그 와중에, 손맛에 맛들린 나와 훌절™엄은 어느새 1키로 넘게 따 왔다는;;;
이렇게, 개비 정 잔소리 들으며 산딸기 따는 체험 한 날도 무사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