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는 일요일 신나는 일정이 있는데, 개비 정은 감기 기운이 있어서, 신나는 내일을 위해 오늘은 집에서 방콕.
하루 종일 집에서 놀 각오로, 둘 다 일어나자마자 옷도 안 갈아입고 내려 가서 티비 보면서 아침으로는 와플과 과일을 챙겨 먹었다.
개비 정이 좋아하는 각종 유튜브 영상들 챙겨 보고, 넷플릭스에 올라온 미녀와 야수 영화를 한참 보다가, 몇 시간 동안 티비만 보기는 지도 지겨웠는지, 같이 이런저런 게임도 함. 예전엔 텀블링 멍키 같이 간단한 게임도, 룰은 아랑곳하지 않고 막 하더니, 이제는 제법 규칙을 알고 지키는 신기한 개비 정.
주사위도 굴릴 줄 알고, 굴려서 나온 색깔의 막대기를 뽑아야 하는 것도 아는데 … 안타깝게도 원숭이가 떨어지면 지는거라는걸 이해 못함;;; 그래서, 원숭이 안 떨어지면 슬퍼하고, 지가 나보다 원숭이 많이 떨어트리면, 나 불쌍하다고 지 원숭이 나눠주는 … 무식한건지 악랄한건지 알 수 없음.
그렇게 한참을 놀다가, 갑자기 지 방으로 막 올라 가더니, 나한테는 절대로 오지 말라고 하면서 한참을 우당탕탕 하다가 내려 온 개비 정. 잠옷 입고 있기가 우울했는지, 지 방에 올라가서 혼자 옷을 갈아입고 옴.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개비 정이 완전 혼자서만 옷을 갈아입은 건 (나에게는) 처음 있은 일이라, 몹시 자랑스러워 하며 칭찬해줌.
이렇게, 오전은 나와 함께 빈둥빈둥 지내다가, 오후에는 내가 연구실 정리하러 잠깐 학교 들어가야 되서, 훌륭한 절세미녀™ 엄마와 함께 (몹시 못마땅해 하며) 낮잠을 잔 개비 정.
사진에서도 느껴지겠지만, 코도 막히고, 열도 나고, 기침도 많이 하는 몹시 안 좋은 컨디션이었지만, 힘들다고 투정 부리지 않고 계속 나름 신나게 노는 모습이 어찌나 기특하고 안쓰럽던지.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밥 먹으랄 때 안 먹고 논다고 떼 쓰는 애를 그토록 얄미워하고 나무라는 내 자신이 어찌나 부족하게 느껴지던지 …
이렇게, 아픈 애 데리고 반나절 있으면서도 나의 부모 됨을 당차게 돌아보게 된 날도 무사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