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에는 4박 5일 밴쿠버 여행이 계획 된 관계로, 이번주는 조용하게 발레 다녀오고, 자주 가보지 못한 밸리 페어 몰에서 쇼핑도 하고, 오후에는 호진이 이모 집으로 입양 보냈던 나온이(나나)와 초코를 만나고 왔다.
집 가까운 곳에 스쇼가 워낙 좋아서, 근처에 수 많은 전형적으로 미국적인 쇼핑몰들을 잘 안 가게 되는데, 사실 그런 곳이 실내 놀이터도 제법 크게 있고, 먹을 것도 많아서, 개비 정 놀기에는 좀 더 좋을 때도 있다는 … 그런 것과는 별개로, 오늘 점심 초대를 받은 시간과 개비 정 발레가 끝나는 시간 사이가 애매하게 떠서, 점심 초대 받은 곳 근처에 있는 쇼핑몰에서 구경 좀 하다 점심 먹으러 가기로 함. 그곳이 밸리 페어 몰1.
적잖이 큰 곳이라, 이것 저것 구경하다 보면 시간 금방 가겠지 … 싶었는데, 개비 정은 도착하자마자 1층 가운데 쯤 있는 어린이 놀이터로 직행. 근데, 몰은 전반적으로 공사 중이라, 생각보다 막 돌아다닐 분위기도 또 아니었다는 …
아무래도, 놀이터에서 개비 정 혼자 신나 있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서, 훌륭한 절세미녀™ 엄마가 잘 꼬셔서, 우리도 즐겁게 놀 수 있는 놀이터 옆 레고 스토어로 고고씽.
개비 정: 이거, 신데렐라 공주는 우리 집에 없는거다, 그지?
아빠: 사고 싶어?
개비 정: 아니 … 근데 우리 집엔 없잖아 … 우리 집에도 신데렐라 레고 있었으면 좋겠다.
어렸을 때부터 뭘 사달라고 잘 조르지 않는 편인 개비 정. 더 어렸을 때는, 뭘 살 수 있다는 개념 자체가 없어서 살 생각도 못한다 싶었는데, 이제는 살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면서도, 어지간 해서는 뭘 사달라고 조르질 않는다. 사고 싶다고 말을 했다가도, 금방 눈치를 보면서
개비 정: 못 살 수도 있어. 그래도 괜찮아. 우리 딴 데 갈까?
하면서 스스로 위로를 하기도 하면서 말을 돌리는데, 당췌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평소에 뭘 못 사게 막은 적도 딱히 없고(사달라고 하질 않으니, 막을 기회도 없었지, 뭐;;;) … 이런 것도 타고난 기질인건지 … 아님, 이게 극한의 심리전인건지, 저러고 있으면 너무 딱하고 불쌍해서 꼭 뭐라도 사주고 싶어지게 만든다 …
이미 집에는 레고 공주들이 너무 많아서2, 신데렐라는 못 사주고, 엄청 마음에 들어하면서 감히 들어보지도 못하고 쳐다만 보고 있던 레고로 장식된 물컵과 프린세스 벨3 레고 열쇠고리를 저렴하게 사줌.
쇼핑몰 내부 디자인/상점 배치하는 사람들도 바보는 아닌게, 커다란 어린이 놀이터 구역(?)을 중심으로는 늘 온갖 간식거리와 장난감 가게들이 가득 둘러싸고 있다. 여기서 함정은, 개비 정은 장난감 같은거 보다는 놀이터에서 노는 데에 더 관심이 많은데, 나와 훌륭한 절세미녀™ 엄마가 참지 못하고 개비 정을 이리 저리 끌고 들어간다는 거 …
레고 스토어 맞은 편에는 또 직접 악세사리, 옷 등을 골라서 솜을 집어 넣는 것까지 커스텀 인형을 만들어 볼 수 있는 빌드 어 베어 워크샵이 있어서, 비싸서 살 생각은 그닥 없지만 구경하는 재미가 있기에, 개비 정 끌고 또 들어가 봄.
각종 이쁘고 깜찍한 곰돌이들이 있는건 물론이고, 무엇 보다 개비 정이 좋아하는 온갖 캐릭터/공주들 인형도 있어서 개비 정은 신나게 한참을 구경함.
특히, 최근에 열심히 보기 시작한 트롤즈의 여(?)주인공인 파피 인형이 너무 리얼하게 있어서, 개비 정은 쉽사리 발동되지 않는 구매 욕구가 마침 발동 … 하지만, 빌드 어 베어는 인형과 옷 등 이것저것 고르다 보면 금방 말도 안되는 가격이 나와버리는 곳이라 … 딱함과 불쌍함이고 뭐고, 얼른 바리바리 짐 싸들고 도망쳐 나왔다.
그렇게 이 가게 저 가게 구경 하다 보니, 어느새 점심 먹으러 갈 시간. 점심 초대 받은 곳은, 개비 정이 아주 어렸을 때 약 1년 간 우리 집에서 키웠던 기니 피그, 나온(혹은 나나)이와 초코를, 훌륭한 절세미녀™ 엄마의 알러지로 인해 입양 보냈던 호진이 이모네.
입양 보낸지 2~3년만에 처음 보는 아이들. 분명 보낼 때는 내 손바닥만한 자그마한 쥐새끼들이었는데, 어느새 뚱뚱해져서, 한 마리 당 3인분 스태이크는 나올 것 같은 크기.
어렸을 때는 잘 만져주고 같이 놀던 개비 정도, 전혀 기억이 안나는지, 그리고 애들이 워낙 커져서인지, 무서워서 잘 다가가지 못함. 뭔가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먹이도 먹여주려고 하려다가도, 막상 애들이 다가오면 뒤로 물러서는 …
그렇게 맛갈진 점심(갈비찜)을 얻어먹고, 한참을 나나와 초고와 놀다가, 집에 와서는 개비 정 혼자 1층에서 놀고, 나와 훌륭한 절세미녀™ 엄마는 방에서 뻗어 낮잠을 잠4.
그리고 저녁은, 훌륭한 절세미녀™ 엄마가 두 시간 동안 피땀 흘려 직접 만든 두시간닭강정(©훌절엄)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 함.
이렇게, 걍 쉬려다가 본이 아니게 별거 하지도 않고 글 한바탕 쓴 날도 무사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