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에는 몇 주 전에 할머니와 함께 갔던 길로이 가든을 다시 가기로 했다. 마침 지난번에 연간 회원권 끊어서 입장료도 무료고, 지난번 왔을 때는 개비 정이 쓸데 없이 일찍 일어나서 하루 종일 짜증 내는 바람에 제대로 놀지도 못했는지라, 이번엔 좀 더 놀이 기구도 타보고자 큰 맘 먹고 다녀 왔다.
지난번과는 달리, 이번주는 (비교적) 일찍 잠든 개비 정. 아침엔 좀 일찍 일어나서 톡톡톡 침대로 기어 올라왔지만, 마침 커다라 침대에 훌륭한 절세미녀™ 엄마도 안 계신지라1, 끌어 안고 강제로 한 시간 더 재워버림.
신나게 노래 들으면서 약 한 시간 운전해서 도착해보니, 오늘은 지난번에 없었던 동물 체험관(petting zoo)이 생겨 있어서, 별도 입장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비 정 끌고 들어가 봄.
처음에는 신나 갖고 들어가더니, “체험관”(동물들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올 수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살짝 기겁함.
중간중간 쎈척 하느라 막 다가갔다가, 병아리 한 마리라도 다가온다 싶으면 오만상을 찌푸리며 줄행랑. … 내 딸이 용맹한 전사이기는 바라지도 않지만, 이토록 겁쟁이인줄 새삼 깨달은 하루.
개비 정: 그래도, 나는 언니라서 덕(역: 오리)도 보고 돼지도 봤어. 베이비는 무서워서 못 봐.
아빠: 진짜 언니는 “이쁘다”하고 다 만질 수도 있는건데?
개비 정: 아빠, 여긴 재미 없다 이제. 딴 거 보러 갈까?
오늘의 테마는 이렇듯, “겁에 질린 개비 정”.
갓난 아기도 신나서 타는 회전 목마도, 움직이기 시작하자마자,
개비 정: 아빠, 끝났어? 언제 내려? [개비 정] 그만 탈래 …
(신나 보이는 표지 사진은 출발하기 전 …)
엄청 꼬셔서, 다른 어린이 용 놀이 기구 하나 태웠더니, 타는 내내 엄청 억울하고 못마땅한 표정으로 째려봐서, 그 후로는 나도 포기 했다.
조금 돌아다니다 보니, 역시나 배가 고파져서, 지난번 할머니와 함께 점심 먹었던 곳으로 향함. 그 때도 지나는 길에 낚시 게임하는 곳에서 개비 정이 발길을 옮기지 못했었는데, 이번에도 그 앞에서 서성거리길래, 같이 낚시 게임 한 번 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나름, 상품으로 인형도 두 개나 받아줬는데, 낚시 게임의 룰을 딱히 이해하진 못한 개비 정, 인형은 그냥 당연히 받는 건줄 알고, 고마워하는 기색 1도 없음;;;
그런데 이놈의 놀이공원 파스타 집! 지난번에도 그랬던 것 같은데, 밥이 나오는데 지나치게 오래 걸림. 사람이 아주 말도 안되게 많았던 것도 아닌데 … 앞으로 길로이 가든 올 때는 반드시 도시락을 지참할 것.
애타게 기다린 스파게티와 피자를 다 먹은 후, 둘 다 너무 배불러서 움직이질 못하다가, 겨우 용기를 내서 일어남. (양이 너무 많아서, 스파게티는 반쯤 버림;;;)
아빠: 배 엄청 부르다, 그치?
개비 정: 엉. 너어무 많았어. 아빠도 다 못 먹었어? [개비 정] 진짜 배부르다!
(유모차에 앉자마자)
개비 정: 아빠! 근데 [개비 정] 배고프다!
아빠: 어? 배가 부르다 고?
개비 정: 아니~ 아이스크림 배고프다고!
그렇게 우린 터질 것 같은 배를 부여잡고, 아이스크림 먹으러 감. 다행히, 아이스크림 파는 곳은 놀이 공원 반대 편에 있어서, 천천히 구경도 하고 산책하면서 소화도 조금씩 시켰다.
밤쯤 가서 있는 인공 폭포 앞에서는 갑자기 기운이 솟아났는지, 거의 한 시간을 뛰어 다니면서 혼자 기똥차게 놀았다.
걷다가 지칠 때쯤 작은 야외 무대를 지나는데, 마침 공연 시작 5분전이길래, 잠시 앉아서 야채 인형들 노래 부르는 어린이 공연도 본의 아니게 관람. 개비 정, 처음에는 무대에 야채 인형들이 움직이면서 말하는 걸 듣고서는 무섭다며 다른 데 가자더니, 노래가 시작하자
개비 정: 오~ 아빠, 이건 뉴쏭(역: new song)이다, 그치? 아주 재밌다. 우리 더 보고 가자. 아라찌? 오늘만 그렇게 하자.2 오케이?
그렇게 긴 여정 끝에 드디어 아이스크림 가게 도착. 밥 먹고 거의 두 시간을 걸어 다녔더니 진짜로 배가 좀 고프기도 하고, 아이스크림 가격이 꼭 두개를 사게끔 책정이 되서, 그리고 개비 정은 아이스크림 나눠 먹자 그럼 기겁을 하고 싫어하는 경향이 있어서, 두개 시킴.
그런데, 점원이 하나를 먼저 가져다 주는데, ㅆㅂ, 소프트 아이스크림이 내 대가리만하게 쌓여서 나오는거. 다급하게 점원 불러서, 두번째꺼는 좀 작게 담아 달랬더니, 옆에서 듣고 있던 개비 정,
개비 정: [개비 정]은 언니라서 아이스크림 많이 먹을 수 있는 데엥~ 아빠 왜 조금만 달라고 얘기했어? [개비 정] 속상해.
(기타등등 징징거리다가, 지 아이스크림 나온거 보더니, “작은”게 생각보다 컸는지)
개비 정: 아빠~ 이모가 [개비 정] 아이스크림은 언니 아이스크림 줬나봐~ 아빠는 더 큰 언니 아이스크림이고, [개비 정]은 그냥 언니 아이스크림이네?
처음에는 나름 흘리지 않고 콘으로 잘 먹더니, 결국에는 플라스틱 컵 받아서, 콘으로 아이스크림 퍼먹는 신세가 된 개비 정.
아이스크림을 먹고 나니 둘 다 졸리고 지쳐서 집에 가기로 함. 그런데, 주차장으로 돌아 가는 길에 작은 배 같은걸 타는 놀이 기구가 있어서, 그냥 가긴 아쉬운 맘에 (그래도, 요즘 배 타는건 좋아는) 개비 정 열심히 꼬셔서 마지막으로 하나 더 타고 감.
그리고, 어김없이 오늘도, 집으로 가는 길에 차에서 깊이 잠이 들었다는 …
이렇게, 10시에 집을 나서서 5시까지 놀다 들어간 날도 무사히, 끝.
요약
이동거리: 약 104 마일 (167.3 km)
- 집 – 길로이가든(왕복): 104 마일
경비: $36.27
- 동물 체험관 입장료: $5
- 낚시 놀이: $6
- 점심: $18.29
- 아이스크림: $6.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