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동네 카니발

이번주는 마침 우리 동네에서 카니발을 한다길래, 거저 먹는 마음으로 한주 떼우러 갔다.

가보니, 조랑말 타기, 페이스 페인팅, 풍선 만들기, 기차 타기, 소방차 구경, 동물 만져보기 체험 등 온갖 놀이들이 준비 되어있는 카니발! 하지만, 왠 일인지, 오늘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그저 구경만 하는 개비 정.

남들은 타는 말, 구경만 하기

남들은 타는 말, 구경만 하기

아이들 음악 연주하면서 춤추고 노는 시간이 있어서, 데리고 갔더니, 거기서도 그저 “아빠 무르프”에만 앉아서 꼼짝도 안하고 보기만 하겠댄다. 뭐, 지가 안하고 싶어하는거 억지로 시키지 않지만, 문제는 이러다가 다~~~ 끝나고 나면 나중에 지도 댄스 해야된다고 뒷북칠 위험이 있다는거;;;

오늘의 고정 자세: "아빠 무르프"

오늘의 고정 자세: "아빠 무르프"

역시나, 무대에서 노래 부르던 아저씨가 마지막 곡이라고 말하는 순간, 갑자기 일어나서 (사실 이번 곡은 다소 잔잔하게 애들 누워 있는 곡인데) 혼자 쌓였던 춤독을 미친듯 풀었다. 다 끝나고 나서, 공연한 아저씨는 짐 싸고 있는데, 못내 아쉬웠는지, 무대 위로 올라가서 혼자 더 춤추다가, 아저씨 명함까지 받아 옴1.

계속 앉아만 있다가, 마지막 곡을 불태우는 개비 정

계속 앉아만 있다가, 마지막 곡을 불태우는 개비 정

아이들 공연이 다 마치고는, 학교 공식 밴드 공연이 이어졌다. 보통 학교 밴드는 다소 군악대스러운 절도미가 있는데, 우리 학교 밴드는 소위 자유와 다양성 등등을 대표한다는 취지의 괴짜 같은 멋을 자랑하기로 유명하단다. 몇 년 전에 처음 봤을 때는 정신 사납고 적응이 안됐는데, 이젠 얘들이 제법 멋져 보인다.

학교 공식 밴드. 진짜로.

학교 공식 밴드. 진짜로.

세레나데 받는 옆 친구

세레나데 받는 옆 친구

밴드 구경만 하루 종일 하고싶다는 개비 정을 억지로 이끌고, 시간이 너무 늦은 관계로 점심을 먹으러 오팬하 감. 마침, 요즘 훌륭한 절세미녀™ 엄마도 오팬하를 몹시나 가고 싶어했던 터라, DAM 취지에는 다소 어긋나지만, 오후에는 셋이 다 같이 놀기로 했다.

오팬하에서, 진짜이모와 영상통화

오팬하에서, 진짜이모와 영상통화

오팬하에서 맛있게 점심을 먹고 (오믈렛은 가히 환상적이었다!) 나오는데, 개비 정이 그 앞에 뽑기를 하겠다는 거. 나도 어렸을 때 적잖이 뽑기를 즐겨했던 사람으로서 그 열망을 공감할 수 있어, 무려 두 번이나 뽑게 해줬다. 근데, 두 번이나 하고서도, 지가 원하는 빨간색 공이 안 나오자 (이제 막 밥 먹어서 슬슬 졸리기도 한) 개비 정은 목 놓아 울기 시작.

ㅆㅂ 뽑기 기계

ㅆㅂ 뽑기 기계

옆에서 보다 못한 계산대 언니가 무려 두 번 더 하라고 동전 두 개 기부;;; 그 두 번을 더 하고서도 빨간 공 따윈 나오지 않았지만, 지도 창피한 줄은 알았는지, 부르르 떨리는 입술을 꽉 깨물고 개비 정은 계산대 언니에게 “땡큐” 날려주고 나왔다. 그러면서 차에 타서는,

개비 정: 레드 공 없어도 괜찮아. 그치? [개비 정] 공 네 개나 있어! 우와~

… 하는데, 뭔가 기특하기도 안쓰럽기도 하면서, 우린 스쇼를 향해 갔다.

스쇼에 도착해서는 이것 저것 구경도 하고, 쇼핑도 하다가, 너무 더워서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핑크베리에 갔다. 셋이서 토핑 하나씩 고르고, 중간 사이즈로 주문해서 막 먹기 시작하려는 찰나, 갑자기 엄청 억울해하고 속생해하며 눈물을 터트리는 개비 정! … 알고보니, 중간 사이즈 아이스크림이 다 지껀 줄 알고 있었는데, 훌륭한 절세미녀™ 엄마와 아빠가 갑자기 숟가락을 들이밀기 시작해서 당황했던 것;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어야 함을 깨닫고 …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어야 함을 깨닫고 …

어쨋든, 잘 설득해서, 사이 좋게 나눠 먹고, 집에 돌아와서는 개비 정이 제일 좋아하는 맥앤치즈, 그리고 훌륭한 절세미녀™ 엄마가 먹고 싶다고 한 마늘 파스타 만들어서 맛있게 먹었다.

이렇게, 카니발로 시작해서 온 가족 나들이로 이어진 날도 무사히, 끝.

요약

이동거리: 약 16.4 마일 (26.4 km)

  • 집 – 오팬하: 5 마일
  • 오팬하 – 스탠포드 쇼핑 센터: 9.6 마일
  • 스탠포드 쇼핑 센터 – 집: 1.8 마일

경비: $50.1

  • 점심(OPH): $44.15
  • 핑크베리: $5.95

  1. 아저씨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세 살짜리한테 명함을 줬는지 모르겠다 … 생일 파티할 때 부르라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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