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친구와 공원 나들이

이번주는 (설날과는 무관하게) 월요일까지 연휴인 관계로, 토요일은 다소 가볍게 개비 정 학교베프 로미와 동네 공원에서 만나 놀기로 함.

만나기로 한 장소는, 집에서 걸어서 약 10분 거리인, 놀이터 겸 고원, 피어스 파크.

학교1의 여러 친구들 중에서도, 유난히 개비 정과 쿵짝이 잘 맞는 로미.

만나자마자 뛰어 가기

만나자마자 뛰어 가기

애들은 아무리 친해도, 이 나이대에서는 걸핏하면 서로 싸우고 토라지기 마련인 것 같은데, 이상하게 로미랑은 시키지 않아도 둘이 알아서 규칙과 순서를 만들어가며 자기들끼리 지키며 노는, 우리가 보기에는 천생연분인 아이들.

쌍둥이 미끄럼틀

쌍둥이 미끄럼틀

요즘은 근데 개비 정의 잘난척이 슬슬 도가 지나치기 시작해서, 이를 어찌해야 할지 고민도 된다. 둘이 놀고 있는걸 잠깐 엿듯고 있는데,

개비 정: 난 이제 언니라서 큰 프로즌 자전가 샀다2~

학교베프 로미: 나는 핑크 자전거 있어.

개비 정: 내 자전거는 엘사랑 안나도 있고, 진짜 큰 언니 자전거야.

학교베프 로미: 나는 핑크 자전거 …

개비 정: 프로즌 자전거는 아니잖아. 난 프로즌 자전거 있다고.

학교베프 로미: …

이런 내 딸과 같이 놀아주는게 그저 고맙다 싶을 정도로 민망했다는 … 작년 이맘 때쯤에는, 보다 육체적이고 직접적(잠을 어떻게 재울 수 있을까 등)인 고민을 했다면, 이젠 그런 문제가 대체로 해결된 반면 이런 정신적이고 간접적인 고민들로 밤을 지새운다.

나란히 그네 놀이

나란히 그네 놀이

애들끼리 놀면서 저런 싸가지 없는 발언들이 나오면, 하지 말라고 가르쳐야겠지 싶다가도, 애들 노는데 쉴새 없이 사사건건 참견하는 부모는 또 되고 싶지 않은거라 … 물론, 우리끼리 있을 때, 기회가 되는대로 개비 정에게 잘난척 하지 말아라, 말은 좀 이쁘게 해라 … 열심히 가르치지만, 이미 “언니”가 되어버린 개비 정이 말을 좀처럼 들어먹어야 말이지 …

간이 암벽 등반

간이 암벽 등반

그런데 한편, 훌륭한 절세미녀™ 엄마 얘기로는, 로미가 간식으로 딸기를 먹던게 입에 조금 묻어서 하루 종일 입술에 빨갛게 딸기 묻은 채로 놀았는데, 집에 오는 길에,

개비 정: 엄마, 로미 입에는 근데 왜 빨간색이 묻어있었어?

훌절엄: 아. 딸기 먹다가 좀 묻은거야.

개비 정: 아하. 그러쿠나.

훌절엄: 근데 로미한테 직접 물어보지, 왜 엄마한테 물어?

개비 정: 응? … 로미한테 얘기하면, 로미가 창피하잖아 …

… 했다는데, 그런 배려는 또 어디서 나오는건지;;;

그냥 사회 생활의 규칙들을 자연스레 터득하는 데에 시간이 좀 필요한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가도, 싸가지 없는 아이의 아빠가 되고싶지는 않은 또 내 스스로의 욕심.

모래 무대 공연

모래 무대 공연

오전에는 개비 정 발레 다녀오고, 낮잠 좀 자고 만난다고, 일부러 오후 시간에 만났는데, 둘이 해가 질 때까지 온갖 놀이를 하며 신나게 놀았다는 … 해가 뉘엿뉘엿 어두워질 때쯤에는, 양가 부모(?)를 위해 자기들이 “쇼”를 보여주겠다며, 모래 위에서 디즈니 공주 시리즈부터 정체 모를 드래곤과 무적 원숭이가 등장하는 SF 공포물까지 둘이 역할극을 보여주고는, 학교에서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고 힘들게 헤어졌다.

이렇게, 개비 정 사회 생활을 한 발 더 디딘 날도 무사히, 끝.


  1. 학교라고는 하지만, 실상은 어린이집;;;
  2. 동네 언니한테 물려 받아서 타고 다니던 자전가 타이어가 구멍 나는 바람에, 자전거를 새로 샀는데, 이왕이면 좀 더 오래 타고자, 덩치에 살짝 안 맞는 조금 큰걸 샀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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