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실내 수영장

점점 매주 무얼 할지 고민하게 되는 DAM. 요즘 개비 정이 유튜브에서 사람들 물놀이 하는 영상에 푹 빠져 있길래, 이번주는 실내 수영장으로 물놀이를 가보기로 했다.

수영 갈 준비 된 개비 정

수영 갈 준비 된 개비 정

장소는, 몇 번 가본적이 있는, 물도 깨끗하고 온도도 적당한, 근처 JCC.

가장 최근에 갔을 때만 해도, 개비 정은 무섭다면서 떨어지질 않고, 물 속에서 계속 안고 다녔는데, 지난 몇 주 간 계속 유튜브를 보며 수영을 꿈꾸다 와서 그런지, 오늘은 물을 보자마자 신나가지고 혼자 막 달려 들어가 주저 앉는다. 심지어는, 튜브 해주니까, 나보고 지 몸 만지지 말라며 혼자 나름대로 발을 구르고 수영 비슷해보이는 것도 하더라. 역시, 인간은 때 되면 할건 다 한다고 …

물 속에서 잘 노는 개비 정

물 속에서 잘 노는 개비 정

수영장 수칙이, 50분 간 수영 하고, 10분은 휴식 시간인데, 그 시간에도 참지 못하고 계속 물에 들어가겠다고 바둥 거리던 개비 정. 내가 알던 개비 정이 아니었다. 겨우 셀피 찍으며 10분을 무사히 버티고 다시 입수. (요즘, 공주병세가 악화 된건지, 기분 나쁘고 화났을 때 개비 정은, 거울 혹은 핸드폰을 통해 자기 얼굴을 보여주면 흥분이 많이 가라앉곤 한다 …)

고모가 사준 수건 가운 뒤집어 쓰고 셀피

고모가 사준 수건 가운 뒤집어 쓰고 셀피

한참 수영을 하다가, 내가 배고픈걸 도무지 못 참겠어서, 그리고 개비 정 입술이 파래지고 있어서, 핫초코와 팬케익을 먹으러 가자고 꼬셔서 겨우 나옴.

점심은, 리지날 케익 우스! — 사실 하와이 여행하면서 다녔던 집인데,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 동네에도 있는 체인이었다는 … 원래 오팬하는 오븐에서 구운 더치 베이비 팬케익이 가장 맛있는데 … 오전에 (뻥 안치고) 수영장 10 바퀴 이상은 돌고 온 개비 정과 나는 15분 정도 걸리는 더치 베이비를 기다릴 자신이 없어서, 그냥 팬케익과 오믈렛, 그리고 약속한대로 핫초코를 시켜서 흡입. (나오자마자 흡입하느라, 사진이 없다는;;;)

오팬하에서 밥 기다리는 중 …

오팬하에서 밥 기다리는 중 …

점심을 다 먹고, 아직 집에 들어가긴 일러서, 개비 정과 함께 개비 정이 가장 좋아하는 스쇼 산책을 가기로 함. 그런데, 오전에 수영장에서 정말 뽕을 뽑게 놀았던지, 개비 정은 오팬하에서 스쇼로 향하는 15분을 참지 못하고 차에서 잠들어 버렸다 …

스쇼 가는 차 안에서

스쇼 가는 차 안에서

스쇼는 도착했고, 개비 정 깨우기는 무서워서, 창문 열고 주차장에서 메일 확인하며 놀고 있었더니, 개비 정은 한 30분 있다가 깨갖고서는, 왜 여기 있냐며, 집에 가고 싶다고 짜증부터 부린다. 난 너무 어이 없고 당황해서, 집에 갈 마음 먹고 장난으로

아빠: 베이비1 보려고 했는데, 그럼 집에 가자~

… 하고 시동을 걸었는데, 아뿔싸, 반쯤 감겼던 눈을 희번덕 거리며

개비 정: 베이비 볼꺼야. 아빠 하지마. 아빠 고 어 웨이(역: 꺼져). [개비] 베이비 봐야대. 아빠 빵빵(역: 차) 아니야. [개비] 내려. 아빠 노우.

결국, 내려서, 아메리칸 걸(아걸)을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 시간 좀 떼우면 혹시 까먹을까 싶어서, 유모차에 태우고 무의미하게 스쇼 거리 사이사이를 헤매고 다니는데, 두 바퀴쯤 돌았을 때,

개비 정: 아빠 베이비 못 찾아?

그래서, 모든걸 내려 놓고, 아걸로 걸어 들어갔다. 한 시간 정도 아걸에서 놀다가(지난번 고모랑은 두 시간을 매장에서 놀았다) 나가려는데, 역시나 뭔가를 집어 들고 사겠다는 개비 정. 솔직히, 매장을 걸어 들어 올 때는, 뭐라도 하나 사주고 나가겠다는 다소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어제부터 거의 해달라는대로 다 해주고, 이건 안되는거라 … (게다가, 다신 돌려받지 못할 내 인생의 한 시간에 대한 복수심도 불타오르고) 해서, 강하게 안된다고 말하고, 우는 개비 정에게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엄격함을 선포하며, 유모차 태워서 떳떳이 아무것도 사지 않은채 걸어 나왔다.

감사하게도, 개비 정은 (바닥에 한 번 드러눕긴 했지만) 큰 고집 부리지 않고 30초 내로 패배를 인정하고 유모차로 기어 올라왔다. 지가 생각하기에도 최근에 지 맘대로 너무 다 했다고 느꼈으리라 ㅡㅡ

그런데, 스쇼를 다니는 내내 계속 기분 나쁘고 뾰루퉁한 개비 정. 아걸 때문에 삐진 거라 생각하고, 이를 어찌 달랠까 고민하고 있는데 … 알고보니, 걍 낮잠 자고 일어나서 간식이 먹고 싶은 거였다;;; 그래서, 스쇼 내의 간단한 마트에 들어가서 꽤 큰 요거트를 하나 사줬는데, 마트 앞 벤치에 앉아서 한 큐에 다 먹어버림.

앉은 자리에서 엄청 큰 요거트 한 통 끝내는 미국 여자

앉은 자리에서 엄청 큰 요거트 한 통 끝내는 미국 여자

이렇게, 본의 아니게 긴 주말을 보낸 날도 무사히, 끝.

요약

이동거리: 약 19.3 마일 (31 km)

  • 집 – JCC: 4.2 마일
  • JCC – 오리지날 팬케익 하우스: 3.7 마일
  • 오리지날 팬케익 하우스 – 스탠포드 쇼핑 센터: 9.6 마일
  • 스탠포드 쇼핑 센터 – 집: 1.8 마일

경비: $79.77

  • 수영장: $40
  • 점심(OPH): $39.77

  1. 개비 정이 좋아하지만, 이젠 잘 데리고 가지 않는 아메리칸 걸(아걸) 인형 매장을 의미함. 원래, 훌륭한 절세미녀™ 엄마와 함께, 절대 개비 정은 아걸에 노출 시키지 않겠노라 의미심장하게 다짐했건만, 지난번에 고모가 놀러 와서는, 날벼락 같이 개비 정에게 아걸을 선물하는 바람에 모든 수고가 물거품이 되어버렸다는,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뒷 이야기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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