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고 여행의 절정이자 마지막 목적지는, 캘리포니아 레고랜드!
언제 어디서 무얼 하든, 늘 개비정이 우선이었던게 늘 섭섭했던 나와 훌.절.엄.™은, 개비정이 더 좋아할 법한 디즈니랜드보다는, 우리가 더 재밌을 것 같은 레고랜드에서 마지막 3일을 보내기로 함!1
입성
첫 날은 오후에 느즈막히 도착해서, 레고랜드를 들어가지는 않고, 숙소 풀장에서 놀면서 좀 쉬기로 함.
숙소도, 아예 레고랜드에 붙어 있는 레고랜드 리조트로 잡았는데, 도착해서 보니, 건물 외관은 물론, 안에 있는 조명, 인테리어 소품 등, 몽땅 레고.
평소에도 사실 레고에는 그닥 큰 관심이 없는 개비정, 나와 훌.절.엄.™이 흥분하고 감탄하는 내내 시큰둥 했다가, 리조트 풀장으로 나가보더니,
(사진으로 잘 담기진 않았지만) 풀장 전체도 아기자기한 레고 테마로, 신이 나지 않을 수가 없는 섬세한 리조트.
물놀이 좀 하다가 조금 일찍 저녁 먹고 숙소에서 쉬려던 우리 계획은 물 건너가고, 물만난 개비정 데리고 날이 어둑해질 때까지 풀장에서 놀다가, 저녁도 겨우 먹고 숙소에 들어감.
(방 인테리어도 감동의 레고 테마 … 였지만, 제대로 찍은 사진이 없는 관계로 안타깝게 생략;;;)
둘째날
둘째날 아침에 일어나서,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운) 아침을 먹고 우린 바로 리조트에서 10 발자국 떨어진 레고랜드로 고고씽.
전날 숙소에서부터 감동받으며 기대가 충만해진 나와 훌.절.엄.™의 신남에 반해, 개비정은 계속
개비정: 근데 … [개비정]은 집에 갈래. 안 재밌어.
그래도, 신나게 놀아야겠다는 굳건한 다짐으로, 우린
아빠: 집에 가. 엄마 아빤 놀다 갈게. 빠잉~
내 딸이, 어쩜 이리도 같이 놀기가 안 좋은지;;; 적잖이 충격 받으며 레고랜드 구석구석 끌고 다니는데, 이 친구는 갈 수록 기분만 상하고 삐짐의 깊이가 깊어져 가는거 …
아무리 무시하고 그냥 즐기려고 해도, 끊임 없이 징징거리며 집에 가겠다는 소리에 나도, 훌.절.엄.™도 점점 열 받다가, 크게 한 번 터지려던 찰나 …
여자 아이들이 공주공주하게 노는 걸 테마로 한 “레고: 프렌즈” 시리즈 테마 영역에 도착. 하루 종일 입 내밀고 뚱하던 개비정, 공주공주한 기운을 느꼈는지, 갑자기 신이 나서는,
개비정: 아빠! 서봐. 사진 찍자. [개비정] 포즈 할게. 이렇게. 아빤 저기 서봐.
심지어, 무대 공연 같은거 있음 시끄럽다며 귀 막고 도망다니는 우리 개비정, 레고 프렌즈 쇼 한다고 하니까, 무대 가장 가까운 앞줄에 앉아서 열심히 보더니 공연 마치고는 배우들과 사진도 1등으로 찍음;;;
정말, 내 딸이 이런 아이라는게 아직도 잘 받아들여지진 않지만, 어쨋든, 같이 레고랜드에서 기분 상하지 않고 놀 수 있는 대책을 찾았음에 만족해하며, 레고 프렌즈 영역에서 한참을 놀다가 신남이 가득해진 개비정 꼬셔서 다시 다른 구역으로 이동.
근데, 이것저것 같이 타자고 꼬시며 억지로 끌고 다녔더니, 조금씩 조금씩 다시 삐져가던 개비정 …
그래도, 이정도면 놀만큼 잘 놀았다 싶어서, 개비정 더 기분 상하기 전에 들어가서 쉬자며 훌.절.엄.™과 함께 숙소로 복귀하려던 찰나,
개비정: 저거 탈래!
레고 프렌즈 영역과는 정 반대편에 있는 “레고 성” 영역에 있을 때라, 어리둥절하며 뭔가 봤더니, 꽤나 빠르게 돌아가는 작은 비행기 같은거;;; 훌.절.엄.™과 의심의 눈초리를 주고 받으며,
아빠: 진짜? 저거? 탈거야? 줄 서서? 들어갈거야?
개비정: (사뭇 진지하게 끄덕끄덕) …
지금까지 4년 넘게 이 친구를 키워본 경험으로 보건데, 타겠다고 해놓고서 막상 탈 때가 되면 싫다고 울던가, 아니면 억지로 탔다가 이게 얼마나 빠른지 경험하고서는 중간에 내리겠다고 울거나 할게 자명 함에도 불구하고 … 타겠다는거 타지 말라하고 숙소로 끌고 돌아가는건 더 힘들 것 같아서 이를 악 물고 타 보는데 …
신난다며 무려 내려 갖고 다시 줄 서더니 두 번이나 탄 개비정;;;;
그렇게, 우리 딸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나는 아는게 사실 별로 없다는 사실을 충격적으로 깨달으며, 숙소로 돌아가 하루를 마무리했다.
마지막날
리조트가 워낙 맘에 들고, 레고랜드 입장권도 한번만 사면 이틀을 입장할 수 있어서 일단 레고랜드를 이틀 가기로 계획 했지만, 사실 이틀이나 지낼 정도로 크고 할게 많지는 않은 레고랜드 … 그래서, 이틀째에는 조금 더 목적이 이끄는 하루를 보내기 위해, 레고랜드 곳곳에 위치한 기념주화 제조기(?)를 정복(??)해 보기로 함!
동전 모으러 다니는 중에도, 뭐 하나 타거나 구경하러 가자 꼬시면,
개비정: 아니야~ 안할래 …
… 하던 재미 없는 여자 개비정이 또 어쩌다가는 갑자기
개비정: 어! 말이다. 말 탈래!
… 하며, 전혀 안 타고싶어할거 같던걸 자진해서 타서,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는;;
그렇게, 서로 궁합 안 맞게 놀다가도, 동전 기계 찾으면 같이 질주해 가서 동전 뽑으며, 짜증도 부리고 투정도 부리며 나름 알찬 것도 같은 하루를 보냈다.
동전을 찾으러 다니다보니, 집착증 발동해서, 애초 계획했던 것보다 너무 열심히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결국은 동전 수집을 위해 판매하는 동전 앨범(?)까지 구입해서 모으고 다녔다는 …
원래 레고랜드에서 조금 놀다가, 일찌감치 나와서 샌디에고 시내 좀 돌아보고 공항을 가려던게, 결국은 레고랜드 문 닫을 때까지 죽치고 있다가, 급하게 샌디에고 시내 들러서 (그닥 만족스럽지 않은) 케익 한 조각씩 먹고 우린 다시 집으로 향함.
레고랜드로 인해 갑자기 레고 프렌즈 팬이 된 개비정은, 집에 가는 내내 타블렛으로 레고 프렌즈 보며, 조용히 잘 갔다는 …
이렇게, 개비정도 이제는 내 손 안에 있는 아기가 아니라, 자기 나름대로의 복잡 미묘한 감정과 호불호가 있는 (그리고 재미는 없는) 여자라는 걸 새삼 깨닫고 배운, 5일 간의—최초 의도와는 다소 다르게 진행 된—샌디에고 여행도도 무사히, 끝.
- 우리가 놀기 위해 작정하고 간 만큼, 노느라 쓸만한 사진은 별로 찍지 못했다는건 함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