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공원 나들이하면서 학교친구 애이다와 함께 페달 보트도 타고, 지난주에는 학교가 쉬는 바람에 훌륭한 절세미녀™ 엄마와 함께 샌프란 1박 여행을 다녀오면서 크루즈 보트도 타고온 개비 정 … 이제는 보트 바람이 들어버려서, 그리고 마침 이번 주말에 우리 동네 40도가 웃도는 역사적으로 더운 주말이 될거라며 폭염주의보가 내려서, 이번주는 훌륭한 절세미녀™ 엄마와 함께 셋이 집 근처 바닷가에 카약 타러 다녀옴.
장소는 집에서 안 막히면 40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는 하프문 베이 근처 필러 포인트 하버에 위치한 하프문 베이 카약. 훌륭한 절세미녀™ 엄마가 역시나 훌륭하게 11시 예약까지 미리 해두어서, 차가 많이 막히기 전에 출발해서, 도착 하자마자 바로 대여하고 바다로 나갈 수 있었다. (반면, 우리가 도착했을 때, 예약 없이 타고자 했던 인원들은 “오후 세시까지는 예약이 다 찼어요”하는 소리에 기겁하는듯 하였다. 훌륭한 절세미녀™ 엄마가 함께 하지 않는 평소와 같은 주말나들이였으면, 나와 개비 정이 그 소리를 듣고 다른 데로 향했으리라 …)
이젠 구명 조끼도 좀 입어 봤다고, 대여소 언니가 주는대로 받아서 잘만 입는 개비 정.
카약은 또 지금까지 탔던 배들이랑은 달라서 무서워할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혼자 터벅터벅 올라가서 아빠 다리로 정 중앙에 앉더니
개비 정: 아빠! 손 넣으니까 물이 시원해. 아빠도 손 넣어봐.
개비 정: 여기는 크랩이 많아1. [개비 정]은 언니니까 크랩 무섭지 않아.
한참을 우리가 노 젓는대로 따라가며 시끄럽게 떠들더니,
개비 정: 아빠, 난 언니라서 노란거 할 수 있어 (역: 노를 젓고 싶다.)
괘나 무거운 노를 그래도 한 번 쥐어줘 봤더니, 나름 흉내를 내면서 이리 흔들고 저리 흔듦. 그치만 추진력도, 방향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그저 여기저기 툭툭 치는게, 맞을까봐 무섭기만 했다.
한 바퀴 돌고 오니 어느새 한 시간이 지나 정오. 원래 계획은 근처 해변가로 가서 그 근처에서 맛있는걸 사먹고 해변에서 시원하게 시간을 보내는 거였는데, 카약질 잔뜩하고 나오니까 너무 배고파서, 눈에 보이는 가장 가까운 식당으로 들어가서 미친듯이 시켜 먹음.
물가 비싸고 미국 답지 않게 “건강식 챙기는” 우리 동네 살다보면 잊게 되는건, 미국 식당은 양이 참 푸짐하다는거. 우리 동네 식당들은 가보면 다 한국만큼인 — 혹은 더 심하게 — 양이 아쉬운데, 조금만 벗어난 곳 식당 가서, 우리 동네에서 시키듯 이것저것 시키다보면, 다 못먹을 양이 금방 쌓인다 …
결국, 시킨 점심 다 못 먹고 테이크아웃 박스에 담아 옴.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옆 아이스크림 가게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어서, 아이스크림까지 하나씩 먹고, 해변가로 출발.
그런데, 폭염 주의보 때문에 동네 사람들 다 해변으로 나왔는지, 가는 해변마다 족족 사람 너무 많다고 문 닫은거;;; 그래도 다행히, 하프문 베이 해변가 따라 워낙 해변이 많아서, 하나하나 다 가보다 겨우 자리 있는 곳 발견.
주차장이 꽉 차서, 그리고 그 동네에 있는 갓길이란 갓길도 다 주차장이 되어버려서, 주차하는 데 좀 애 먹었지만, 모래놀이 삼매경에 빠진 개비 정을 보면 그 고생이 다 의미가 있다는 생각도 드는게 … 나도 이제 아빠긴 한가보다 싶다.
근데, 모래놀이도 잠시, 오늘은 갑자기 해변가 여기저기 뿌려진 부서진 조개 껍데기 주어 담는 데에 재미 들린 개비 정. 약 두 시간 동안, 무더위 속에서 뜨거운 모래사장을 뛰어 다니며, 조개 껍데기 조각을 한 컵 가득 모았다는 … ;
이렇게, 글자 그대로 피서(避暑) 다녀온 날도 무사히, 끝.
요약
이동거리: 약 51.5 마일 (83 km)
- 집 – 하프문 베이 카약: 26.8 마일
- 하프문 베이 카약 – 하프문 베이 해변: 4.8 마일
- 하프문 베이 해변 – 집: 23.9 마일
경비: $121
- 카약 렌탈: $50
- 점심: $60
- 아이스크림: $11
- 한 마리도 없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