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절세미녀™ 엄마가 중요한 시험을 치르기 위해 새벽부터 차를 가지고 떠난 오늘, 개비 정과 나는 멀리 갈 수 없게 되어 고민고민 …
한 주 간 열심히 구상했던 옵션들은:
- 캠퍼스 공원 나들이
- 학교 수영장에서 수영
- 걸어서 20-30분 떨어진 곳에 가서 개비 정 머리 자르기
… 등 이었으나, 깊은 고민 끝에 개비 정은 오늘 아무 데도 가지 않고 집에서 티비나 보고 싶다며;;;
그래서 결국, 집에서 티비 틀어주고 열심히 보고 있는데, 멍청하게 티비만 보고 있는 개비 정으로 한 주 블로그 포스팅 할게 안 나올 것 같아서, 집에서 죽치면서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 심지어, 밀가루 반죽으로 파스타를 만들어 볼까도 생각 했었음;;; 그러다가, 개비 정 (더) 어렸을 적에 침대로 사용하던 알집 매트, 그리고 사은품(?)으로 함께 받았던 볼풀(ball pool) 공이 있다는게 생각났다!
2년 전쯤 한 번 볼풀 만들어주고서는, 당시 반응이 시큰둥해서 창고에 넣어 놓고 잊고 있었는데, 왠지 지금 꺼내주면 잘 놀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창고 뒤져서 공을 꺼내고, 지금은 마루에서 미니 소파로 쓰고 있는 알집 매트를 다시 범퍼로 펴 봤다. 별 생각 없이 멍 때리던 예전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기어 들어가는 개비 정.
그렇게 재회한 볼풀과 한 30분을 놀다가, 조금 질려하는 것 같아, 두려운 마음에 옆에 있는 작은 쓰레기통을 얼른 씻어다가 대령했더니, 쓰레기통에 공 주워 담았다가 버리기를 반복하며 개비 정은 볼풀에서 거의 한 시간 놀았다. 역시, 나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단순함과 반복노동의 선두주자, 개비 정.
그런데, 집 안에서만 주말을 보내기에는, 모처럼 좋은 날씨가 아까워서, 결국은 개비 정 꼬셔서 동네 산책을 가기로 함. 그런데, 나가자마자 동네 친구 주한이를 만나서, 멀리 못 가고, 집에 있는 키네틱 모래 바리바리 싸들고 나와서, 햇빛 쬐며 집 앞에서 또 한참 놀았다1.
또 정신 없이 한두 시간 놀다보니, 어느새 훌륭한 절세미녀™ 엄마가 귀가하여, 같이 점심을 먹고, 오랫 동안 미뤄뒀던 숙원 사업 중 하나인 개비 정 옷정리를 하려는데 … 아뿔싸! 여름 옷 박스에 숨겨 뒀던 “엘사 드레스”를 봐버린 개비 정. 드레스—게다가 공주 드레스!—라면 환장을 하는 개비 정이라, 말릴 생각/기운도 없이 훌륭한 절세미녀™ 엄마는 엘사 드레스를 꺼내서 입혀줌. 그러자,
개비 정: [개비] 이뻐?
아빠: (답은 정해진) 응.
개비 정: 이제 [개비] 이쁘니까 다시 나가야겠다!
아빠: 응?
개비 정: … (지난주에 새로 산 구두 신고 있음)
그리하여, 오전에 멀리 가지 못했던 산책 길을, 오후에 엘사 드레스까지 입고 다시 떠났는데, 이번에는 같은 울타리 안에 있는 옆 동 놀이터에서 정신 팔린 개비 정.
두시간 정도 놀았을까? 이젠 해가 너무 뜨겁기도 하고, 솔직히 너무 지겨워서, 억지로 유모차에 개비 정 태우고 산책 길을 떠났다. 억지로 유모차에 태운 아빠에게 기분이 적잖이 상한 개비 정, 눈 부시니까 그늘로 다녀라, 노래 불러라, 그 노래 말고 딴거 불러라, 더 크게 불러라 … 산책길 내내 잔소리로 일관하다가, 어느 순간 너무 조용해서 봤더니, 주므시고 계심;;;
설레고 흥분되는 마음을 부여잡고, 혹시나 깰까, 조심조심 집으로 와서, 개비 정 잠든 채로 유모차는 밖에 두고, 평온 함 가운데 아이스 아메리카노 빨고 책도 읽는 귀한 시간을 가졌다.
이렇게, 그다지 특별한 계획도 행선지도 없었지만, 옛것들을 새롭게 발견하며 동네에서 평온한 시간을 보낸 이번 주말도 무사히, 끝.
요약
이동거리: 약 0 마일 (0 km)
경비: $0
- 주한이랑 버블도 불고, 모래놀이도 하며 같이 놀았지만, 주한이 부모님께 미리 양해를 구하지 못한 관계로, 사진 속에서 주한이는 뒷모습만 살짝 … 하지만 주한이는 개비 정이랑 학교에서도 같은 반 다니는, 정말 동네 친구 맞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