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캠퍼스 산책

개비 정이 감기 기운이 있는 바람에, 이번주는 멀리 가지 않고, 안정을 취하기로 했다. 그치만, 집에만 있기에는 너무 답답하고, 날씨도 오랜만에(!) 참 좋아서, 개비 정 자전거를 끌고, 여유지게 캠퍼스 산책을 다녀왔다.

블루베리 나무에 블루베리가 본격적으로 무르익기 시작하면서, 개비 정은 집을 나설 때마다 가장 잘 익은 블루베리 하나 따서 씻어 먹는 습관이 생겼다. 철 지나서도 계속 블루베리 찾으면 곤란한데 …

1일1블루베리

1일1블루베리

운동신경 발달이 유난히 뒤처진 개비 정, 최근에서야 (돌 때쯤 사준) 세 발 자전거를 혼자 타기 시작했다. 아직 오르막길은 못 가지만, 나름 열심히 타는게 기특하기도 하면서, 이제는 지가 타니까 밀지 못하게 하는게 답답하기도 한;;;

산책도 산책이지만, 무의미하게 거닐며 다니기엔 좀 허무한 감이 없지 않아 있어서, 개비 정과 캠퍼스 정 중앙쯤의 학생회관에 위치한 잠바주스를 가서 주스를 사 먹자고 다짐하고 (걸어서 약 20-30분 거리) 신나게 출발을 했다.

이젠 자전거 잘 타는 개비 정

이젠 자전거 잘 타는 개비 정

집에서 출발해서, 한참 열심히 잠바주스를 향해 가고 있는데, 10분쯤 갔을까, 갑자기 멈춰 선 개비 정. 꽤나 먼 거리를 오기도 했는지라, 힘든가 싶어 밀어 줄라 했더니, 막 성질을 낸다.

감자기 멈춰선 개비 정

감자기 멈춰선 개비 정

아무 말 없이, 앞으로 가지도 않고, 밀지도 못하게 하면서, 뒤로 고개를 돌려 무엇인가로부터 시선을 떼지 못하는거. 보통 맛있는 거(아이스크림 가게)나 재밌는 거(장난감 가게)에 꽂혔을 때나 나타나는 행동인데, 학부생 기숙사가 늘어진 거리 한 복판에서, 개비 정이 관심을 가질 거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어서, 한참 당황하고 있던 중에 …

시선 고정

시선 고정

개비 정: 삼촌들 뭐해?

두둥

삼촌들의 半裸 농구에 꽂힌 개비 정

삼촌들의 半裸 농구에 꽂힌 개비 정

알고보니 학부생 남자들 티셔츠 벗고 뛰어다니는 농구에 심취한 것. 한참을 뒤 돌아본채로 있다가, 지도 목이 아팠는지, 뒤뚱뒤뚱 자전거를 돌려 갖고서는 대놓고 관찰을 시작.

자리 잡고 관찰모드

자리 잡고 관찰모드

주스 먹으러 가자고 아무리 애원을 해도 들은척도 안하더니, 갑자기 나 더러 농구 코트 뒤에 있는 나무 그늘 아래에 앉으랜다. 내 무릎에 앉아서 봐야겠다고. 세 살짜리 딸 아이가 반쯤 벗은 남정네들 뚫어져라 쳐다보는게 이토록 민망할 줄은 몰랐으면서도, 어차피 시간 떼우며 산책하러 나왔으니까, 그리고 개비 정이 생각지도 못한 엉뚱한 것에 이렇게 심취한게 신기해서, 하자는대로 다 해줌.

일등석 확보

일등석 확보

훌륭한 절세미녀™ 엄마를 닮은 걸까. 난 운동 하는 것도, 경기 보는 것도 그닥 좋아하지 않는데 … 개비 정이 심취해 있는 동안, 나는 셀카 삼매경 …

아빠는 셀카 삼매경

아빠는 셀카 삼매경

솔직히, 잠깐만 보다 일어날 줄 알았는데, 30분이 지났을까? 경기 끝날 때까지 계속 앉아 있었다.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농구하던 남정네들이, 옷을 주섬주섬 입고 정리하기 시작하니까, 벌떡 일어나더니

개비 정: 삼촌들 올던(all done; 끝)했나봐. [개비 정] 배고파. 주스 먹으러 갈까?

어이 없음을 뒤로 한채, 다시 잠바주스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자전거 탈 기분은 아니었는지, 개비 정은 아예 뒤돌아 앉아서는 나더러 밀으란다 … 아직 10분은 족히 더 걸어가야 되는데.

본격적인 산책

본격적인 산책

잠바주스에 도착해서는, 재빨리 주스 하나씩 사 들고, 학생회관 앞 쪽에 있는 광장/분수대에 자리 잡았다. 모처럼 좋은 날씨를 만끽하며 분위기 잡다가, 개비 정도 나도 신나서 신발/양말 벗고 분수대에서 첨벙첨벙 놀기로 했다.

주스 마시며 셀카

주스 마시며 셀카

분수대 물에서 논다고 하면, 다소 더럽게 생각할 수 있지만, 캠퍼스 분수대 물은 모두 (야외) 수영장 수준으로 관리를 해서, 한 여름에는 수영복 입고 분수대에 뛰어 들어가 수영하는 학생들도 종종 볼 수 있다. 물론, 그만큼 수영장 물 냄새가 나기도 한다1.

분수대에서

분수대에서

자세히 보면, 수영복 입고 들어간 학부생들도 보인다 …

자세히 보면, 수영복 입고 들어간 학부생들도 보인다 …

날씨에 흥분한건 우리만이 아니었는지, 분수대 주변에는 다른 어린이들도 뛰어들 체비를 하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은 동네 이웃인 제이든 양.

그렇게 분수대에서 한 시간 가량을 놀다가, 젖은 탓인지, 조금 추워지는 것 같아서, 그리고 한 동안 분수대 근처에서 함께 놀던 다른 어린이/학생들도 모두 들어가는 분위기여서, 우리도 슬슬 짐 챙겨서 집으로 출발 …

주섬주섬 … 집에 갈 채비

주섬주섬 … 집에 갈 채비

이렇게, 감기 기운 있어서 멀리 안 간다면서, 결국 찬물에 뛰어든 날도 무사히, 끝.

요약

이동거리: 약 2.3 마일 (3.7 km)

  • 집 – 학생회관: 1.1 마일
  • 학생회관 – 집: 1.2 마일

경비: $12.78

  • 잠바주스: $12.78

  1. 실제로, 물에 발을 담그자마자 개비 정 첫 마디가 “수영장 냄새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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