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고모도 만나고 유니버설 스튜디오도 다녀오고, 맛집 탐방도 할겸, 큰 맘 먹고 운전해서 5~6 시간 거리 떨어진 엘에이를 다녀왔다.
솔뱅에서 하루밤 자고, 오후쯤 도착한 엘에이 숙소. 엘에이 숙소는, 솔고모가 에어비앤비로 잡아줌. 늘 호텔로만 여행 다녀서 “빅침대”1를 기대 했던 개비 정은, 처음에는 약간 당황하며
개비 정: 여긴 누구 집이야? 빅침대는 언제 가?
… 하더니, 마침 숙소로 잡은 집에 장난감 가득한 어린이 방이 있어, 한참을 놀다가 저녁 때이 되서는
개비 정: 아빠~ (아줌마 말투로) 여기는, [개비 정] 장난감도 있고, 엄마 아빠랑 놀 수 있는 것도 많아서, 빅침대 보다 더~ 더~ 많이 좋은 건데, [개비 정]은 그걸 몰랐네에~
… 하며 피곤했는지, 금새 잠들어버렸다.
첫날: 유니버설 스튜디오
엘에이 놀이 공원은 디즈니 랜드와 유니버설 스튜디오.
유니버설 보다는 개비 정 또래 애들이 놀기 좋다는 디즈니 … 는 개비 정 두 돌 때쯤
갔다가 개 고생하다 왔고, 또 이번 여행은 개비 정 위주였던 그 간의 여행과 달리
솔고모의 힘을 빌어 엄마와 아빠 위주의 나들이를 하고자 한 목적도 있었기에,
우린 과감하게 유니버설만 가기로 결정!
그래도, 처음 들어가서는, 어쨋든 이런저런 캐릭터들과 아기자기한 것들이 즐비해서 인지, 좀 관심을 보이기도 하고, 좋아라 하는 개비 정.
사실, 본인 생일을 맞이하야 몇 주 전에 사전 답사를 다녀온 솔고모의 조언을 따라, 우린 남들이 입구 쪽 놀이 기구에서 줄 서고 헤매는 동안, 공원 깊숙히 있는 고전(?) 놀이 기구들부터 타고 있기로 전략을 세움!
심지어, 개비 정은 놀이 기구를 탈 수 가 없기 때문에 (키도 안 되고 담력도 안되서), 솔고모가 개비 정을 봐 주는 동안, 훌절™엄과 아빠만 쥬라기 공원 다녀오기로 …
솔고모의 훌륭한 전략에 힘입어, 우리는 거의 하나도 기다리지 않고 15분 만에 쥬라기 공원 놀이기구를 타고 돌아 올 수 있었는데 … 그 찰나에, 개비 정은 어느덧 솔고모 주머니 탈탈 털어서 페이스 페인팅까지 하고 옴;;;
아이를 동반한 그룹들은, 아이가 타지는 못하더라도, 같이 줄을 섰다가, 보호자들이 돌아가며 (다시 줄 설 필요 없이) 놀이 기구를 탈 수 있는 제도가 있어서, 최대한 활용을 하고자 그 뒤로 미이라, 트랜스포머 등 놀이 기구 타러 가며 개비 정 데리고 갔는데 … 이 건 또 긴~ 동굴 속 같은 입구가 문제인거라.
개비 정: 이건 무서운거니까, [개비 정]은 안 탈래.
아빠: 어~ 어차피 못 타. 엄마 아빠만 …
개비 정: 엄마 아빠만 타. [개비 정]은 안 탈래.
훌절™엄: 엄마 아빠만 탈거라고 … [개비 정은] 줄만 같이 서는 …
개비 정: 아냐! … 엄마. 아빠. 그리고 솔고모만 타. [개비 정]은 안 탈래.
유니버설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해리 포터 마을은 근데, 또 이 줄을 서면서 호그와츠 관광도 하고, 현실처럼 꾸며진 마을 구석구석을 파헤치고 다니며 노는 재미인지라 … 또 다시 개비 정은 솔고모 주머니 탈탈 털으라고 보내 놓고, 해리 포터 마을 구경은 훌절™엄과 아빠 둘이서 하기로 함.
이번에는 구슬 아이스크림에 기젯2 인형까지 득템해 온, 자랑스러운 내 딸, 생활형 인간 개비 정.
이래저래 놀다보니, 벌써 공원 문 닫을 시간이 다 되어가서, 우린 마지막으로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하이라이트 중 하이라이트라는 스튜디오 투어 버스를 탐! 근데, 이건 한 시간짜리 투어인지라, 개비 정을 안 싣고 갈 수가 없는거.
무섭거나 개비 정 싫어할만한게 설마 있진 않겠지 … 싶어서 일단 탔는데, 왠걸;;; 3D로 버스를 툴러싸고 킹콩이랑 티라노사우루스랑 쌈박질 하질 않나 … 지하철역 세트장 한 가운데에서 가스 터지고 불나면서 홍수가 들이닥치는 체험 코너까지 …
결국 버스에서 내 가슴팍에 머리를 푹 숨긴채,
개비 정: (생각보다는 그래도 꽤나 담담한척 하며) 다 왔어? 언제 내려?
투어 마치고 버스에 내려서는 (그리고 그 뒤, 집에 돌아온 후로 오늘날까지도 종종)
개비 정: 엘에이 버스는 무섭더라?
개비 정: [개비 정] 버스는 싫었어. 너어~~~무 무섭더라구.
개비 정: 엘에이는 재밌는데, 버스는 무서워.
심지어는, 학교에 돌아와서 선생님이 엘에이 재밌었냐고 물었을 때도, 버스를 탔는데 너무 무서웠다고 대답해서, (상황을 모르는) 선생님은 몹시 당황했었더라는;;
그렇게 우리는 유니버설과 작별을 하고 … 코리아 타운에 있는 범산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
둘째날: 시내 구경
개비 정 보다는 훌절™엄과 아빠 위주의 여행을 하겠노라는 취지를 잊지 않고, 둘째날은 신나게 시내 구경을 다니기로 함. 그런데, 엄마 아빠는 전날 유니버설에서 무리해서 못 일어나고 퍼 자는 동안, 개비 정은 혼자 새벽3 같이 기상해서 드레스 차려 입고, 솔뱅에서 지른 미니 티세트 꺼내서 차려놓고 아침부터 티파티 타령;;;
티파티 같이 해주고 부랴부랴 준비해서 간 첫 목적지는, 헐리웃!
헐리웃
… 근데, 막상 도착해서 보니, 생각보다 그닥 화려(?)하진 않은 … 심지어 그 유명한 길바닥에 붙은 별들도, 가까이서 보니 그저 더러운 타일;;;
내가 지나치게 기대가 컷던 탓일까. 그나마 헐리웃에서 건진건, 배고파서 별 생각 없이 들어갔다가, 너무 맛있어서 당황한 파이집: 파이홀!
그리고, 솔고모와의 랑데부 장소여서 어스렁 거리다가, 사랑에 빠진 아메바 뮤직~ (근데,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 집 근처에도 있는 체인이었다는;;;)
파머스 마켓 + 그로브
헐리웃에서 살짝 당황했으나, 그 와중에도 보람차게 시내 구경을 하고, 음식에 배가 주리며, 화려함에 목이 마른 우리들은, “오리지널 파머스 마켓”이라는 엘에이 먹걸이 장터와, 그 바로 옆에 위치한 화려한 쇼핑 거리인 그로브를 가기로 함.
파머스 마켓 음식도 물론 맛있었지만, 가히 환상적이었던 건, 초콜렛 코팅이 된 와플 컵/콘에 담아주는 에스프레소/핫초코, Zia Valentina!!! 도대체 이런걸 왜 여태 먹어보지 못했었나 싶은 맛이었다.
밥과 디저트를 먹고 나와서는, 여기자기 가게 구경도 하고, 크레이트 앤 배럴에서 새로 출시 됐다는 어린이 가구 브랜드 크레이트 앤 키즈에서 개비 정 가구 구경 삼매경.
그러다 (놀랍게도) 또 배가 고파져서, 그로브 분수대 옆에 앉아 놀다가, 크로넛으로 유명하다는 도미니크 안셀 베이커리에서 훌절™엄이 열심히 줄서서 마지막 남은 크로넛 하나를 겨우 먹을 수 있었다.
다운타운 + 그리피스 천문대
해가 지는 시간에 맞춰 그리피스 천문대에 가긴 해야겠는데, 저녁은 또 먹어야 할 것 같아서, 우리는 엘에이 다운타운으로 다시 향함.
2층 짜리 서점에, 바닥부터 천장까지 책으로 데코한 라스트 북 스토어에서 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다가, 부랴부랴 짐 싸서 (치킨집을 거쳐) 천문대를 갔는데 …
… 구름은 구름대로 껴서 별은 한 개도 안 보이는데, 산 꼭대기라 날은 얼어 죽게 추워서, 바들바들 떨면서, 그나마 엘에이 시내 야경은 실컷 보다가 숙소로 향했다.
셋째날: 브런치 + 베벌리 힐즈 나들이
이틀을 알차고 보람지게 놀았음에도, 아쉬움으로 가득했던 마지막 날.
솔고모는 오후에 일이 있어서, 함께 작별의 브런치를 먹고, 우리는 셋이서 마지막으로 베벌리 힐즈 나들이를 하다 집을 향하기로 했다.
이렇게, 솔고모 볼 겸 다녀온 엘에이 나들이도 무사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