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오면서, 개비 정 돌 때쯤부터 우리와 깊은 인연이 닿아 가족 처럼 가깝게 지낸 비키 이모. 이번주말은 비키 이모 초대를 받아 산 라몬 트리 점등식도 보고, 4.5세 이상 언니 오빠들만 갈 수 있다는 한글 학교 김장 체험도 다녀왔다.
트리 점등식
금요일 저녁은 비키 이모 초대를 받아 산 라몬에 있는 비숍 렌치 크리스마스 점등식을 다녀왔다.
차가 막힐 때는 두 시간까지도 걸릴 수 있는 거리라, 세 시쯤 개비 정 픽업 하러 학교를 갔는데, 한참 낮잠 시간 …
갈 마음은 급하지만, 괜히 자는 애 깨워서 데려 갔다가는 하루 종일 기분 나쁜 애 데리고 봉변 당할 것 같아서, 깰 때까지 기다림 …
그렇게, 계획 보다 한참 늦게 출발해서, 예정보다는 좀 늦게 도착했지만, 다행히도 점등식이 생각보다 늦게 시작했다. 비키 이모가 우리 세 식구 먹을 샌드위치와 음료까지 챙겨주셔서, 우린 편안하게 몸만 가서 밥도 맛있게 먹고, 구경 실컷 하다 옴.
나름 동네에서 꽤 큰 축제라 사람도 바글바글 많고, 이런저런 볼거리도 엄청 많은데… 개비 정은 왠 풍선 만들기 광대한테 빠져가지고, 그걸 꼭 받아야 겠다는거. 줄이 너무 긴지라, 훌륭한 절세미녀™ 엄마가 줄 서서 기다리는 40분 동안, 개비 정은 비키 이모와 함께 초집중해서 광대 구경함. 그렇게 오랫동안 한 가지에 집중해 있는 것도 처음 봄;;;
워낙 큰 행사라, 심지어는 (눈이 오지 않는 이 동네에서) 아이들이 눈 체험을 할 수 있는 작은 인조 눈 공원도 준비 되어 있었다. 눈 놀이에 대해 처음부터 신이 가득했던 개비 정이, 왠지 눈 놀이를 하지 않고서는 집에 가지 않을 것 같아서; 하지만 눈 체험 공원에도 줄이 만만치 않아서; 훌륭한 절세미녀™ 엄마는 풍선 광대 줄을 서고, 비키 이모는 개비 정과 구경하는 동안, 나는 전략적으로 눈 체험 공원 줄을 서 있기로 함.
이렇게, 어른 세 명이 개비 정 하나를 위해 몸바쳐 희생하는데, 막상 눈 공원 들어간 개비 정은 눈이 생각 처럼 부드럽지가 않다고, 그리고 언니 오빠들 눈 싸움에 휘말려서 지 머리에 눈 들어 갔다고, 통곡을 하면서도, 나 더러 눈사람은 만들어 내란다;;;
딸 잘못 키운 나 자신을 탓하며, 그래도 남은 시간은 최대한 볼거리들을 즐겨 보리라 싶어서, 개비 정 유모차 태워 한 바퀴 더 돌았다. 산타 할아버지와 사진 찍을 수 있는 부스도 있었지만, 그 곳도 디즈니랜드 못지 않게 줄이 길어서, 아쉬운대로 산타 할아버지 조수랑 한 방.
시간이 늦어, 비키 이모랑은 작별을 하고 집에 가려는데, 이번에는 순록에 빠져서 떠날 생각을 안 하는 개비 정. 한 10분 간을 안 가겠다고, 순록 케이지 앞에서 버티고 있다가, 막상 순록이 아는 척하면서 다가오자 기겁을 하면서
개비 정: 이제 집에 갈래~
집으로 오는 길은, 다행히 차가 안 막혀서 50분 정도 걸렸는데, 깜깜한 저녁, 어두운 차 안에서, 개비 정은 … 가방 속 엄마 화장품을 몰래 꺼내서 나름 화장을 함. 차에서 내리는데, 왠 영구가 내리길래 깜짝 놀랬네.
집에 와서는, 늦은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비키 이모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신 새로운 드레스를 반드시 입어 봐야겠다며, 들어오자마자 황급히 탈의.
김장 체험
그렇게 알찬 금요일 밤을 지내고 골아 떨어진 개비 정; 토요일 오전에는 근처 한글 학교에서 선생님으로 봉사하시는 비키 이모의 초대로 한글 학교 김장 체험도 다녀왔다.
원래 4.5세 이상의 언니 오빠들만 갈 수 있는데 (개비 정은 이제 만3.5세), 선생님이신 비키 이모의 추천(?)으로 감사하게도 교장 선생님이 개비 정도 참여 할 수 있게 허락해 줌.
처음 한 시간 반 정도는 한글 학교 프로그램에 따라 언니 오빠들과 함께 공부를 하고, 그 다음부터 훌륭한 절세미녀™ 엄마와 내가 함께 참여하는 김장 체험이 시작 됐다.
그런데, 처음에는 김장을 위한 머리 그물망(?)을 아무렇지 않게 잘 쓰고 있던 개비 정, 내가 쓴걸 보더니, 지는 그렇게 못 생긴거 안 쓴다면서 또 고집 부리기 시작;;; (개비 정은 요즘 지가 생각 할 때 못 생긴거 — 특히 갈색의 것들에 대해 기겁하며 싫어함.)
결국은 훌륭한 절세미녀™ 엄마가 잘 타일러서 … 엄마 스카프로 두건 만들어줌 (머리를 가리지 않으면 김장에 참여 할 수 없다길래…)
이렇게, 비키 이모 덕에 신나게 놀고, 개비 정은 역시 아직 한글 학교 가기엔 좀 어리다는 걸 새삼 깨달은 주말도 무사히, 끝.
요약
이동거리: 약 88 마일 (141.6 km)
- 집 – 비숍 랜치(왕복): 88 마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