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크리마스 주간으로, 개비 정 학교가 쉬는 바람에, 일주일 내내 같이 지내게 됐다. 하여, 이번주 포스팅은 (오히려 별 일 없었던) 주말 나들이를 소개하기 보다는, 한주 간의 일들을 요약해 보기로 했다. 감사하게도, 여러 사람(특히 비키 이모)의 도움으로 우리 셋만 보내는 우울하고 지치는 한주가 되지는 않았다.
월요일 - 크리스마스 당일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전날 저녁부터 훌륭한 절세미녀™ 엄마와 함께 개비 정 잠든 후 약 두 시간 열심히 꾸며 놓은 우리들의 소소한 크리스마스 장식에 둘러 쌓여 선물 오프닝을 했다.
크리스마스 아침식사로는 멋지게 짜짜로니 한 접시 씩 챙겨 먹고서, 남은 하루는 방콕 … 할 뻔했는데, 감사하게도 비키 이모가 저녁 식사 초대를 해주셔서, 성탄절 저녁은 이모가 차려 주신 진수성찬을 즐길 수 있었다.
더불어, 요즘 대중교통 타는 데에 맛들인 개비 정을 위해, 비키 이모가 화요일 하루 기차 여행을 준비해 주셔서(!) 훌륭한 절세미녀™ 엄마와 나는 본의 아닌 하루 휴가를 얻게 되었다는 …
심지어, 다음날 기차 여행을 위해 개비 정은 비키 이모 집에서 하룻밤을 자기로 하고, 나와 훌륭한 절세미녀™ 엄마는 개비 정 탄생이래 처음으로 단 둘이서 우리 집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되었다1
부모 없이 외박을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걱정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개비 정은 저녁 먹고 헤어질 시간이 되자,
아빠: 잘 있을 수 있지? 엄마 아빤 이제 집에 갈께~ 우린 내일 보는거야, 알았지?
개비 정: (귀찮다는 듯) 응응~ 알았어. 아빠 가. 사랑해 사랑해.
… 하며 함께 놀던 이모부에게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 갔다.
우리에 대한 정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모와 이모부에 대한 정이 차고도 넘쳐서 그랬으리라 생각하며, 그렇게 우린 크리스마스 저녁을 평화롭게 지내게 되었다는 …
화요일 - 기차 여행2
개비 정은 비키 이모와 둘이 오붓한 기차 여행으로 하루를 지내는 동안, 훌륭한 절세미녀™ 엄마는 여러가지 바쁜 일들을 처리하고, 나는 … 구글맵 리뷰 열심히 쓴 댓가로 받은 공짜 영화 티켓 교환권으로 집 근처 극장에서 새로 나온 스타워즈를 조조로, 총각처럼 보러 달려 갔다.
솔직히, 이 날 하루를 개비 정이 어떻게 지냈는지 디테일은 모르겠지만, 이모가 보내주신 사진들, 그리고 이모와 개비 정을 통해 전해 들은 이야기를 종합해 볼 때:
- 개비 정은 아침에 일어나서 한참을 이모랑 놀다가
- 정오쯤 기차를 타러 나와서
- 왕복 네 시간 쯤 되는 기차를 타고 갔다 오고 (목적지에 도착해서는 뭘 했는지 잘 못 들음;;; )
- 돌아와서는 이모와 함께 “언니들만 먹을 수 있는”(?) 타코를 “두개 나” 먹고,
- 어린이 놀이터가 있는 스포츠 센터에서 목욕까지 하고 놀았다
내가 픽업하러 간 시간은 저녁 여덟시 반. 낮잠도 안 자고 하루 종일 놀았다는 개비 정은, 바람이 잔뜩 들었는지, 차에 타자마자
개비 정: 아빠! 이제 우리 어디 가? [개비 정]은 워터풀(역: 수영장) 가고 싶다. 우리 집에 가서 엄마 하이(역: 인사)하고 워터풀 갈까? 그게 좋은 생각이다. 그치? 그렇게 하자.
… 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출발 한지 10분만에 반으로 접힌줄도 모르고 잠들어 버림. 심지어는, 난생 처음으로, 차에서 잠든 개비 정을 들어다가 방에 눕힐 때까지 깨지 않는 경험을 하였다.
괜히 건드렸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널 것 같아서, 목욕도 다 하고 왔다는데, 양말만 간신히 벗겨서 그대로 재웠다.
수요일 - 실내 수영장
지난 밤 차에 타자마자 수영장 가자던 개비 정; 비몽사몽 간에 한 얘기라 조용히 넘어 갈 줄 알았는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개비 정: 아빠~ 워터풀 오픈 했대?
… 그래서, 이 날은 예전에도 몇번 갔던 실내 수영장을 가게 되었다는 … 이제 제법 물을 즐길 줄 아는 개비 정은, 한 시간 가까이 물 속에서 혼자 열심히 이리 저리 뛰어 다니더니, 오후에는 피곤했는지 내내 짜증을 부리다가 저녁에는 그래도 바로 잠든 하루.
목요일 - 겨울 축제
근처 놀이 공원에서 야간 겨울 축제가 있어서, 목요일에는 개비 정과 학교 같은 반인 (그래서 역시 이번주를 집에서 지내야 했던) 동네친구 주한이와 남자친구 민준이3 가족과 함께 가보기로 했다.
놀이 공원은, 훌륭한 절세미녀™ 엄마와 단 둘이 몇 번 가서 스릴 넘치는 놀이 기구만 타 봤던 곳이라, 개비 정과 친구들에게 과연 흥미로울지에 대해 다소 망설였었던 것에 반해, 막상 가보니 딱 개비 정 또래들이 놀기 좋게 구성져서 본의 아니게 몹시 만족스러웠다.
특히, 주기적으로 떨어지는 인공 눈과, 곳곳에 돌아다니는 공주/요정 분장 언니들에 개비 정과 친구들은 흥분해서 뛰어다니며 놀음. 사실, 평소 같았으면 개비 정이 다소 시큰둥 했을 법한 요소들도 있었는데, 뭔가 어린이 집합체의 시너지 효과에서인지, 아주 작은 자극에도 크게 반응하며 급 신나라했다.
다만, 전반적으로 어둡기도 하고, 흥분한 아이들이 당췌 가만히 있질 않고 계속 뛰어 다니는 바람에 … 블로그질을 위한 사진을 찍기에는 그닥 친화적이지 않았다는;;; (집에 와서 보니 안 흔들린 사진이 별로 없었다)
덤으로, 겁은 많지만, 그에 못지 않게 경쟁심과 잘난척이 충만한 개비 정, 나랑 둘이 놀이 공원을 간게 벌써 몇 번이나 됐는데, 늘 회전 목마 하나도 타길 무서워 하던 아이가 … 친구들이 놀이기구 타면서 잘탄다~ 멋지다~ 용감하다~ 칭찬 듣는 모습을 보더니 갑자기 나서서 지도 이것저것 타겠다는거. 그래서, 생각지도 못하게, 놀이 공원에 있는, 개비 정이 탈 수 있는 놀이 기구는 다 타보고 왔다.
이래서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는 건지 … 이로써 개비 정은 조직문화와 peer pressure4에 약함을 인증.
금요일 - 바베큐
금요일은 훌륭한 절세미녀™ 엄마의 친구 호진이 이모네가 놀러오기로 해서, 집에서 돼지 목살 스테이크를 구워 먹었다.
점심 먹고서, 개비 정 낮잠을 재웠는데 … 한 주간 신나게 놀면서, 낮잠은 제대로 안 자고, 아침에는 늘 일찍 일어났던게 그동안 무리가 됐었는지, 세시에 잠든 개비 정이 여섯시까지 못 일어나고 낮잠을 잤다;;; 심지어는 애써 깨우는 데도 짜증 부리면서 못 일어난건 개비 정 생전 처음이었던듯 …
그렇게 낮잠을 오후 여섯시에 깬 개비 정은, 늦은 저녁을 먹고, 밤 늦게까지 마치 오전인양 티비도 보고 색칠 공부도 하다가 저녁 11시나 되서야 잠드셨다.
토요일 - 마트 나들이
매일매일이 주말 같이 힘들었던5 이번주의 주말은 딱히 특별하지 않아서, 특별한 계획이 없었는데 … 올해 들어 던저니스 크랩을 아직 못 먹은게 아쉬워서 개비 정과 크랩을 사자고 아침부터 길을 나섰다. 지난 수요일에 장을 보면서 갔던 마트에는, 이맘때쯤이면 늘 있던 던저니스 크랩이 품절이여서, 약간 불안했었는데, 다행히도 처음 갔던 마트에 있는거! … 그런데, 비실비실해 보이는 애들 두 마리 뿐이고, 가격도 평소에는 파운드 당 $6.99 정도 하는 애들이, 오늘은 $10.99인거! 왠지, 코스트코를 가면 더 싸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점심 시간이 다 되어감에도 불구하고, 개비 정 사과 하나 사 물려서 코스트코를 향했다.
조금이라도 배가 고픈채로 코스트코에서 장을 보다가는, 과소비를 하기 마련이기에, 개비 정과 코스트코 입구에서 초대형 피자 한 조각씩을 먹고 들어가기로 함. 개비 정은 치즈 피자, 나는 페퍼로니 피자를 시켜서 열심히 먹고 있는데, 난데 없이
개비 정: 아빠. 비밀 얘기.
개비 정: (귓속말로) 피피 마려워 (역: 화장실 가고 싶다)
… 개비 정이랑 둘이 다닐 때는 이런 상황이 제일 난감한 거. 개비 정이 대소변 잘 가리고 화장실도 잘 가지만 … 어쨋든 아직 공중 화장실에 혼자 보낼 수는 없는 실력이라 코스트코 앞 마당에서 피자를 먹다가도 다 싸들고 같이 가야 하는거. 그래서, 우린 먹다 만 피자와 사과를 종이 접시와 호일에 바리바리 싸들고, 차마 음식을 들고 공중화장실 들어가긴 싫어서, 화장실 앞에 음식을 담은 카트를 세워 놓고 얼른 화장실을 다녀왔다. 화장실 다녀온 사이, 코스트코 식당 쪽에 사람이 갑자기 많아져서 더 이상 앉아서 먹을 자리가 없는거 … 그래서, 그냥 카트에 개비 정 태우고 피자를 먹으며 쇼핑을 하기로 했다.
피자와 사과를 열심히 먹으며 해산물 코너를 향하는데, 도착해보니 … 코스트코는 아예 던저니스 크랩이 품절!!! 올해 도대체 무슨 일인지 … 이맘때쯤이면 가게마다 차고도 넘치는게 던저니스 크랩이었던거 같은데 … 그냥 혼자였으면 크랩 따위 안 먹고 말겠지만, 개비 정이랑 아침부터 “크랩 사러 간다”고 해 놓고 나온 터라, 크랩 없이 들어가면 애가 무한한 혼란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하루 종일, 크랩은 왜 못 샀느냐 … 크랩이 다 어딜 갔느냐 … 그래서 언제 살 수 있느냐 … 그럼 마트는 왜 갔느냐 … 질문 세례를 퍼 부을게 뻔해서 급한대로 재고가 있는 킹크랩 다리를 딱 세개 샀다(일인일다리).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우린 저녁에 킹크랩 다리를 삶아 먹었고, 보너스로는 요즘 개비 정이 한참 관심을 가지고 있는 “과일 껍질을 활용한 과일 모양 젤로”를 디저트로 만들어 먹었다.
이렇게, 6일간의 주말도 무사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