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고 4/4 - 레고랜드

샌디에고 여행의 절정이자 마지막 목적지는, 캘리포니아 레고랜드!

언제 어디서 무얼 하든, 늘 개비정이 우선이었던게 늘 섭섭했던 나와 훌.절.엄.™은, 개비정이 더 좋아할 법한 디즈니랜드보다는, 우리가 더 재밌을 것 같은 레고랜드에서 마지막 3일을 보내기로 함!1

입성

첫 날은 오후에 느즈막히 도착해서, 레고랜드를 들어가지는 않고, 숙소 풀장에서 놀면서 좀 쉬기로 함.

레고성 숙소

레고성 숙소

숙소도, 아예 레고랜드에 붙어 있는 레고랜드 리조트로 잡았는데, 도착해서 보니, 건물 외관은 물론, 안에 있는 조명, 인테리어 소품 등, 몽땅 레고.

우리 방 가는 길에 우둑허니 서 있는 레고 공주

우리 방 가는 길에 우둑허니 서 있는 레고 공주

평소에도 사실 레고에는 그닥 큰 관심이 없는 개비정, 나와 훌.절.엄.™이 흥분하고 감탄하는 내내 시큰둥 했다가, 리조트 풀장으로 나가보더니,

기겁하며 좋아하는 개비정

기겁하며 좋아하는 개비정

(사진으로 잘 담기진 않았지만) 풀장 전체도 아기자기한 레고 테마로, 신이 나지 않을 수가 없는 섬세한 리조트.

사진으로 충분히 표현되지 않는 감동의 풀장

사진으로 충분히 표현되지 않는 감동의 풀장

물놀이 좀 하다가 조금 일찍 저녁 먹고 숙소에서 쉬려던 우리 계획은 물 건너가고, 물만난 개비정 데리고 날이 어둑해질 때까지 풀장에서 놀다가, 저녁도 겨우 먹고 숙소에 들어감.

대형 레고 블럭이 있는 풀장

대형 레고 블럭이 있는 풀장

(방 인테리어도 감동의 레고 테마 … 였지만, 제대로 찍은 사진이 없는 관계로 안타깝게 생략;;;)

둘째날

둘째날 아침에 일어나서,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운) 아침을 먹고 우린 바로 리조트에서 10 발자국 떨어진 레고랜드로 고고씽.

리조트 숙박객은 한 시간 일찍 입장!

리조트 숙박객은 한 시간 일찍 입장!

전날 숙소에서부터 감동받으며 기대가 충만해진 나와 훌.절.엄.™의 신남에 반해, 개비정은 계속

개비정: 근데 … [개비정]은 집에 갈래. 안 재밌어.

그래도, 신나게 놀아야겠다는 굳건한 다짐으로, 우린

아빠: 집에 가. 엄마 아빤 놀다 갈게. 빠잉~

신난 훌.절.엄.과 재미 없는 여자 개비정

신난 훌.절.엄.과 재미 없는 여자 개비정

내 딸이, 어쩜 이리도 같이 놀기가 안 좋은지;;; 적잖이 충격 받으며 레고랜드 구석구석 끌고 다니는데, 이 친구는 갈 수록 기분만 상하고 삐짐의 깊이가 깊어져 가는거 …

레고랜드 안에 레고로 지은 미니 레고랜드

레고랜드 안에 레고로 지은 미니 레고랜드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피어39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피어39

레고로 만든 금문교

레고로 만든 금문교

지하까지 구현한 레고 그랜드 센트럴

지하까지 구현한 레고 그랜드 센트럴

아무리 무시하고 그냥 즐기려고 해도, 끊임 없이 징징거리며 집에 가겠다는 소리에 나도, 훌.절.엄.™도 점점 열 받다가, 크게 한 번 터지려던 찰나 …

레고: 프렌즈의 도시 - 하트 레이크 시티

레고: 프렌즈의 도시 - 하트 레이크 시티

여자 아이들이 공주공주하게 노는 걸 테마로 한 “레고: 프렌즈” 시리즈 테마 영역에 도착. 하루 종일 입 내밀고 뚱하던 개비정, 공주공주한 기운을 느꼈는지, 갑자기 신이 나서는,

개비정: 아빠! 서봐. 사진 찍자. [개비정] 포즈 할게. 이렇게. 아빤 저기 서봐.

하루 종일 안찍겠다던 사진도 먼저 찍자고 함;;;

하루 종일 안찍겠다던 사진도 먼저 찍자고 함;;;

심지어, 무대 공연 같은거 있음 시끄럽다며 귀 막고 도망다니는 우리 개비정, 레고 프렌즈 쇼 한다고 하니까, 무대 가장 가까운 앞줄에 앉아서 열심히 보더니 공연 마치고는 배우들과 사진도 1등으로 찍음;;;

레고 프렌즈 실사 배우들과 지못미 사진 한 컷

레고 프렌즈 실사 배우들과 지못미 사진 한 컷

정말, 내 딸이 이런 아이라는게 아직도 잘 받아들여지진 않지만, 어쨋든, 같이 레고랜드에서 기분 상하지 않고 놀 수 있는 대책을 찾았음에 만족해하며, 레고 프렌즈 영역에서 한참을 놀다가 신남이 가득해진 개비정 꼬셔서 다시 다른 구역으로 이동.

레고랜드 명물, 사과 튀김 (진짜 맛있음. 의외로.)

레고랜드 명물, 사과 튀김 (진짜 맛있음. 의외로.)

근데, 이것저것 같이 타자고 꼬시며 억지로 끌고 다녔더니, 조금씩 조금씩 다시 삐져가던 개비정 …

개비정 기분 상하기 일보 직전 …

개비정 기분 상하기 일보 직전 …

그래도, 이정도면 놀만큼 잘 놀았다 싶어서, 개비정 더 기분 상하기 전에 들어가서 쉬자며 훌.절.엄.™과 함께 숙소로 복귀하려던 찰나,

개비정: 저거 탈래!

레고 프렌즈 영역과는 정 반대편에 있는 “레고 성” 영역에 있을 때라, 어리둥절하며 뭔가 봤더니, 꽤나 빠르게 돌아가는 작은 비행기 같은거;;; 훌.절.엄.™과 의심의 눈초리를 주고 받으며,

아빠: 진짜? 저거? 탈거야? 줄 서서? 들어갈거야?

개비정: (사뭇 진지하게 끄덕끄덕) …

지금까지 4년 넘게 이 친구를 키워본 경험으로 보건데, 타겠다고 해놓고서 막상 탈 때가 되면 싫다고 울던가, 아니면 억지로 탔다가 이게 얼마나 빠른지 경험하고서는 중간에 내리겠다고 울거나 할게 자명 함에도 불구하고 … 타겠다는거 타지 말라하고 숙소로 끌고 돌아가는건 더 힘들 것 같아서 이를 악 물고 타 보는데 …

어이 없게도 정말 신나게 타는 개비정

어이 없게도 정말 신나게 타는 개비정

신난다며 무려 내려 갖고 다시 줄 서더니 두 번이나 탄 개비정;;;;

그렇게, 우리 딸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나는 아는게 사실 별로 없다는 사실을 충격적으로 깨달으며, 숙소로 돌아가 하루를 마무리했다.

마지막날

리조트가 워낙 맘에 들고, 레고랜드 입장권도 한번만 사면 이틀을 입장할 수 있어서 일단 레고랜드를 이틀 가기로 계획 했지만, 사실 이틀이나 지낼 정도로 크고 할게 많지는 않은 레고랜드 … 그래서, 이틀째에는 조금 더 목적이 이끄는 하루를 보내기 위해, 레고랜드 곳곳에 위치한 기념주화 제조기(?)를 정복(??)해 보기로 함!

기념주화 제조기

기념주화 제조기

동전 모으러 다니는 중에도, 뭐 하나 타거나 구경하러 가자 꼬시면,

개비정: 아니야~ 안할래 …

… 하던 재미 없는 여자 개비정이 또 어쩌다가는 갑자기

개비정: 어! 말이다. 말 탈래!

… 하며, 전혀 안 타고싶어할거 같던걸 자진해서 타서,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는;;

갑자기 타겠다며 혼자 떠난 말 여행

갑자기 타겠다며 혼자 떠난 말 여행

그렇게, 서로 궁합 안 맞게 놀다가도, 동전 기계 찾으면 같이 질주해 가서 동전 뽑으며, 짜증도 부리고 투정도 부리며 나름 알찬 것도 같은 하루를 보냈다.

동전 자랑

동전 자랑

동전을 찾으러 다니다보니, 집착증 발동해서, 애초 계획했던 것보다 너무 열심히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결국은 동전 수집을 위해 판매하는 동전 앨범(?)까지 구입해서 모으고 다녔다는 …

결국 동전 수집 앨범까지 구입;;;

결국 동전 수집 앨범까지 구입;;;

원래 레고랜드에서 조금 놀다가, 일찌감치 나와서 샌디에고 시내 좀 돌아보고 공항을 가려던게, 결국은 레고랜드 문 닫을 때까지 죽치고 있다가, 급하게 샌디에고 시내 들러서 (그닥 만족스럽지 않은) 케익 한 조각씩 먹고 우린 다시 집으로 향함.

레고랜드로 인해 갑자기 레고 프렌즈 팬이 된 개비정은, 집에 가는 내내 타블렛으로 레고 프렌즈 보며, 조용히 잘 갔다는 …

비행기에서 다시 만나는 레고 프렌즈

비행기에서 다시 만나는 레고 프렌즈

이렇게, 개비정도 이제는 내 손 안에 있는 아기가 아니라, 자기 나름대로의 복잡 미묘한 감정과 호불호가 있는 (그리고 재미는 없는) 여자라는 걸 새삼 깨닫고 배운, 5일 간의—최초 의도와는 다소 다르게 진행 된—샌디에고 여행도도 무사히, 끝.


  1. 우리가 놀기 위해 작정하고 간 만큼, 노느라 쓸만한 사진은 별로 찍지 못했다는건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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