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절세미녀™ 엄마가 중요한 일들을 한 바탕 치른 기념으로, 이번 주말에는 목–월 4박 5일 캐나다 밴쿠버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 기간이 다소 길었던만큼, 이번 주말 여행기는 두번에 나눠 올리기로 함. (내용이 많아서라기 보다는, 5일치 사진을 한꺼번에 다 정리/편집할 기운이 나질 않아서 …)
3/5일 - 휘슬러 스키장
눈이 오지 않는 캘리포니아에 사는 개비 정을 위해, 삼일째는 휘슬러 스키장을 다녀왔다.
버스 타고 약 두 시간 떨어진 거리에 도착해서, 개비 정은 피곤하지도 않은지 눈을 보자마자 버스에서 뛰어 나와서 뒹굴기 시작.
작년 타호 갔을 때부터 눈 속에 파묻히기를 꿈꿨던 개비 정은, 이번에도 눈 속에 들어가고 싶어서 계속 굴 파달라고 함. 작년에는 젖는 신발을 신어서 동상 걸릴까봐 오래 못 있게 했는데, 올해는 방수되는 장화를 준비해 갔기에 실컷 눈을 즐기게 했다.
어찌나 눈이 좋은지, 개비 정은 휘슬러 돌아다니는 내내 산더미 처럼 쌓여있는 눈을 계속 집어 먹으면서 다님.
개비 정: 눈 맛있다. 눈 맛있어서 계속 먹는거야.
곤돌라 타고 다니면서 다른 사람들 스키 타는 모습을 보고 개비 정도 계속 타고 싶다고 하는데, (1) 나부터 스키를 탈 줄 모르는 데다가 (2) 당일 치기로 잠깐 놀다 가면서 스키를 배우기는 몹시 무리가 있을 것 같아서, 우린 스키 대신 어린이도 탈 수 있는 튜브를 타러 감.
이젠 개비 정도 완전한 사람이 되서, 지 튜브도 스스로 끌고 다니고, 눈이 쌓인 스키장에서도 계속 혼자 잘 걸어 다녔다. 그런데 역시, 육체노동(?)에는 소질이 없는 터라, 튜브 네 번 정도 타더니 이젠 못 타겠다면서, 튜브 장 옆에 쌓인 눈 갖고 놀기 시작.
눈으로 성벽(“엘사 캐슬”)도 만들고 눈 사람도 만들면서 한참은 또 재밌게 놀다가 너무 피곤했는지, 눈 속에 드러누워서 눈만 먹고 있는 개비 정.
스키장 오느라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서 두 시간 버스를 타고 와서는 계속 눈 속을 열심히 걸어 다녀서 피곤도 했으리라 … 집에 갈 시간도 한 시간쯤 남아서, 우린 눈 놀이 그만 접고 눈 한복판에 있는 모닥불(!)에서 간식 먹고 몸 좀 녹이며 휴식을 취함.
죽도록 피곤했던 개비 정은, 역시나 버스에 타자마자 의자에 드러누워서 잠 들었다.
신나고 긴 하루를 보내고, 나도 개비 정도 훌륭한 절세미녀™ 엄마도 몸을 좀 풀기 위해 호텔에 도착해서 호텔 풀장/핫텁에서 몸을 녹이며 하루를 마무리.
4/5일 - 밴쿠버 도심 나들이
비행기 타러 가기 전날은 마지막으로 밴쿠버 시내를 투어하면서 보내기로 함.
밴쿠버에 있는 그랜빌이라는 자그마한 섬이 있는데, 마침 거기로 가는 작은 배 중 하나가 아쿠아버스라는 무지개색으로 알록달록 장식된, 개비 정 취향 저격 보트. 개비 정은 간판만 보고도 신나서 춤을 춤.
지난 3일간 워낙 열심히 뛰어다니고 놀아서 엄청 피곤할텐데도, 개비 정은 배 타고 바다를 건너면서도 계속 춤추고 노래 부르면서 신남.
배를 타고 간 그랜빌은 예전 삼청동 같은, 옛 건물/공장 등을 뜯어 고쳐서 예술가들이 살면서 발전된 느낌의 동네. 그 간 계속 날씨가 좋았던데 반해, 이 날은 비가 계속 내려서, 우린 아쉬운대로 되도록이면 실내로 다니기로 함.
독특하게 꾸며진 여러 건물 중, 특별히 눈길을 끈 곳은 무지개 간판으로 장식 된 어린이 마켓. 들어가 보니, 온갖 장난감 가게와 더불어, 개비 정은 아직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오락실이 한 층을 고스란히 차지!
그랜빌에서 놀다가 오후에는 버스를 타고 밴쿠버 도심 반대편에 있는 중국식 정원으로 향함. 가는 길에 여러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하는데, 이젠 사진 찍히는 데에도 재미 들려서, 나름 폼도 잡으면서 사진 찍어 달라고 함.
지치지도 않는지, 중국식 정원에 가서도 개비 정은 빗속을 뛰어다니면서 춤추고 놀았다.
서예 체험(?)을 하는 곳에서는 전시 된 판대기를 죄다 칠하고서는
개비 정: 오션이야. 오션 잘 그리지? 음. 오션이야.
중국 정원에서는 문 닫을 때까지 놀다가, 마지막 저녁은 분위기 있게 먹기 위해 가스타운이라는 매력적인 동네로 향함.
5/5일 - 귀가
마지막날 아침은, (공짜가 아니라서 그 동안 한 번도 먹지 않았던) 호텔 아침 식사를 먹어 보기로 하고 내려 갔는데 …
보통 호텔과 같은 컨티낸탈 아침을 기대하고 내려갔더니, 웬 초호화 식사 뷔페가 …
그렇게 호화롭게 아침을 먹고서 샌프란시스코 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우린 공항으로 직행.
공항에서 조차 개비 정은 놀이터를 찾아서 새로운 친구도 사귀고 한참을 뛰어 놀다가 비행기 탑승 시간이 되서 겨우겨우 질질 끌고 감.
갈 때 만큼이나, 비행기에서 정말 잘 있어준 개비 정. 심지어, 내릴 때, 옆 줄에 앉았던 할아버지는, 평생 비행기 타면서 이렇게 얌전하게 말 잘듣고 잘 가는 아이는 처음 봤다고 칭찬도 해줌.
이렇게, 4박 5일 간의 여행도도 무사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