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아빠는 헤아릴 수 없는 우울함에 빠졌다. 주말이 오는게 두려웠다. 평생 웬만한 도전과 난관은 끈기와 열정, 그리고 운으로 극복해 왔건만, 육아는 지금까지의 고난과는 감히 비교 할 수 없는 신세계였다.
남들은 두 살이 되면 애가 잠도 잘 자고, 제법 말도 통하니까, 숨통이 좀 트일거라 했건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저녁에 잠은 잠대로 안 자고,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면서 늘어난건 고집 뿐이었다. 오히려, 점점 인간 같아지는 아이를 보며, 아빠는 지혜롭고 인자하게 키우지 못하는 본인에 대한 죄책감만 늘어났다.
그렇게 새해의 첫 달을 보내다가, 드디어 아빠는 포기했다.
이 세상의 어떠한 육아전문서적도, 육아전문가의 조언도 도움이 되지 않음을
깨닫고(뭐? 애를 그냥 울리면 결국엔 잔다고? 씨발, 두 시간 동안 목 놓아 울게
뒀다가 목감기만 걸려서 더 안 자고, 한 달을 개고생했네) 육아를 포기하기로 했다.
책임감은 있지만, 재능은 도무지 없는, 하지만 이미 애가 있어버린 아빠로서, 이제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열심히 놀러다니는 것 뿐 … 잠이야 좀 못 자면 어떻고, 애 성격이야 좀 좇 같으면 어쩌리오 –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그리하여 탄생한 것이 바로 이 “아빠와 나(Daddy and Me)” 블로그. 2017년 2월부터, 매주 토요일, 아빠와 딸이 어떻게든 서로 죽이지 않고 싸우지 않고 주말을 무사히 보내고자, 놀러다니기로 했다(운도 좋으면, 가끔은 지쳐서 저녁에 잠도 잘 자리라 – 물론, 기대 따윈 하지 않는다만.)
결단력과 경제력에 따라, 그 주제도, 빈도도 달라질 수 있지만, 일단 계획은 그렇다.
아빠와 나(Daddy And Me)에 대하여
소박(해야 할 것 같지만, 알고보면 꽤나 사치스러운)한 미국 캘리포니아의 시골 도시. 가난한 박사 과정 학생들을 위해 비교적 저렴(하지만 그래도 뒷목 잡게 비싼)한 값에 제공하는 학교 기숙사에서 살고 있다.
훌륭한 절세미녀™ 엄마도 있다.
하지만 이 곳, “아빠와 나” 블로그에서는 “아빠”와 “나”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아빠
- 나이: ★ ★ ★ ★ ★
- 금융: ★ ★ ☆ ☆ ☆
- 지능: ★ ★ ★ ☆ ☆
- 고집: ★ ★ ★ ★ ★
- 체력: ☆ ☆ ☆ ☆ ☆
1986년생 남학생, 정종빈. 애 키우는 거/몸 쓰는 거 빼고 왠만한건 다 자신있음. 약 이년 간은 애를 “키워” 보겠다고, 없는 재능을 발휘하며 발악하다가, 그 무모함을 깨닫고, 이제는 그저 애와 함께 놀러 다니는 걸로 만족 해야겠다는 소박한 마음을 품음.
“나”
- 나이: ☆ ☆ ☆ ☆ ☆
- 금융: ☆ ☆ ☆ ☆ ☆
- 지능: ★ ☆ ☆ ☆ ☆
- 고집: ★ ★ ★ ★ ★
- 체력: ★ ★ ★ ★ ★
아빠의 딸, 개비 (가온) 정. 2014년 6월에 태어나서, 아직 정신이 덜 들었음. 말을 잘 하는걸 봐서는 똑똑해야 할 것 같지만, 가끔 하는 짓을 보면 숨이 턱 막힐 때가 있음.
뭐, 지능과는 별개로, 이 블로그에 등장하는 두 명의 주인공 중 하나. 돈도 힘도 없지만, 일관적인 고집과 무지함으로 행사하는 영향력으로 가늠했을 때는, 세계적 독재자/지도자 부럽지 않은 권력의 소유자.