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에 훌륭한 절세미녀™ 엄마와 개비 정이 급하게 장기간 여행을 가는 바람에, 당분간은 혼자 지내게 되어, 의도하지 않은 아빠와 나 장기 휴무를 갖게 되었다. 어쨋든, 매주 글을 쓰기로 한 건 나름 나 자신과의 약속인지라, 개비 정과의 나들이만 휴무고, 개비 정 없는 4주 간, 뭐라도 쓰긴 써보고자 마음을 먹었는데 …
포기와 좌절감에서 시작한 이 블로그가, 이제는 주말 저녁의 습관이 되어버렸고, 처음 시작했을 때는 잠 자는 일로 그렇게 속 썩이던 개비 정은 이제 자기 방 자기 침대에서 혼자 놀다가 잠이 든다.
물론, 개비 정이 이제 잠을 잘 잔다고 해서 “고생 끝, 행복 시작~“이란 말은 절대
아니다. 다만, 잠 때문에 고생하는 날들은 지났다는 이야기일 뿐.
육아를 통해 한 가지 바로 달리 잡은(?) 마음가짐이 있다면, 인생은 새옹지마가
아니라는거. 힘든날 끝에 기쁜날이 있다거나, 기쁘고 좋은 날들이 있다가 갑자기
날벼락을 맞는다거나 … 실시간의 인생은 결코 그런 잣대로 측정/평가 할 수 없는
것 같다.
그 때는 몰랐지만, 개비 정이 잠을 안자고 밤새 투정을 부릴 때에는 그 때 나름대로의 소중하고 기쁜 순간들이 분명 있었을 텐데, 수면부족의 고통에 눈이 멀어 “지금은 인생의 고단한 때”라는 최면을 걸며 “다가올 기쁜날”만을 기대하느라 당시의 행복을 있는 그대로 만끽하지 못한 것 같다. 비단, 육아의 일만도 아니다. 소위 “고생한다”는 고등학교 3학년 시절도, “다시는 돌려 받지 못할 내 인생의 2년”이라며 불평불만으로 가득했던 군대 시절도 … 서로 다른 인생의 여러 순간들을, 내 멋대로 — 혹은 내가 속한 사회의 기준에 따라 — 기쁨/슬픔, 성공/실패, 힘듦/편안함으로 구분 짓고 나눔으로 인해, 매 순간을 충분히 풍족하게 살지 못했다는 후회 아닌 후회를 조금 하게 된다.
그닥 길지도 않은 한 인간의 생애를, 토막토막 잘라서, (상대적으로) 좋은 순간들과 나쁜 순간들로 나누고 비교하며 눈에 불을 켜고 살기 보다는, 한 발 물러서서, 내 제한된 사고는 미치지도 못하는 보다 넓고 깊은 하나님의 공간 속에서, 내 삶이 하나의 삶으로 온전하고 완전하게 의미를 갖는 다는 것, 그리고 그 하나의 완성되는 삶 속에, 내가 사랑하는 훌륭한 절세미녀™ 엄마가, 그리고 좋든싫든 개비 정이, 부인할 수 없이 큰 요소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야지 싶다.
이렇게, 인생의 감사함을 되새긴 하루도 무사히, 끝.
이번주 표지 사진은, 개비 정이 학교에서 꼬박꼬박 주워다 모은 돌.
하프문 베이에서 조개 껍데기 모으며 놀던 날 뒤로, 학교에 데리러 가면 꼭 놀이터에서 (본인이 이쁘다고 생각하는) 돌을 하나씩 주워 놓고 있다가 선물로 준다.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집에 와서 버렸는데, 훌륭한 절세미녀™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던 어느날 밤, 이 돌들이 개비 정에게는 꽤 의미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받는대로 뒷마당 울타리에 쌓아 놓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엄마 아빠를 그리워하며, 가진 것 없는 개비 정이 나름 소중하게 준비한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