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비 정이 최근 디즈니 모아나 노래를 유튜브로 보면서, 계속 “오션” (해변/바다/모래) 가자고 해서, 이번 주말은 집에서 약 50분 떨어진 가까운 산 그레고리오(San Gregorio) 해변에 가기로 함.
왠지, 근처에 아무 것도 없이 덩그러니 해변만 있는 동네 일 것 같아서, 그리고, 가서 자리 잡았다가, 개비 정 데리고 점심 먹으러 이동하기가 너무 번거로울 것 같아서, 오늘은 아침부터 부지런히 주먹밥 도시락을 준비해 갔다. (실제로 가보니, 해먹지 않으면 근처에 밥 먹을 곳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보기 어려운 곳이었다! 가고자 하는 이 있으면, 식사는 반드시 챙겨 가삼.)
아침에 일찍(10시쯤?) 도착했던, 주차장도 텅텅 비어있고, 심지어 주차비도 “셀프”. 봉투 갖다가 차량 정보 적고, 알아서 양심껏 $8 넣고 가랜다. (근데, 집에 올 때 보니까, 오후에 출근한 아저씨가 다 검사 하긴 하는듯 …)
도착하자마자 처음 마주한 것은 내 손바닥 보다 조금 더 큰 바닷 게. 개비 정은, 보자마자 게를 먹어야 겠다며 … 여기는 신기하게도, 산에서 바다 쪽으로 흘러 들어가는 강줄기가 해변을 가로지르는 곳. 물놀이 준비를 해 온다면, 강물에서(먹어 봤음. 짜지 않음.)도 놀다가, 모래 사장에서도 놀다가, 파도 치는 바닷물에서도 놀 수 있는 아주 훌륭한 장소. 다만, 근처에 식당이나 가게 같은게 하나도 없어서 그런지, 사람은 정말 별로 없었다.
오히려 사람이 너무 없으니까, 텅빈 허허벌판에서 자리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어려웠는데, 마침 개비 정이 강줄기 따라 뛰어 놀다가 한 곳에서 주저 앉아버려서, 거기에 돗자리 폈다. 우리 스팟(자리) 잡자마자, 개비 정은 신나게 뛰어가서 돌부터 주워 모음.
모래는 참 고운데, 파도가 치는 해변 따라서 개비 정 손바닥만한 자갈들이 줄을 서 있는데, 개비 정은 자갈들을 주우러 신나서 갔다가, 몰아치(기 보다는 그냥 서서히 들어오)는 파도를 보고 기겁하며 급 줄행랑.
파도에 놀란 개비 정은, 한 동안 강 변에서 모래 놀이에 전념. 그러다가, 옆으로 있는 바위 산(?)에 돌이 있을 것 같다며, 평소에는 겁 많아서 놀이터 철봉도 잘 안 올라가는 개비 정이 갑자기 등반을 시작.
내가 보기에도 적잖이 위태로운데, 중간중간 조개 껍데기 같은거 주우면서, 개비 정은 뒤도 한 번 돌아보지 않고 위로만 …
올라 가서는, 지도 스스로가 대견하고 뿌듯했던지, 뒤 돌아서 내려다 보이는 광경을 보며 거의 10분 가까이 웃으며 멍 때리고 있었다. (개비 정에게 멍때림 10분은, 일반인으로 치면 거의 하루 종일 명상 하는 것과도 같이 기이한 일임.)
우리 자리로 돌아왔을 때 시간은 거의 정오. 싸온 도시락을 나눠먹으며 평화로운 휴식의 시간(!)을 가졌다. 어쩐 일인지, 이제는 개비 정과 다니면서 잠깐 쉬는 시간들이 발생하기도 하더라.
배도 부르고, 해도 뜻뜻하게 비치니, 너무 졸려서 드러 누웠는데, 개비 정은 옆에서 계속 더 놀러 가자고 보챔. 사탕 서너개로 입 막음 하다가, 도무지 안 되겠어서, 그럼 [개비 정] 뭐하고 싶냐고 물어 봤더니, 한참 “고민고민”. 그러다 결국 결론은 (그닥 놀랍지 않게) “모래 놀이”.
해변이 꽤나 넓기도 하고, 이제 모래 놀이는 도무지 지겨워서, 개비 정 잘 꼬셔서 해변 산책을 가기로 함. 조금만 걷다 보니, 옆 바위 산(?) 안쪽으로 커다란 동굴들과 그늘진 곳 대거 발견!
동굴쪽 그늘 밑에 자리 잡은 개비 정은, 다시 돌/조개 껍데기 등을 모아야겠다는 굳은 의지가 생겼는지, 위풍당당하게 바닷가를 향해 가는데 …
결국은 돌과 조개 껍데기 몇 개 챙겨서는, 바다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바위 산 아래 쪽에 대피한 개비 정. 지는 혼자 놀겠다며, 나한테는 돌이나 주워 오랜다.
혼자 놀으라고 두고, 난 한참 해변가 산책 하는데, 뭔가 그늘 밑에서 꼬물꼬물 하길래 궁금해서 가봤더니, 그 간에 모은 재료들 가지고 “아빠 방”을 만들었댄다.
개비 정: 아빠, 요기 누워봐. 아빠 방이야. 진짜 편해.
아빠: …
개비 정: 아니야, 잠깐. 아직 안 된거 같아. 조금 불편하지? 다시 해줄게, 알았지?
집에서 챙겨온 비치 볼도 꺼내주고, 파도 속에서 이런 저런 재료들을 주워다 줬더니, 만들기에 푸욱 빠져서 도무지 집에 갈 생각을 안하는 개비 정. 더 늦으면, 장 봐서 저녁을 먹기 애매한 시간이 될 것 같아서, 그 간에 수집한 아이템 중 가장 마음에 드는거 하나 집에 가져가는 조건으로 겨우 꼬셔서 데리고 주차장으로 올라옴. (하필 그 아이템은 게 딱지;;;)
주차장에서 화장실을 들렀다가 차를 타러 가려는데, 옆에 등산로를 보더니 꼭 산책을 하고 가야겠다는 개비 정. 꽤 가파른 비탈길임에도 불구하고, 지가 반드시 걸어가겠다고 다짐해서, 그리고 솔직히 나도 좀 올라가보고 싶어서, 데리고 갔는데 … 결국 비탈길에서는 목마를 타고 올라갔다가 옴.
집에 가는 길에, 저녁 거리 장을 보러 코스트코 들르는데, 출발한지 10분도 안되서 개비 정은 잠들어 버림. 요즘은 개비 정이랑 놀다가, 차에서 잠들 때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예전엔 그저 ‘애가 닥치고 자는구나’하는 안도의 기쁨이었는데, 이제는 ‘뽕을 뽑도록 놀았구나’하는 보다 보람찬(?) 기쁜이 드는 내 자신을 보면서, 나도 결국은 이렇게 아빠가 되어 가는건가 싶기도 하다 …
집에 도착했더니, 훌륭한 절세미녀™ 엄마가 (열심히 놀다 온 우리에게) 수고했다며 사과/아보카도 간식을 만들어줌.
간식 먹고 개비 정은 욕조에 들어가서 열심히 물놀이하며 씻는 동안, 나는 저녁을 … 아침에 그 게 새끼 보는 순간부터 나도 개비 정도 계속 마음에 두고 있던 게! (동네 특산물인 던저니스 크랩) 이제 곧 시즌도 끝난다는데, 더 많이 못 먹어서 아쉬움 …
이렇게, 게로 시작해서 게라 마무리한 날도 무사히, 끝.
요약
이동거리: 약 71.6 마일 (115 km)
- 집 – 산 그레고리오 해변: 33.9 마일
- 산 그레고리오 해변 – 코스트코: 31 마일
- 코스트코 – 집: 6.7 마일
경비: $33
- 주차비: $8
- 게 두 마리: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